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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예배사의 흐름에서 보아도 16세기의 종교개혁은 역사적인 필연이었다.
마르틴 루터나 장 칼뱅이 아니었다 해도 예배를 포함한 교회개혁 운동은 일어났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예배를 포함한 공동 신앙고백적 교회생활에 대한 요청이 밑바닥에서부터 일고 있었다. 예배의식이 각 나라의 언어로 표현되어 예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의식도 높아져가고 있었다. 당시 금속활자의 발명으로 인쇄술이 발달되자 이런 경향은 가속화되었다. 당시의 정치적·사회적 변화가 종교개혁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해준 셈이다. 봉건사회의 붕괴는 교황의 교권 약화를 자초했고, 시민사회의 발흥은 사제가 독점하는 예배행위를 방관할 수 없게 했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그당시 종교개혁자들의 의도는 교회의 분열에 있지 않았고 그 개혁에 있었다.
이 교회의 개혁 속에는 예배의 개혁이 중요한 사안 가운데 하나였다. 그것이 당시의 개혁의지를 표출한 문헌에서도 반영되어 있다. 종교개혁자들은 성서와 초대교회의 예배로 돌아갈 것을 주창했다. 당시 예배에서 거의 사라져버린 성서의 말씀에 의한 '설교'의 복원을 강조했고, 예배를 독점하는 사제와 성직자의 횡포를 비난하면서 만인사제직을 들고 나왔다. 그렇다고 그리스도교 예배의 또 하나의 핵심인 성찬을 배척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예배 본연의 의미를 회복하려는 데 주안점이 있었다. 루터는 전체 회중이 참여할 수 있는 성찬을 1개월에 1번은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주장은 루터교에서 지켜지고 있다. 장 칼뱅도 1개월에 1번의 성찬을 포함한 예배를 말이나 글로 강조한 바 있는데, 당시 시민사회의 현실이 이를 수용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오늘날의 개신교는 이제라도 이 종교개혁자의 개혁의지를 존중하는 것이 예배갱신운동의 필수조건이라고 본다. 칼뱅은 예배에서 사제나 선창자의 주도적 역할을 개혁하는 시도로서 회중의 찬양을 강조하고 그것을 실시했는데, 이것은 동방교회의 예배에서 중요한 요소를 복원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오늘날 개신교의 예배가 종교개혁자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예배 본연의 모습에서 벗어난 현실을 초래하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줄기차게 일고 있다.
그것은 성찬을 제외한 설교 중심의 예배로 퇴행해가고 있음에 대한 반성이다. 바람직한 그리스도교 예배는 말씀과 성찬이 함께 조화를 이룬 통전성(統全性)이 전제되어야 함을 새삼 인식하고 있다.
개신교의 예배 전통이 왜 설교중심이라는 극단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는가? 여기에도 인류 문명사적인 변화가 작용했음을 의식하게 된다. 르네상스 운동과 더불어 지성적인 진리 전달을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 활자문명과 수사학적인 흐름도 상징과 신비를 통한 진리의 전달을 경시하도록 했다.
그리스도교 예배의 형태 변화를 추적하는 연구들은 개신교 예배에서 성찬식이 경시되거나 아예 사라져버린 배경으로 다음과 같은 역사적인 사실을 들고 있다. 유럽 대륙의 경우 종교개혁과 더불어 예배에서 성찬식이 경시된 것을 중세부터 있었던 예배형식의 연장으로 보는 입장이 있다. 중세 이래 도시의 성당에서는 언제나 예배 때 성찬이 포함되었지만 그 도시 주변의 지방 교회에서는 성찬이 생략된 예배의식(Pronaus)이 보편화되어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다소 변칙적인 예배형태가 종교개혁과 더불어 보편화되었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학자로는 J. J. 알멘이 있다.
영어를 예배언어로 사용하는 개신교의 예배 전통에서는 예배 개혁과정에서 성찬이 점차로 도외시된 이유를 다른 데서 찾고 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는 본래 주일예배 외에 오늘날의 수도원 공동체처럼 매일 아침·점심·저녁 기도회의 전통이 있었다. 그 가운데 주로 영국 교회의 전통에서 비롯된 아침 찬양예배(Quire Office)가 개신교의 주일예배뿐만 아니라 다른 예배와 기도회의 틀로 고정되어버렸기 때문에 성찬이 사라졌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학자로 윌리엄 D. 맥스웰이 있다.
그리스도교 예배의 변천과정에서 성찬을 경시한 설교 중심의 예배형태의 출현은 역사적으로는 어찌할 수 없었다고 해도 그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예배신학적인 근거는 빈약하다. 오히려 역사적인 변천과정에서 많이 빗나간 오늘의 예배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고 그것을 초대교회의 예배 전통으로 갱신해가려는 노력들이 오늘날 세계 교회의 지배적인 흐름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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