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동식물에 관한 체계적인 저술로 유명하다.

가난한 모피상(毛皮商)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어린 게스너가 학문에 재능이 있음을 알고 공부를 계속시키기 위해 약초재배와 수집으로 돈을 번 종조부 댁으로 그를 보냈다. 어린 게스너는 거기서 여러 가지 식물과 그 약효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을 얻었으며, 일생 동안 자연사(自然史)에 흥미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특히 고대 로마와 그리스 시대의 고전을 읽는데 재능을 보였으며, 그의 재능을 발견한 스승들은 그가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후원자가 되어주었다. 1531년 자주 일어나던 종교분쟁 와중에 그의 아버지가 죽자 스승 가운데 한 사람이 양아버지가 되었으며 다른 스승은 게스너를 3년간 보살펴주었고, 나머지 한 사람은 그가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상급학교를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 그들은 힘을 합쳐 게스너가 부르주(Bourges)와 파리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주선하였다. 게스너가 19세 때 지참금이라고는 한푼도 없는 젊은 여자와 결혼하여, 그들의 기대를 송두리째 무너뜨렸을 때조차 그를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게스너에게 취리히에서 교직을 가질 수 있도록 주선했으며, 당국을 설득하여 유급휴가를 받아서 바젤에서 정식으로 의학공부를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들의 믿음에 대한 첫번째 결실로 게스너는 1537년 그리스라틴어 사전을 출판했는데, 이 사전은 바젤에서 여가시간을 이용해 만들어낸 것이었다. 21세에 로잔 중학교의 그리스어 교사로 임명됐고 3년 동안의 교편생활 덕분에 남은 1년 동안 의학공부를 하기에 충분한 돈을 벌었으며, 1541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취리히에서 개업하여 남은 생애를 보내면서 캐롤린대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 물리학을 강의하기도 했으며, 1554년부터는 시의(市醫)로 일했다.

취리히에서 그는 많은 일과 잦은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많은 책을 읽고 현장 답사를 하여 박물관을 열었으며 또 의료교육을 체계화했고 70여 권에 달하는 책을 스스로 쓰거나 편집하여 출판했다.

당시의 기준으로 볼 때 게스너는 과학자로서 훌륭한 판단력과 근면성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목판을 사용하여 자료의 정확성을 기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그뒤 과학적인 동·식물학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고, 산악여행에 대해 쓴 글들은 자연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동물학, 식물학).

저서

우유의 효능에 관한 초기의 의학논문 〈Libellus de lacte et operibus lactariis〉(1545)에는 산(山)을 자연의 가장 위대한 경이 중 하나라고 격찬하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가 실려 있다. 이 편지와 뒤에 필라투스 산을 오르고 쓴 글(1555)은 등산에 관한 최초의 기록 가운데 하나이다. 1545년에는 〈일반도서총람 Bibliotheca universalis〉을 출판했는데 이 책은 최초의 도서총람으로 약 1,800명의 저자들이 알파벳 순으로 열거되어 있으며, 그들의 저서 제목과 아울러 각 저서에 대한 주석과 평가 및 책의 특성과 장점에 대한 언급이 나와 있다(→ 지학).

이 기념비적인 책의 뒤를 이어 1548년에 백과사전류인 〈Pandectarum sive Partitionum universalium Conradi Gesneri …… libri xxi〉가 나왔는데, 여기서 게스너는 문자로 기록된 전세계의 지식을 21개 항목으로 나누어 설명하고자 시도했다. 처음 19권의 책은 1548년에 출판되었으며 신학에 관한 마지막 21권이 1549년 출판되었으나 의학에 관한 20권은 완성하지 못했다.

그다음 업적으로는 동물의 생태에 관하여 기록한 〈동물지 Historiae animalium〉를 들 수 있는데, 여기서 그는 미신과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관찰된 사실과 구별하려고 노력했다. 2절판 1,100쪽에 달하는 제1권(1551)에서는, 사지태생동물(四肢胎生動物：새끼를 낳는 사지 동물)을 많은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1554, 1555, 1556년에 출판된 제2, 3, 4권은 사지난생동물(四肢卵生動物：알을 낳는 사지동물)과 조류·어류 및 기타 수생동물(水生動物)을 다루고 있으며, 뱀류를 다룬 제5권은 일부만 완성된 채 그가 죽은 뒤인 1587년에 출판되었다.

게스너는 식물에 대해서는 동물과 같은 폭넓은 연구를 완성시키지는 못했으나, 그가 남긴 기록과 1,500개에 달하는 식물과 꽃, 씨앗에 대한 목판은 그가 죽은 후에도 2세기 동안이나 중요한 자료로 사용되었다. 당시 식물학의 대가로 가장 잘 알려져 있었던 게스너는 그당시 알려져 있던 130종류의 언어에 대한 저술인 〈Mithridates：De differentis linguis〉(1555)를 출판했으며, 또 1556년에는 3세기경 로마의 저술가 클라우디우스 아일리안의 작품들을 모아 출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