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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토템 의식에 사용하는 가면.
성인식 가면도 대부분 조령을 상징하지만, 조령신앙의 원형은 토테미즘이다. 토테미즘이란 씨족이나 가족과 같은 하나의 사회집단에서 어떤 동물·식물·자연현상 등이 자신들과 특별한 관계를 지닌다고 믿어 그 대상을 집단의 상징으로 삼고 그와 관련된 금기를 통해 사회적 규제를 받는 습속이다.
각각의 토템 집단은 오래전 그들의 조상과 그 자연물이 어떻게 결합되었는지에 관한 신화를 갖고 있으며, 그 내용을 주로 종교의식에서 재현하는데 이때 가면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사의식에 가면을 쓰고 나타나는 인물은 곧 신화 속의 조상과 동일시되어 숭상과 경외의 대상이 되며, 가면 자체에도 토템 혼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기 때문에 평소에도 가면을 잘 보관하고 대접하는 일이 중대한 의무이자 특권이다. 또한 토템 신앙에서는 토템 동물과 인간의 근원을 일체로 보아 인간의 혼이 동물의 형태를 취할 수 있으며 동물의 혼도 인간의 모습을 취할 수 있다고 믿고, 이를 가면에 구체화하기 위해 인간과 토템 동물의 얼굴을 짝지어 하나의 가면에 새기기도 한다.
구와기우도루족·헤이다족 등은 가면에 정교한 장치를 부착해 춤을 추면서 끈을 당겨 그 표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부리·코·턱·눈 등 가면의 일부만을 움직이도록 만들어 그것을 조작해서 신화 속의 이야기들을 재현하기도 한다. 이때 가면에 채색된 극채색 문양들도 그저 단순히 미적 효과만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깊은 의미를 전해준다.
움직이는 가면은 남태평양의 여러 섬에서도 발견된다. 한 예로 '최초의 여명'이라는 가면에는 검은 날개가 달려 있어 그 날개를 접으면 밤을 나타내고, 끈을 당겨 날개를 펴면 붉은 부리를 가진 태양이 모습을 드러낸다. 또다시 끈을 당기면 가늘고 긴 막대기를 따라 태양이 떠오르고, 뒤이어 희게 칠해 빛을 발하는 사람의 얼굴이 나타난다. 가면 윗부분에는 안개와 아지랭이를 표현하는 작은 깃털이 나오도록 장치를 만들기도 한다. 캐
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 인디언과 베라베라족·위게이족 등은 부족의 계율을 수호하는 토템 조령의 가면을 쓰고 춤을 추는데, 그 가면의 형상이 대체로 두툼하고 늠름하면서도 섬세하고, 놀랄 만큼 강렬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북아메리카 북서해안의 아메리카 인디언은 독수리·큰까마귀·곰·늑대 등의 토템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신화적 동물을 미국 삼나무에 조각하고 극채색으로 장식해서 부락이나 집 앞에 문장주(紋章柱)로 세운다. 멜라네시아·동남아시아·중화민국 등지에서도 문장주와 유사한 형태의 관행을 볼 수 있다.
뉴기니의 파푸아족은 높이 6m에 달하는 거대한 토템 가면을 여러 개씩 세우는데, 나무와 나무껍질로 만든 그 가면들은 짐승인지 사람인지 분간할 수 없는 큰 눈이 그려져 있고, 묘한 영력(靈力)을 느끼게 한다. 또 비밀결사의 집회장소에 벽면을 향해 세워두는 가면은 그 종족을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토템 가면을 상아나 단단한 목재에 조각하는데, 선이 우아하고 표면에 광을 냈으며, 사슴·영양·고릴라·코끼리·퓨마·표범 등이 아름답게 양식화되어 있어 다잡혀진 고귀함이 있다. 이에 비해 남태평양 여러 섬의 토템 가면은 보다 기괴하고도 장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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