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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인형(Barbie doll)은 1950년대 루스 핸들러(Ruth Handler)와 앳리엇 핸들러(Elliot Handler) 부부가 창업한 마텔 사에서 만든 인형이다. 그리고 '바비'라는 인형의 이름은 부부의 딸의 이름을 딴 것이다. 바비 인형의 아이디어는 어느 날 루스 핸들러가 딸 바바라(Barbara)가 종이 인형(Paper Doll)을 가지고 노는 것을 유심히 관찰한 데서 시작된다. 바바라는 어린 아이였지만 그녀가 하는 놀이 안에서의 규칙은 어른들이 행동하는 양식을 빠짐없이 모방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통해 사회성을 배운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하지만 1950년대 당시 장난감에 관한 사회적 인식은 영유아들이 가지고 노는 놀잇감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에 루스 핸들러는 장난감 시장의 인식을 변화시킬 차별화된 제품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56년 루스 핸들러와 그의 가족은 유럽 여행 중 성인용 피규어 인형 상품인 빌드 릴리(Bild Lilli)와 운명적인 조우를 한다. 빌드 릴리는 유명 신문 만화의 주인공으로 화려한 금발의 직장 여성이며 남자들에게 기죽지 않는 적극적인 여성 캐릭터였다(1955년 당시 독일에서는 빌드 릴리 인형을 아이들이 아닌 성인들에게만 판매함에도 불구하고 매번 품절되는 인기 인형이었다). 이 인형에 영감을 받은 그녀는 귀국 후 빌드 릴리 인형을 개조하여 자신만의 성인 인형을 만든다. 그리고 이 인형을 1959년 3월 뉴욕에서 열린 국제 토이 페어에 '바비'란 이름으로 출시한다. 금발과 흑갈색 머리의 이 인형은 얼룩말 무늬의 수영복을 입고 수줍은 표정으로 아래쪽을 힐끔 쳐다보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1970년대 이후 바비 인형의 표정은 더 밝아지고 시선은 정면을 보는 것으로 변화된다). 이런 바비 인형을 보고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여성의 신체 묘사와 화려한 의상, 현대적인 머리 스타일 등이 그 당시로서는 너무나 과감했던 것이다. 뉴욕의 언론이 '장난감 세계의 실수'라고까지 말하며 반감을 보였을 만큼 그 당시로는 획기적인 인형이었다. 그러나 바비 인형은 발매 첫 해 약 35만 개를 판매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한다.
1960년대 초반 바비 인형은 상품 출시와 함께 소설도 출간된다. 바바라 밀리센트 로버츠 (Barbara Millicent Roberts)란 이름으로 가상의 마을 윌로우(Willows)에 사는 것으로 설정된 그녀는 윌로우 고등학교에 다니는 소녀다. 그녀의 주변엔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남자친구인 캔(Ken)이 있다. 특히 캔과는 로맨스를 이루며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그녀는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다. 개와 고양이, 말, 새끼 사자 등 40종 이상의 동물을 키우기도 하고 핑크색의 코르벳 자동차와 트레일러, 지프도 가졌다. 남자 친구 캔과 함께 요리도 하며 소파에 앉아 TV도 보는 핑크색 집도 생긴다. 이런 소설의 네러티브에 걸맞게 마텔 사는 1960~1970년에 걸쳐 다양한 돌하우스와 침대, 가구 세트들을 출시하였고 이 소품들의 매출은 인형 판매액을 뛰어넘게 된다. 그리고 1961년 처음 등장한 바비의 남자 친구 캔 인형도 점차 인기를 구가하게 되고 다양한 캐릭터의 캔 인형과 그만의 소품, 아이템들도 늘어난다.
1980년대엔 소녀 문화(Real Girl Life)가 대세로 떠오른다. 'MTV'의 출범을 시작으로 뮤직 비디오와 워크맨 등의 소비 문화와 나이키, 리복 등의 제조사에서 틴에이지 타깃 마케팅이 시작된 시기다. 마텔 사는 당시 10대 소녀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하여 그들의 생활을 축소하는 데 중점을 둔다.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바비, 테니스 선수 바비, 에어로빅 바비 등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소녀들의 시대상을 반영한 제품이 출시된다. 미국 보수성향의 신문들은 바비 인형이 소녀들의 과소비를 조장하며 가정의 규율을 흔든다는 등의 부정적인 보도도 하였지만 여자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바비 인형의 인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성인 바비는 다양한 직업도 갖게 된다. 대표적으로 1960년대 인기 직업이었던 항공기 승무원을 시작으로 우주비행사 바비(1965), 닥터 바비(1988), 카레이서 바비(1998) 등이 있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공주나 백작부인 같은 바비 인형도 있었지만 의사, 간호사, 치어리더, 학교 선생님 등 다양한 여성 직업군을 묘사하는 커리어우먼 바비 인형들이 등장하여 현대 신여성을 표현하였다. 이는 바비 인형이 20세기 변화된 여성상을 보여주는 아이템이었다는 증거다.
1958년 탄생부터 항상 바비 인형은 수많은 논쟁거리를 불러 일으켰다. 언제나 이슈는 바비 인형의 지극히 여성적인 외모였다. 바비 인형은 인체를 축소한 1/6 스케일에 11.5인치인데 이를 근거로 추산해보면 성인 175cm키에 110파운드의 몸무게와 '36-18-33(가슴둘레-허리-엉덩이)'에 해당한다. 이것이 문제되는 이유는 아이들이 바비 인형을 외모의 롤 모델로 삼고 모방하려 한다는 연구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비현실적인 여성의 외모를 추구하게 되면서 훗날 거식증 환자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텔 사는 여성들의 다이어트를 권장하는 책과 함께 바비 인형을 판매하여 소비자들과 학계에 큰 원성을 샀다.
1992년 7월 출시된 말하는 바비 인형은 몇 개의 인형의 대사가 미 대학 여성 협의회에 의해 제재 조치가 된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바비 인형의 사운드 문구 중에 "우리 옷은 정말 넘쳐나니?", "난 쇼핑을 사랑해", "수학 수업은 어려워" 등이었다. 마텔 사는 곧 이 문구가 들어간 인형을 판매 중지하고 기존에 판매된 인형은 교환해 주었다. 이는 장난감 회사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는 일화로 기록된다.
바비 인형은 인종차별문제로 종종 도마 위에 올랐다. 대부분 흑인 비하의 문제였다. 흑인 바비 인형은 1967년 처음 생산됐는데 흑인 고유의 특성이 배제된 것이 논란이 되었다. 이는 기존 백인 바비 인형의 금형에 얼굴을 만들어 검은 피부색만 입힌 것으로 1980년대까지 계속되었다. 백인 우월 주의라는 비판 속에서도 2009년 9월이 되서야 사실적으로 묘사된 흑인 바비 인형이 출시된다.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도 등장했다. 서구의 백인 여성을 기준으로 한 바비 인형은 중동지역에서는 아직도 정식 수입허가가 안되고 있다. 그들은 바비 인형의 선정적인 포즈와 노출이 심한 의상, 화려한 액세서리 등을 서구사회 타락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래서 중동의 여러 국가들은 바비 인형의 대안으로 '풀라(Fulla)'라는 이름의 이슬람판 바비 인형을 판매한다고 한다.
최근 마텔 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환타지와 문화의 다양성이다. 소녀들에게 '동화 속 공주'와 '백마 탄 왕자'는 영원한 로망이기 때문이다. 마텔 사는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세계 공주 인형 시리즈와 대륙과 나라를 대표하는 세계 민속 인형 시리즈 생산에 집중했다. 또한 디즈니사와 제휴하여 〈인어공주〉나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디즈니사의 고전들을 바비 인형으로 제작하였다.
또 기나긴 바비 인형의 역사 속에 소녀였던 소비자들이 구매력이 있는 성인으로 성장한 것을 마텔 사는 놓치지 않았다. 컬렉터 바비 시리즈의 출시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많은 컬렉터들을 양산했고 이것은 마텔 사의 성공적 전략이었다. 현재 적극적인 바비 인형 컬렉터는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중 90%는 40대가 넘은 여성으로 매년 20개 이상의 바비 인형을 수집하며 이들 중 45%는 매년 1,000달러 이상을 지출한다.
1959년 오리지널 박스 바비 인형(Mint Box Barbie)의 경우 당시 판매가는 3달러에 지나지 않았으나 2004년 이베이에서 무려 3,552.50달러에 판매되었다.
바비 인형 경매가 최고액은 2006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된 9,000파운드(17,000달러)다. 고가의 빈티지 바비 인형이 아니더라도 오늘날 바비 인형은 다양한 컬렉션들이 있다. 빈티지 리프로덕션(Vintage Reproductions), 도자기 시리즈(Porcelain), 핑크박스와 구별되는 컬렉터 레벨인 실버, 골드, 플래티넘 시리즈 등을 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루이비통, 샤넬 등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 한 바비 인형, 영화와 TV 시리즈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다양한 컬렉션 바비들은 수집가들의 다양한 욕망을 끊임없이 채워주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바비 인형은 단순한 놀잇감이 아니다. 바비 인형은 대중문화의 중심에서, 모든 문화현상을 수렴하여 재생산해내는 놀라운 포식자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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