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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속한 사회나 조직의 위치에 따라 성과나 만족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학생의 자아관념이 동료 학생들의 능력과 부정적인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한 이론이다. 예를 들어 자신감이 약한 학생의 경우, 높은 성과의 학생들 사이에 있는 것보다 적당한 성과의 학생들 사이에 있을때 오히려 자신감이 올라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 되기’와 유사한 의미를 가진다.
이반 아레귄-토프트(Ivan Arreguin-Toft)의 『약자가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How the Weak Win Wars)』에 자극을 받은 맬컴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아예 『다윗과 골리앗: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David and Goliath: Underdogs, Misfits, and the Art of Battling Giants)』(2013)이란 책을 출간했다. 그는 자신의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골리앗(강대국)의 룰을 따르지 않은 싸움에선 다윗(약소국)이 63.6퍼센트 이겼다. 조지 워싱턴이 영국을 상대로 벌인 미국 독립전쟁처럼 말이다. 놀랍지 않은가. 전쟁 외에도 현실에서 약자가 강자를 이긴 다양한 사례들을 조사했더니 10번 중 3~4번은 다윗이 이기더라.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어떻게 가능한지, 왜 언더도그(Underdog, 약자)가 승리하는지 비결을 파헤쳤다."
'언더도그를 위한 힐링'이라고 할까? 글래드웰은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약자라는 사실은 때때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 약자로 존재한다는 것은 문을 열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자신을 가르치고 일깨우며, 그런 처지가 아니었다면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글래드웰은 "세상은 거대한 골리앗이 아니라 상처 받은 다윗에 의해 발전한다"며 "'약점의 긍정 효과(Consequences of Disadvantage)'"라고 결론지었다. "그래서 한 직장에서 10년 이상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한곳에 오래 머물면 기득권층이 돼 창의력을 잃어버리니까. 골리앗이 되기 전에 직장을 옮겨서 스스로 다윗이 돼야 한다."
그런 이치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하는 것이 바로 '큰 물고기-작은 연못 효과(Big-fish-little-pond effect)'다. 우리 식으로 바꾸자면,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되기'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말은 주로 위로 차원에서 건네는 말일 뿐 사람들은 여전히 '큰 연못'을 선호한다. 이를 가리켜 '첫 단추 이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취업 희망자들이 "무조건 대기업에 가야 한다"는 속설을 신앙처럼 간직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이론 때문이다. 이와 관련, 취업준비생 나해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 단추가 중요해요.' 수업에서 교수가 늘 강조하던 말이다. 기업인 출신인 교수는 첫 직장이 어디냐에 따라 인생 전체가 바뀐다고 했다. 아무 데나 들어가선 안 된다. 대기업이어야만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또 나중에 직장을 옮길 때도 어디 출신인지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진다고도 했다. 아무리 전도유망한 벤처기업에서 일했거나 중소기업에서 빼어난 실력을 증명했다고 해도, 이직 땐 대기업 출신보다 불리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괜히 대기업인 게 아니야.' 외국계 기업인 디즈니에서 인턴을 하다가 결국엔 대기업을 선택한 선배가 말했다. 이런 말을 자주 듣다 보니 '작은 곳은 별 볼 일 없겠지. 인생을 망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럴까? 대기업과 여타 기업들을 놓고 선택할 수 있는 처지, 즉 마음먹기에 따라서 대기업에도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는 사람에게 이와 같은 조언은 타당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거나 상황이 절박한 사람에게 대기업 예찬론을 편 교수와 선배는 매우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다. 대기업에 유리한 점이 훨씬 많더라도 여타 기업에 취업해서 누릴 수 있는 장점도 동시에 이야기하면서 "당신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택하시오"라고 말하는 게 옳지 않을까?
대기업 예찬론은 명문대 예찬론과 상통한다. 이왕이면 좋은 직장, 좋은 대학에 가는 게 좋다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 그러나 다른 선택이 있는데도 명문대나 대기업에 가기 위해 재수나 삼수까지 해야 하는가? 그런 시도를 하다가 실패했을 때의 위험에 대해서도 말해야 하는 게 아닌가? 우리에겐 명문대에 진학할수록 좋다는 속설이 거의 진리처럼 통용되지만 과연 꼭 그렇기만 한가? 글래드웰은 꼭 그렇진 않다고 주장한다.
"어떤 교육기관이 엘리트 기관일수록 학생들은 자신의 학업 능력에 대해서 더 나쁘게 느낀다. 괜찮은 학교의 반에서라면 최상위에 있을 수 있는 학생들이 정말 좋은 학교에서는 쉽사리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 괜찮은 학교에서라면 어떤 과목을 마스터했다고 느낄 학생들이 정말 좋은 학교에서는 점점 더 멀리 뒤처지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주관적이면서 어리석고, 비이성적이라고 할지라도 그런 느낌은 중요하다. 강의실이라는 맥락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느끼는 방식, 즉 학문적 '자아관념(self-concept)'이 도전에 대처하고 어려운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려는 의미를 형성한다. 이는 동기부여와 자신감을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즉, 큰 연못은 정말로 뛰어난 학생들을 데려가서는 이들의 기를 꺾어버리는 반면, 작은 연못은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원래 교육심리학자 허버트 마시(Herbert W. Marsh)가 만든 말인 '큰 물고기-작은 연못 효과'는 학생의 '자아관념(self-concept)'이 동료 학생들의 능력과 부정적인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한 것으로, 특히 자신감self-confidence이 약한 학생들에게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a big fish in a small(little) pond"라는 표현은 '우물 안 개구리'로 폄하되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큰 물고기-작은 연못 효과'로 인해 제법 긍정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큰 물고기-작은 연못 효과'는 학생이나 직장인의 성취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행복론 차원에서도 논의되는 개념이다. 물론 아직도 "사람은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속설을 믿는 이가 많지만, 그게 혹 미신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미국 코넬대학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는 『옳은 연못 고르기: 인간 행동과 지위 추구(Choosing the Right Pond: Human Behavior and the Quest for Status)』(1985)에서 "자신이 사는 집을 마땅치 않게 여기는 것에 지친 사람은 덜 부유한 그룹의 친구들과 어울림으로써 자신의 집에 대해 좋게 생각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행복 역시 자신의 '연못'을 선택함으로써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미국 스워스모대학(Swathmore College)의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 1946~)는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에서 이렇게 말한다.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는 그의 저서 『옳은 연못 고르기』에서 사회생활이 우리가 사는 연못에서 큰 고기가 되고 싶어 하는 우리의 열망에 의해 얼마나 크게 결정되는지를 보여준다. 지위 경쟁에서 성공해 행복해지는 법은 옳은 연못을 골라 그곳에 머무르는 것이다."
하긴 그렇다. 멀쩡하게 잘 지내다가도 부자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고 나면 "나는 왜 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책(自責)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런데 늘상 같이 어울려 지내는 사람들이 그런 부자급이라면, 그런 사람은 스스로 불행해지기 위해 애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행복이 어떤 연못을 고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늘 '최고'나 '최상'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무조건 가장 큰 연못을 택할 것이다. 다른 큰 고기들과 경쟁하며 몸집을 키워나가려고 애쓰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만, 행복에서는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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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허윤희, 「'골리앗'과 붙더라도 10번 중 3번은 이긴다: 새 책 '다윗과 골리앗' 집필 중인 맬컴 글래드웰을 만나다」, 『조선일보』, 2013년 3월 16일.
- ・ 나해리, 「그럭저럭 괜찮은 스펙의 대학생」, 전다은 외, 『대한민국 취업전쟁 보고서』(더퀘스트, 2014), 187쪽.
- ・ 맬컴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선대인 옮김, 『다윗과 골리앗: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21세기북스, 2013/2014), 20쪽, 102~103쪽, 113~117쪽.
- ・ 「Big-fish-little-pond effect」, 『Wikipedia』.
- ・ Christine Ammer, 『The Facts on File Dictionary of Clichés』(New York: Checkmark Books, 2001), p.32.
- ・ Robert H. Frank, 『Choosing the Right Pond: Human Behavior and the Quest for Status』(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85), p.8.
- ・ Barry Schwartz, 『The Paradox of Choice: Why More Is Less』(New York: Harper Perennial, 2004), pp.189~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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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큰 물고기-작은 연못 효과 – 생각의문법,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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