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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1866년
국적 스위스
설립자 앙리 네슬레(Henri Nestlé, 본명은 하인리히 네슬레(Heinrich Nestlé))
대표자 울프 마크 슈나이더(2017년 1월~)
분야 식품
취급품목 유제품, 커피, 음료, 식수, 시리얼, 유아용품, 냉동식품, 초콜릿, 애완동물식품 등
사이트 http://www.nestle.com/
본사 주소 브베(Vevey)

브랜드 왕국 네슬레

네슬레는 ‘세계적인 식품 거인’ 혹은 ‘아기 영양 전문가’ 등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식음료 기업이다. 2015년 12월 기준 전 세계 약 200여 개 국가에 진출해 있으며, 직원은 33만 9,000여 명, 연매출은 916억 스위스프랑(약 110조 원)에 달한다. 네슬레 제품은 매일 제품 10억 개 이상이 팔리는데, 매출의 98%를 해외에서 올린다. ‘세계 최고의 영양․건강․웰빙 회사로 재무 실적을 산업 기준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네슬레는 유제품, 커피, 음료, 식수, 시리얼, 유아용품, 냉동식품, 초콜릿, 애완동물식품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무려 8,000여 종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이게 시사하듯, 네슬레는 브랜드 왕국이기도 하다. 예컨대 인스턴트커피 브랜드의 대명사격인 ‘네스카페(NESCAFÉ)’, 캡슐커피머신 네스카페 돌체구스토(NESCAFÉ Dolce Gusto), 영유아 시리얼 세레락(CERELAC), 영유아 이유식 거버(GERBER), 조제분유 베바(BEBA), 초콜릿 우유 음료 네스퀵(NESQUIK), 세계 1위 생수 브랜드 ‘퓨어 라이프(Pure Life)’, 초콜릿 과자 ‘킷캣(Kit Kat)’, 캔디 ‘폴로(Polo)’, 아이스크림 하겐다즈(Haagendazs) 등이 모두 네슬레 브랜드다.

네슬레를 설립한 인물은 약사이자 화학자였던 앙리 네슬레(Henri Nestlé). 181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Frankfurt am Main)에서 14남매 중 11 번째로 태어났다. 본명은 하인리히 네슬레(Heinrich Nestlé)였는데, 1843년 스위스의 작은 마을 브베(Vevey)로 이주해 약국을 열면서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있는 지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이름을 ‘앙리 네슬레’로 바꾸었다. 프랑스식으로 개명한 것이다.

앙리는 1866년 네슬레를 설립했다. 회사 이름을 네슬레로 정한 것은 자신의 성(姓)인 ‘네슬레’가 작은 둥지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 ‘네스트(Nest)’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네스트는 자연․영양․가족․따뜻함․보호 등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앙리는 소비자들이 회사명 네슬레에서 모성애와 어머니의 온화함 등을 연상해 네슬레가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업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네슬레의 로고가 어미 새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모습으로 형상화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네슬레 창업자 앙리 네슬레.

ⓒ 네슬레 홈페이지 | CC BY-NC-ND

앙리는 1866년 곡식가루, 설탕, 우유 등을 혼합해 유아용 시리얼 ‘페린락테(Farine Lactée)’를 만들었다. 페린락테는 가루우유라는 뜻이다. 영양 결핍으로 모유 수유가 여의치 않은 산모와 모유를 제대로 먹지 못해 성장을 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아이들이 발생하는 현실을 보고 모유 대신 유아의 영양을 보충해주기 위해서 만든 것이었다. 당시 유럽엔 산모의 영양 부족으로 모유를 먹지 못해 사망하는 아이의 숫자가 적지 않았다. 이때 앙리가 개발한 분유는 훗날 모유의 가장 큰 경쟁자로 부상하게 되지만 앙리가 처음부터 모유와 경쟁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모유를 예찬했다. 예컨대 그는 1869년 이렇게 말했다. “생후 첫 몇 개월간은 모유가 최고의 천연 영양소다. 모든 어머니는 가능한 한 직접 자녀에게 젖을 물려야 한다.”

네슬레 로고.

앙리는 네슬레가 소비자들에게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업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로고를 어미 새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 Nestlé/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해외시장 진출과 네스카페의 탄생

이렇게 모유를 예찬하긴 했지만 앙리의 사업 감각이 탁월한 사업가였다. 페린락테가 모유 수유를 할 수 없는 부모들에게서 좋은 평판을 얻자 회사를 설립한 초기부터 공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네슬레의 해외 시장 진출은 사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네슬레를 설립한 스위스가 워낙 소국(小國)이라 자국 시장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네슬레는 1872년까지 약 17개국에 페린락테를 수출했으며, 미국과, 영국, 독일, 스페인 등에 공장을 세웠고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싱가폴, 홍콩, 인도 등에도 자회사를 설립했다. 1905년엔 경쟁 업체였던 ‘앵글로 스위스 연유 회사(Anglo-Swiss Condensed Milk Company)’와 합병해 ‘네슬레&앵글로-스위스 컨덴스드 밀크 컴퍼니(the Nestlé & Anglo-Swiss Condensed Milk Company)’를 설립하는 등 회사의 몸집을 불렸는데, 이후에도 네슬레는 인수합병을 전략적으로 추진했다.

제1차 세계대전을 겪는 와중에 네슬레는 크게 성장했다. 전쟁으로 인해 유럽 전역에서 우유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정부 계약 형태로 우유를 대체할 유제품 판매를 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 우유 공급이 재개되면서 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자 네슬레는 사업 다각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때 네슬레가 주목한 건 초콜릿이었다. 네슬레는 새롭게 시작한 초콜릿 사업의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 성공을 거두기 시작하자 1929년 초콜릿 회사 페터 카일러(Peter Cailler)사를 합병해 초콜릿을 네슬레의 주요 생산품 중의 하나로 삼았다.

네슬레는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정부 계약 형태로 우유를 대체할 유제품 판매를 하면서 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네슬레는 1938년 커피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제품을 개발했다. 바로 인스턴트커피의 대명사인 네스카페였다. 네스카페 탄생엔 이런 배경이 있다. 1930년 커피 생두를 생산하는 주요 국가 가운데 하나인 브라질의 커피협회가 네슬레에 뜨거운 물에 타서 먹어도 향이 변하지 않는 커피를 개발하자는 제안을 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 대공황으로 커피 수요가 크게 줄어들자 신상품 개발의 필요성을 느낀 데 따른 제안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네스카페는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전쟁의 와중에 네스카페가 미군들에게 보급되었는데, 간편하게 물에 타 마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맛까지 괜찮다는 소문이 미군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한 것이다. 당시 유럽과 아시아에 주둔하던 미군의 주요 음료로 각광을 받았던 네스카페는 전후엔 미국인의 식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음료로 부상했다. 예컨대 1950년대 들어 미국에선 로큰롤 음악을 들으려고 커피하우스를 찾은 10대 청소년들까지 네스카페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네슬레가 1938년 개발한 네스카페.

ⓒ 네슬레 홈페이지. | CC BY-NC-ND

제2차 세계대전 후 네슬레는 종합 식품회사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네슬레가 선택한 전략 역시 인수합병이었다. 예컨대 네슬레는 1947년엔 스위스의 양념 제조업체인 알리멘타나(Alimentana S.A.), 1950년엔 영국의 통조림 제조업체인 크로스앤블랙웰(Crosse&Blackwell), 1963년에는 스웨덴의 냉동식품 제조업체인 핀두스(Findus)를 인수했다. 1977년엔 미국의 의약품 제조업체인 알콘(Alcon Laboratories, Inc.)을 인수하고 회사 이름을 오늘날의 ‘네슬레 그룹(Nestlé S.A)’으로 바꾸었다. 이렇게 인수합병으로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며 거대 식품회사로 성장하기 시작했지만 1977년 발생한 이른바 ‘네슬레 보이콧 운동’으로 기업 역사상 최대의 시련을 맞게 된다.

공격적 마케팅과 ‘네슬레 보이콧 운동’

초창기부터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었던 네슬레는 1960년대부터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에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네슬레는 분유를 팔기 위해 모유가 질병을 옮길 수 있다고 광고하거나 무료 샘플을 나눠주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당시 네슬레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어느 정도였던가? 이영면 등은 [고장 난 거대기업: 우리 시대 기업에 따뜻한 심장 달기]에서 “당시 아프리카 여성들은 아기에게 대부분 모유를 먹였습니다. 네슬레는 자기 회사에서 만든 분유를 더 많이 팔기 위해 아프리카 엄마들에게 모유 수유는 구시대적이고 불편하다고 선전했습니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대신 간편하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분유를 먹이라고 광고를 퍼부었지요. 그리고 회사의 마케팅 사원에게 의사 가운을 입혀 모유를 먹이면 아이들에게 에이즈가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한 분유를 먹여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였어요. 또 포스터나 팸플릿에 간호사 복장을 한 우유 간호사(Milk Nurse)를 등장시켜 네슬레 이유식이 믿을 수 있고 인증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었지요. 네슬레 분유레는 비타민이 듬뿍 들어 있어 아기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울 수 있다며 아기 엄마들에게 무료 샘플을 나눠 주었습니다.”

이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1970년대 들어 아프리카에서 네슬레의 분유 판매량은 껑충 뛰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유아들이 사망했다는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예컨대 1974년 저널리스트 마이크 뮬러(Mike Muller)는 영국의 빈민 구제 단체인 워온원트(War on Want)의 지원을 받아 아프리카를 돌아보고 쓴 35쪽짜리 보고서 [누가 아기를 죽이는가(The Baby Killer)]에서 네슬레와 같은 분유 기업이 제3세계 국가에서 일어난 유아 사망 사고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저널리스트 마이크 뮬러가 1974년 쓴 보고서 [누가 아기를 죽이는가(The Baby Killer)] 표지.

ⓒ War on Want 홈페이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그건 네슬레가 분유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마케팅에만 치중한 나머지 ‘올바른 분유 사용법’을 전혀 교육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유아들에게 분유를 먹이기 위해선 깨끗한 물과 청결한 우유병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당시 아프리카가 처한 현실과 위생 상태는 분유를 먹이기엔 최악이었다. 물은 오염되어 있었고 우유병을 소독할 시설도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네슬레에게서 분유 사용법을 전혀 배우지 못했던 아프리카 주민들이 오염된 물에 분유를 타서 소독도 되지 않은 우유병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분유를 먹였으니 어찌 되었겠는가? 수많은 아이들이 설사, 구토, 이질, 호흡기 감염 등 이른바 ‘인공영양아 병(Bottle-Baby disease)에 걸렸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사망하고 말았다. 분유값을 아끼려 했던 엄마들이 분유의 양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영양실조로 죽은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네슬레의 공격적 마케팅이 도마 위에 올랐음은 물론이다. 네슬레가 비윤리적 행위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지만 네슬레가 오염된 물이 문제일 뿐 자사의 제품 품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하면서 논란은 확산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독일의 시민단체 제3세계행동그룹(TWAG)은 ‘네슬레가 아기들을 죽이고 있다(Nestlé Kills Babies)’란 제목의 문서를 배포하기도 했다. 네슬레는 TWAG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해 2년에 걸친 소송에서 승리했지만 네슬레가 전개한 마케팅의 비윤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더욱 커졌다.

1997년 미국 미네아폴리스에서 발족한 분유행동연합(INFACT: Infant Formula Action Coalition)은 네슬레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인해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 국가에서 많은 유아들이 사망했다며 분유뿐만 아니라 네슬레의 모든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후 네슬레 불매운동은 유럽으로 퍼져 나갔고 일부 대학에서는 ‘네슬레를 타도하자’는 과격한 구호마저 등장했다. 이에 네슬레는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세우는 등 공격적으로 대응했지만 국제사회의 여론은 차가웠다.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하락하는 등 모든 상황이 네슬레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네슬레는 1981년 세계보건기구(WHO)의 ‘모유 대체식품 판매에 관한 국제 규약’을 준수하기 위한 기업 내부의 세부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피력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네슬레와 유니세프, 세계보건기구, 분유행동연합 사이에서 협상이 진행되었고 네슬레는 1984년 분유행동연합과 협의해 WHO의 관련 규약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네슬레는 의사나 병원에 분유 수유를 장려하는 활동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했으며, 회사 제품과 인쇄물에 경고문을 실을 것을 동의했다. 이때 벌어진 네슬레 보이콧 운동은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성공한 최초의 불매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네슬레의 혁신과 개별 소비자 전략

앞서 말했듯, 오늘날 네슬레는 해외 시장의 매출 비중이 총매출의 98%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세계적으로도 ‘글로벌화가 가장 잘 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불매운동을 겪고도 네슬레가 오늘날 글로벌 식품업계의 강자로 군림할 수 있는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그건 끊임없이 제품 혁신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네슬레만의 혁신 정책이다. 네슬레는 1년에 적어도 20% 제품을 혁신한다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혁신 정책으로 5년이 지나면 네슬레에 새 제품이 아닌 제품은 없게 되는 셈이다.

네슬레가 혁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물론 고객이다. 네슬레는 “우리의 제품이 어디서나 언제나 어떤 식으로든(wherever, whenever, however)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철저하게 개별 소비자에게 집중하는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소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따른 것으로, 오로지 고객만을 관찰하고 연구하면 고객이 원하는 진짜 답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네슬레의 혁신이 연구실이 아닌 현실에서 비롯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네슬레의 성장을 이끈 페터 브라베크 레트마테.

ⓒ Nestlé/flicker | CC BY-NC-ND

네슬레의 혁신과 관련해 1997년부터 11년 동안 네슬레의 CEO을 지냈으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회장을 지내며 네슬레의 성장을 이끈 페터 브라베크 레트마테(Peter Brabeck-Letmathe)는 이렇게 말한다.

“네슬레 커피 브랜드인 네스카페를 이야기해보자. 커피 고객들을 관찰․연구한 결과 사람들이 커피 한 잔을 위해 오랫동안 기다리는 것을 지루해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는 네스카페가 처음으로 인스턴트커피를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 인스턴트커피 개발 후에도 네스카페는 끊임없이 인스턴트커피를 혁신했다. 설탕 한 스푼만 들어 있는 인스턴트커피에서부터 설탕과 프림이 함께 들어 있는 커피, 저지방 크림이 들어 있는 커피, 칼로리를 절반으로 줄인 커피 등 다양한 인스턴트커피를 개발했다. 이 같은 노력이 있었기에 다양한 고객에게 원하는 제품을 제공할 수 있었다. 네스카페는 또 인스턴트커피 가루가 잘 녹지 않아 고객들이 불편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액체 인스턴트커피도 개발했다. 지금 잘 팔리고 있는 캡슐 커피가 바로 액체 인스턴트커피를 재혁신한 제품이다.”

네스카페의 개별 소비자 공략 전략은 네슬레가 세계 공통 브랜드와 일부 국가에서만 사용하는 브랜드를 혼용하고 있는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네슬레는 현재 8,000여 종이 넘는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세계 공통 브랜드는 불과 750여 개에 불과하며, 10개국 이상에 등록되어 있는 브랜드도 100개 채 되지 않는다. 세계 공통 브랜드도 지역의 사정에 맞춰 맛이나 포장을 달리하고 있다. 예컨대 세계 7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는 초콜릿 킷캣(Kit-Kat)은 맛과 당도가 국가마가 차별화되어 있다.

초콜릿 킷캣(Kit-Kat).

세계 7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는 초콜릿 킷캣(Kit-Kat)은 맛과 당도가 국가마가 차별화되어 있다.

ⓒ 네슬레 홈페이지 캡처.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네슬레의 개별 소비자 전략은 이른바 신흥 시장을 공략하는 상품인 ‘보급형 제품군(Popularly Positioned Products)’군에서 확인할 수 있다. PPP는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의 저소득 소비자를 겨냥해 이들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의, 고품질 영양소가 풍부한 식품이다. 네슬레는 PPP를 통해 신흥 시장의 저소득 계층을 겨냥하면서도 동시에 부유층과 퍼스낼러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겨냥해 이른바 고급화 전략도 사용한다. 그러니까 네슬레의 마케팅은 투 트랙으로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에너지․IT 등 각 분야 베테랑 전략분석가로 구성된 글로벌 네트워크 THE GROWTH AGENDA가 쓴 [성장의 챔피언]은 “네슬레에는 다양한 유통 모델을 통해 전 세계에서 이용할 수 있는 ‘보급형 제품’이 거의 5,000가지나 있다. 대다수 상품들에는 건강을 생각한 영양소가 함유돼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영양을 강조하는 일과 함께 다른 변화의 궤적은 ‘적당한 사치품’이라는 이름의 ‘고급화(premiumization)’ 전략이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네스프레소 커피 등 네슬레는 모든 제품 종류군마다 나름의 고급화 전략을 개발했다.”

정치(精緻)하게 진행되는 네슬레의 현지화 전략

네슬레는 투 트랙 전략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서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은 신흥 시장이다. 거대 다국적 기업의 연고지 시장은 성숙기를 지나 이미 포화 상태에 직면해 있는 반면 이들 신흥 시장이 글로벌 소비 시장의 주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신흥 시장에서 네슬레의 보급형 제품의 매출 성장세는 대단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네슬레의 신흥 시장 공략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다. 네슬레가 강조하고 있는 개별 소비자 전략이 신흥 시장에서는 현지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신흥 시장 공략을 위한 네슬레의 현지화 전략은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는데, 갈수록 정교하고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1992년부터 할랄 제품 개발을 시작해 2010년 말 전 세계 85개 공장과 154개 제품이 할랄 인증을 받은 게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네슬레가 신흥 시장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는 현지화 전략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첫째, 현지의 문화와 관습,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제품 생산이다. 글로벌 소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네슬레는 ‘현지의 법적·문화적·종교적 관행’에 대한 고려를 제1의 경영 원칙으로 삼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을 공략하는 네슬레의 마케팅 전략을 잘 보여주는 게 바로 네슬레 마케팅 파트에 존재하는 ‘컨슈머 인사이트’ 담당자다. 이 담당자는 업무의 일부로 며칠간 타깃이 되는 고객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의 생활방식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들 요구에 맞는 제품 공급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네슬레 본사의 임직원들도 정기적으로 신흥국을 방문해 현지 소비자나 유통망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데, 이들 역시 현지의 저소득층 가정을 방문해 단기 공동생활을 경험하고 있다.

둘째, 제품 원료를 현지에서 조달하는 전략이다. 현지 조달을 통해 운송비․수입관세 등의 각종 비용은 줄이는 대신 고품질의 원료를 확보해 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신흥국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네슬레는 중국과 남미, 아프리카 등 약 30여개 국가에서 원료의 현지 조달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이윤 창출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이 밖에도 네슬레는 세계 각지에 적지 않은 실험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각 지역에 생산 판매 공장을 설립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셋째, 현지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전략을 통한 신뢰 확보다. 안정적인 수입원이 필요한 지역사회 농가를 위해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네슬레가 아프리카에서 2010년 도입한 농촌 개발 프로그램 ‘네스카페 플랜’이 대표적인 경우다.

네스카페 플랜 로고.

ⓒ 네슬레 홈페이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당시 커피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중간상인이 취하는 이득에 비해 커피 농가의 수익성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때 네슬레는 묘목을 커피 농가에 제공하고 재배 기술을 교육하는 한편 R&D센터 7곳을 세워 수확량을 높이는 방법도 연구하고, 27개 커피 공장의 에너지와 물 사용을 줄이기 위한 목표를 설정해 진행했다. 이런 식으로 해서 네슬레와 직접 비즈니스를 하는 17만 농가의 수입을 배로 늘렸다고 한다.

왜 네슬레는 CSV의 대표적 기업으로 불리는가?

네슬레 현지화 전략은 마케팅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기업 홍보와 이미지 제고에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제3세계 지역사회와 윈-윈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을 통해 네슬레가 얻는 홍보 효과는 계량화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예컨대, 앞서 말한 ‘네스카페 플랜’에 네슬레는 5억스위스프랑(약 6,000억 원)을 투자했지만 홍보 효과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농부와 실업자 5,000명에게 네스카페 커피를 싣고 나를 수 있도록 제공한 ‘네슬레 카트’ 프로젝트는 어떤까? ‘네슬레 카트’를 통해 농부와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주민들에게 네스카페 커피를 공급하는 방식을 통해 네슬레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거두었다.

이렇듯 제3세계 지역사회와 윈-윈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일까? 네슬레는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 가치 창출)’를 하는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네슬레는 2007년부터 전 세계에서 물(Water․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성 향상), 영양(Nutrition․소외 계층의 영양 부족 해결), 지역개발(Rural Development․농촌 지역사회의 삶의 질 개선) 등 3가지를 주축으로 삼아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CSV란 ‘기업이 동시에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개념으로, 2011년 하버드대학 교수 마이클 포터의 논문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네슬레에서 만든 CSV 피라미드 모형.

네슬레는 CSV를 위해 Compliance(준법 경영)과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노력을 하고 있다.

네슬레의 CSV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지역개발(Rural Development․농촌 지역사회의 삶의 질 개선)이다. 이와 관련해 에너지․IT 등 각 분야 베테랑 전략분석가로 구성된 글로벌 네트워크 THE GROWTH AGENDA가 쓴 [성장의 챔피언]은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전략이 있지만, 농촌 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은 주목할 만하다. 네슬레는 ‘농촌 개발의 목적은 가난과 굶주림을 줄이고, 비도시 지역의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고 전했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신흥 시장 44개 농촌 지역에 자리 잡은 네슬레 공장들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런 주장은 확실한 변화를 이끌어 냈다. 2010년 그중 70%는 네슬레가 설치한 상수도 시설을 갖췄다. 전체 58% 지역에 견습제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에는 읽기, 쓰기와 숫자 계산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현재 네슬레는 영양, 물, 농촌 개발, 환경 지속 가능성, 인권 등 5가지 영역으로 나눠 CSV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주 및 비영리단체 등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CSV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한 네슬레

네슬레는 2011년 1월 질병 치료 연구 개발을 위한 자회사 네슬레 건강과학(Nestle Health Science)과 네슬레 건강과학 연구소(Nestle Institute Health Science)를 설립해 헬스케어 산업에 본격 진출했다. 당뇨병과 비만, 심혈관계 질환, 노인성 치매와 같은 건강 질환을 예방하고 맞춤형 보건 영양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발하겠다는 목적에서다. 네슬레는 식품과 의학을 결합시킨 이른바 ‘의약 식품’ 연구를 통해 만성 질병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만성신장염 환자를 위한 껌이나 화학요법의 부작용까지 완화하는 제품을 생산할 계획 등을 가지고 있다.

네슬레는 2013년부터 ‘건강과학(Health Science)’계와의 협업을 통해 나트륨, 설탕, 포화지방, 철분, 비타민 등에 대한 새로운 목표 수준을 설정해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 목표는 세계보건기구의 영향을 받아 설정한 것으로, 네슬레는 이미 2000년경부터 10여 년간 각종 제품에 들어가는 설탕량을 30% 정도 줄인 바 있다. 네슬레는 2015년 하반기에 2016년 말까지 모든 제품 라인의 설탕, 나트륨, 포화지방을 10%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그간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설탕에 관대하던 개발도상국 정부마저 설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세계 각국 정부들이 이른바 ‘설탕과의 전쟁’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네슬레는 2013년부터 ‘건강과학(Health Science)’계와의 협업을 통해 나트륨, 설탕, 포화지방, 철분, 비타민 등에 대한 새로운 목표 수준을 설정해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 목표는 세계보건기구의 영향을 받아 설정한 것으로, 네슬레는 이미 2000년경부터 10여 년간 각종 제품에 들어가는 설탕량을 30% 정도 줄인 바 있다. 네슬레는 2015년 하반기에 2016년 말까지 모든 제품 라인의 설탕, 나트륨, 포화지방을 10%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그간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설탕에 관대하던 개발도상국 정부마저 설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세계 각국 정부들이 이른바 ‘설탕과의 전쟁’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이런 노력 때문일까? 네슬레는 2016년 1월 네덜란드에 소재한 비영리 기구인 식품접근성재단(ANF: Access to Nutrition Foundation)가 공개한 ‘영양섭취 접근성 지수’(ATNI: Access to Nutrition Index) 보고서에서 글로벌 영양 위기 문제를 타결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식‧음료기업 2위로 선정되었다. 1위는 유니레버(Unilever)였다. 이 보고서는 “단 한곳의 기업도 ‘영양섭취 접근성 지수’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건강 친화적인 식‧음료 생산, 설탕‧나트륨 및 지방 함량 감소, 건강에 좋은 원료들의 함유량 제고, 부담을 낮춘 가격, 건강 친화적인 식‧음료의 이머징 마켓 공급 확대 등의 항목들을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유니레버와 네슬레가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한 각국 정부의 정책에 맞춰 네슬레도 설탕 줄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설탕과의 전쟁’을 시작한 각국 정부의 정책에 맞춰 네슬레는 설탕을 대체할 신재료 개발에도 매년 막대한 돈을 쓰는 있는데, 2016년 초 향미우유(flavored milk, 바닐라와 과일 등의 맛을 추가한 우유) 제품인 네스퀵에서 첨가당을 줄인 신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식품에 의학을 결합해 세계 식품업계에서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네슬레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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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표 집필자 소개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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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스토리 저자김환표 | 출판사Daum 전체항목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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