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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린 락테(Farine Lactee). 네슬레가 1867년에 내놓은 유아용 식품의 상품명이다. '가루우유'라는 뜻을 지닌 이 제품의 개발자는 앙리 네슬레(Henri Nestlé). 잘 나가는 약제사 겸 발명가였던 그는 왜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14남매 중 열한 번째로 태어났으나 성년이 되도록 살아남은 형제자매는 7명뿐이었다는 아픈 기억 때문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리업을 하던 집안의 일을 승계하지 않고 유명 약제사 밑에 들어가 4년간 도제 수업을 받은 것도 사람을 살리고 싶었던 마음에서다. 20대 후반 스위스 베베로 이주한 그는 프랑스계가 많은 지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하인리히(Heinrich)라는 이름을 앙리로 바꾸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인 끝에 사업의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46세라는 늦은 나이에 결혼한 후 그는 다시금 유아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발명에 빠져들었다. 소젖과 밀가루, 설탕을 혼합한 신제품 페린 락테는 모유를 먹지 못해 가망이 없다고 포기한 신생아들을 살려내며 유럽 전역을 넘어 미국에서도 병당 50센트에 팔려나갔다. 부와 명성이 쌓일 무렵 그는 회사를 100만 스위스프랑에 매각하고 은퇴, 시골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소규모 사업을 벌이다 1890년 7월 7일 심장마비로 76년의 생을 마쳤다.
오늘날 네슬레는 거대 기업이 되었지만 화려한 이면에는 비난도 적지 않다. 과대광고와 정치적 이유에 따른 분유 공급 중단 등의 구설수로 전 세계적 불매운동에 휘말린 적도 있다. 독일어로 '둥지'라는 뜻을 지닌 '네슬레'라는 회사명과 큰 새가 작은 새를 품은 로고는 아직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지만 정작 인간을 아끼고 사랑했던 설립자의 뜻은 매출 1,058억 달러, 순이익 174억 달러라는 금전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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