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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촉발된 특검 수사로 인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법정에 섰지만 주요 혐의인 경영권 불법승계에 대해선 1ㆍ2심에서 연거푸 무죄가 났다. 2008년 1월 출범한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99일간의 수사 끝에 이 전 회장과 이학수 전 부회장 등 삼성 핵심 임원 8명을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법정에 서게 된 이 전 회장 및 삼성측은 에버랜드 CB 편법증여 및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에 따른 배임 혐의를 놓고 특검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이미 에버랜드 CB 편법증여 의혹으로 허태학ㆍ박노빈 에버랜드 전ㆍ현직 사장이 기소돼 1심과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어 ‘몸통 격인 이 전 회장의 재판 결과에 큰 관심이 모아졌다.
특히 1심 재판 과정에서는 비록 기소 대상은 아니었지만 이 전 회장의 아들 재용 씨가 증인으로 나와 아버지와 아들이 법정에서 만나는 보기 드문 상황도 연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민병훈 부장판사)는 특검법이 규정한 재판 기한을 맞춰 석달 만인 2008년 7월 중순께 에버랜드 CB와 삼성SDS BW 사건에 각각 무죄와 면소 판결이 내렸다. 에버랜드 CB는 주주배정 방식으로 발행돼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삼성SDS BW의 경우 3자 배정 방식이어서 회사에 손해가 나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되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재판부는 차명주식 거래를 통한 조세포탈 혐의를 유죄로 보고 이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천100억 원을 선고했다.
사건의 초점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맞춰져 있다 보니 조세포탈에 대한 일부 유죄 결정은 법조계 안팎에서 사실상 무죄처럼 받아들여졌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서기석 부장판사)는 주주배정이든 3자 배정이든 회사에 손해가 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배임죄로 형사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의 폭을 넓히고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2000년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래 끊임없이 논란을 빚어온 에버랜드 사건을 비롯해 특검 수사로 정리된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는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대법원 판결로 일단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법원은 2009년 2월 18일 대법원 1ㆍ2ㆍ3부 소속 대법관의 구성을 개편해 삼성 사건 상고심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건희 전 회장의 상고심은 본래 1부에서 맡았으나 주심인 김지형 대법관이 2부로 옮김에 따라 담당 소부가 주심 대법관을 따라 2부로 바뀌게 된다.
특히 그동안 삼성사건 심리에 참여했던 고현철ㆍ박시환ㆍ박일환 대법관이 1ㆍ2부에서 빠지고, 김영란ㆍ이홍훈ㆍ양창수 대법관이 새로 배치됐다. 에버랜드의 전ㆍ현직 사장인 ‘허태학ㆍ박노빈 사건’의 상고심은 원래 2부에서 맡았으나 주심인 김능환 대법관이 1부로 옮김에 따라 담당 소부가 1부로 변경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 사건 심리에 참여한 대법관 간 의견차이로 인해 선고가 늦어진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어찌됐든 대법원 판결을 목전에 둔 ‘삼성사건’은 재벌그룹 총수의 경영권 승계나 차명 주식 보유와 관련해 투명경영의 필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한편 이 전 회장이 직접 법정에 나와 에버랜드 사건 등 해묵은 의혹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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