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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무가를 문학의 양식에 따라 분류했을 때 희곡적 성격을 가지는 무가. 대화와 행위를 수반하여 극적으로 진행되는 굿놀이를 채록하여 정리한 자료를 말한다.
지금까지 채록된 희곡무가의 자료는 경기도의 양주 소놀이굿, 서울·경기지역의 장님놀이·어둥이놀이, 동해안지역의 도리강관원놀이·거리굿·중잡이놀이, 제주도의 세경놀이·영감놀이·전상놀이 등이 있다.
소놀이굿은 경기도 양주의 재수굿 중 제석거리에서 행해진다. 풍농을 기원하는 굿놀이로서 주무(主巫)·소·마부가 등장하여 주무와 마부의 대화로서 진행된다. 소의 여러 부위의 치레사설·축원·덕담·액막이 사설로 이루어져 있다.
장님놀이는 중부지역의 재수굿 뒷전에서 행해지는데 나그네의 모습으로 등장한 장님과 무녀의 골계적 대화로 엮어진다. 마지막에는 약수를 길어다가 눈을 씻고 개안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어둥이놀이는 경기도 도당굿 뒷전에서 행해지는데, 하인인 어둥이와 상전이 등장하여 골계적 대화와 행위를 보여주는 굿놀이이다.
도리강관원놀이는 동해안지역 별신굿 중 천왕굿거리에서 행해지며 일명 천왕범방 고딕굿이라고도 한다.
신관사또가 부임하여 관속들의 인사를 받는 모습을 골계적으로 보여주고 사또 및 이방·강관·도사령 등의 관속, 그리고 관노인 고딕이 등장한다. 고딕은 이속들을 놀리고 이속들은 사또를 놀리면서 진행된다. 조선시대 지방 관료사회의 비리와 모순을 풍자하는 굿놀이이다. 거리굿은 동해안지역 별신굿 중 맨 끝에 행해지는 굿거리인데 주무와 반주무가 등장하여 주무 1명이 배역을 바꾸어가며 반주무나 관중을 상대로 대화를 나누면서 여러 가지 삶의 모습을 엮어나가는 굿놀이이다.
훈장거리·과거거리·관례거리·출산거리·며느리거리 등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향촌의 일상 생활에서 체험할 수 있는 소재들로 구성된다. 전통사회에서 존중되던 유교적 교양이나 윤리가 부정적 등장인물에 의해 희화화되고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성생활의 일면을 과장하여 노출시킴으로써 웃음을 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잡이놀이는 동해안 별신굿 중 시준거리의 일부로 행해지는데 중도둑이 났다는 소란과 함께 사촌 둘이 등장하여 중도둑을 잡는다며 골계스러운 재담과 행위를 보여주는 굿놀이이다.
세경놀이는 제주도 큰굿 중에서 행해지는 굿놀이로서 임신한 여인이 등장하여 아이를 낳아 팽두리라 이름짓고 그 아이가 자라서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여준다.
출산과 농경의 묘사를 통해 풍농을 기원하는 굿놀이이다. 영감놀이는 제주도 작은굿에서 행해지는 도깨비신에 대한 굿놀이로서 밤에 행해진다. 영감으로 분장한 무녀가 영감가면을 쓰고 횃불을 들고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수심방은 무의(巫醫)를 하게 된 사연을 축원의 형태로 고하고 영감신을 부르는데 여기서부터 영감놀이가 시작된다.
밖에서 대기하던 영감신이 들어와 수심방과 좋아하는 것을 묻고 대답하는 등의 골계적 대화로 나누고 차려놓은 제물을 대접받고 환자를 살펴본 다음, 병을 준 신과 함께 쌀·어물 등을 가득 실은 배를 타고 떠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이 난다. 영감신은 서울 허정승의 일곱째 아들로서 제주도 한라산 일대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술과 여자를 좋아하고 화가 나면 불을 놓아 집안을 망가뜨리기도 하는 골계적 신이다. 전상놀이는 제주도 큰굿 중에 삼공맞이에서 행하는 굿놀이인데 전상이란 사람이 집착을 가지는 일이나 행위 또는 마음을 말한다.
전상놀이는 삼공신을 맞이하는 축원이 끝나면서 삼공신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심방이 삼공신을 청하면 장님 거지부부가 등장하여 심방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내력으로 삼공본풀이를 노래한다. 이어 심방이 거지부부에게 잔을 따르며 자기가 가믄장아기라고 하면 거지부부가 놀라 잔을 떨어뜨리면서 눈을 뜨는 모습을 보여준다. 눈을 뜬 거지부부가 전상을 모두 내쫓는 '전상물림'과 수심방이 길흉을 점치는 '분부사룀'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희곡무가의 연극 기법적 특징을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말로 하는 설명과 행위로 묘사하는 표현이 혼합되어 있다. 즉 설화적 성격과 연극적 성격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 무당은 극적 상황을 관중에게 설명하고 극의 내용을 행위로 표현하는 일을 반복한다. 둘째, 극중세계가 현실세계로 열려져 있다. 주역을 맡은 무당은 극중의 인물이면서 동시에 현실계의 무당이고 극중공간은 굿하는 현장인 공연장소와 일치하기도 한다. 거리굿에 등장하는 훈장은 극중인물이면서 저승과거에 등과하여 무의를 맡을 자격을 얻은 무당 자신이기도 한 인물이다.
출산거리에서 주무는 아이를 낳는 연기를 하며 관중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셋째, 극중의 인물이나 배경의 변화가 관념적으로 처리된다. 주무는 내가 아무개라는 선언 한마디로 등장인물의 배역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여기가 어디라고 말함으로써 극중 공간도 변경된다. 즉 밥하는 행위를 흉내내면 극중장소는 부엌이 되고 노 젓는 흉내를 내면 강이나 바다가 된다. 또한 공간 이동이나 시간의 흐름도 관념적으로 표현된다.
장단에 맞추어 굿마당을 한 바퀴 돌면 극중 장소는 시골에서 서울로 이동되고 몇 마디 노래로 몇 년의 시간이 지남을 표현하기도 한다.
희곡무가의 주제적 특징을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상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희곡무가의 소재는 대부분 밥 짓고, 농사 짓고, 결혼하고, 아기 낳고, 글 배우고 하는 일상생활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일상생활을 재현하는 이유는 서민들의 소박한 이상을 표현한 것으로서 생활상의 행복을 기원한다는 의미가 있다.
둘째, 골계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희곡무가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비정상적이고 바보스러운 존재들로서 바보스러운 행위를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 비극적 내용이라도 그 표현은 골계적이다. 셋째, 비속적 표현이 많고 성적 노출이 심하다. 희곡무가에서 골계미를 드러내는 방법은 성을 희화화하는 것이다. 무속은 본래 본능적 충동을 중시하고 풍요로운 삶을 귀중하게 여긴다. 풍요는 다산(多産)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작물의 다산은 성적 결합의 산물이기에 자손의 번성과 농작물의 풍요를 기원하는 굿에는 성이 노출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유교의 본능 억제의 윤리를 비판하면서 성은 과장되고 희화화되어 웃음을 유발하는 소재로 쓰여지게 되었다. 넷째, 양반층에 대한 풍자가 강하다. 굿놀이에서 풍자의 대상이 되는 인물은 대체로 사또·샌님·훈장 등 사대부 양반층이며 이를 풍자하는 인물은 어둥이·고딕이 등의 동복 또는 학동 등이다. 이들은 대체로 상하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놀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상적 삶을 중시하는 평민의 시각에서 사대부의 허례허식을 비판하는 내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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