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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선량왕 장 2세의 막내 아들이다. 당시 프랑스에서 가장 강력한 권세가의 하나로 한동안 조카 샤를 6세의 섭정을 맡았다. 샤를이 정신이상이 되었을 때는 프랑스의 실질적 지배자가 되었다. 1363년 9월 부르고뉴 공국을 필리프에게 하사하기로 한 장 2세의 약속이 실현된 것은 형인 샤를 5세가 즉위하여 이를 승인해준 1364년 6월이었다.

필리프와 샤를은 서로의 정책을 지원했다. 플랑드르의 마르그리트가 잉글랜드 왕자와 결혼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샤를은 필리프와 그녀의 결혼(1369. 6)을 주선했다. 1384년 필리프와 그의 아내는 플랑드르·아르투아·르텔·느베르·프랑슈콩테 등지를 비롯해 샹파뉴의 일부 영지를 상속받았다. 또한 매입과 교묘한 동맹을 통해 네덜란드 내의 몇몇 지역을 확보했다. 1386년 그의 영지는 너무 방대해져 북부와 남부 지역을 분리해 릴과 디종에 각각 별개의 행정부를 설치할 정도였다.

필리프와 그의 형제들은 조카인 샤를 6세가 아직 미성년이었을 때, 프랑스 정부의 요직과 이권을 나누어 가졌다. 그는 자기 영지의 지리적 위치 때문에 독일 및 잉글랜드와의 우호관계가 필요했는데,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서슴지 않고 프랑스 정부를 끌어들였다.

1388년 11월 샤를 6세는 삼촌들의 후견을 거부했다. 그러나 샤를이 1392년 정신질환을 일으키자 필리프는 최고 통치권을 다시 손에 넣었으며, 그 자신의 정책을 프랑스 정부에 강요했다.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잉글랜드와의 동맹(1396)을 들 수 있다. 또한 자신이 다스리는 플랑드르 지역 사람들이 로마 교황청의 보니파키우스 9세를 지지했기 때문에, 1398년 아비뇽 교황청의 베네딕투스 13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도 같은 경우에 해당된다. 더욱이 왕실 재정에서 막대한 자금을 유용함으로써 샤를 6세의 동생이자 그의 주요 정적인 오를레앙 공작 루이와 심한 갈등을 빚었다.

필리프는 예술 후원자였다. 진기한 서적과 필사본을 수집했으며, 보석과 값진 의복을 구입했다. 또한 화가들을 격려했다. 그러나 아들 장의 십자군 원정(1396)을 지원한 것이 엄청난 부채를 안게 된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