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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용어는 종교적인 극이나 연작극의 공연을 위해 고안된 수레 또는 장식 수레를 의미했으나, 뒤에 의미가 확대되어 공연을 위한 장치뿐만 아니라 공연 자체를 뜻하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공연에는 대개 장엄한 의식과 흥행이 수반되었기 때문에, 패전트는 어떤 특별한 종교적인 내용과 무관하게 실내나 야외를 막론하고 거행되는 모든 호화로운 연극 공연을 의미하게 되었다. 퍼레이드라고 하는 화려한 공식 행렬은 일종의 패전트라고 할 수 있다.

패전트는 대개 국가적·공동체적·종교적 집단, 또는 그밖에 어떤 단체의 집단적 목적을 과시하거나 자신들의 통합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원시사회에서는 언제나 행렬이 공동체의 단결을 예증해 보이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의 하나였다. 그와 같은 행렬을 하게 되는 계기는 매우 다양한데, 풍요를 기원하는 제식에서 시작하여 악령을 추방하거나 군대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행사가 모두 이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그런 축제로 구경거리가 제공되는 기간이 설정되고 나면, 축제시기나 그 시기와 관련되는 관습이나 행렬은 대물림을 하여 한 문화에서 다른 문화로 전해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국민들이 가톨릭을 믿는 많은 국가들의 경우 사순절 이전에 사육제가 거행되는데, 이것은 농신제(農神祭)·풍요제(豊饒祭)·주신제(酒神祭) 등 고대 로마 시대의 이교도적 축제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축제가 열릴 때는 행렬·음악·제사, 그외에 일반적 여흥이 제공된다.

몇 세대에 걸쳐 내려온 패전트 행사의 기본적인 특징은 극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행렬의 주제가 드러나게 되는데, 주제는 대사나 간단한 극적 연기를 통해 제시된다. 패전트 극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주요축제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이루었는데, 이러한 종교적 패전트 극이 점차 신비극이나 그밖에 서구의 다른 세속극에 선구적 역할을 했던 극으로 발전했다. 어떤 패전트 행사에서는 무대에 올려지는 연극 공연이나 극적 이야기 서술이 단순한 구경거리나 대중을 즐겁게 하기 위한 전시 행사에서 벗어나 대중을 완전히 압도하게 되었다.

그와 같은 패전트 극 중 특히 2편의 극은 주목할 만하다. 시아파 이슬람교도들 사이에서는 타지야(ta⁽ziyah:'애도'라는 뜻)라고 불리는 수난극이 이슬람으로 따져 첫번째 달의 첫 10일 동안 공연된다. 종종 극도의 감정에 호소하는 어투와 생동감 넘치는 세부 묘사를 통해 마호메트의 사위인 알리의 후손들이 겪었던 순교 이야기를 전해주는 이 수난극은 10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요소들을 담고 있다.

한편 바이에른 지방의 오버암머가우라는 마을에서 공연되는 수난극은 아마도 서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종교적 패전트 극일 것이다. 이 극은 예수가 지상에서 보낸 마지막 몇 시간의 일을 극화한 작품이다.

대관식, 왕족의 결혼식, 국빈(國賓)의 방문은 고대로부터 패전트 행사가 열리는 주요계기가 되어왔으며, 이러한 경향은 중세와 그후에 특히 유럽에서 두드러진다. 그러한 행사에는 행렬과 몇 가지 정해진 오락물 공연이 포함되는데, 일반적으로 오락물 공연에서는 우의적 인물들이 등장해 장엄한 기계적 무대효과를 배경으로 연설을 한다.

1514년 프랑스의 루이 7세가 메리 튜더와 결혼식을 올렸을 당시와 1520년 영국의 헨리 8세와 프랑스의 프랑수아 1세가 만나 회담을 했을 당시, 보기 드물게 화려하고도 정교한 패전트 행사가 거행되었다. 16, 17세기에 영국의 군주들을 위해 무대에 올려진 정교한 궁정 가면극들은 일종의 패전트 극이라고 할 수 있다. 본질적으로 이들 극은 무도회나 가면무도회로 이어지는 오락물들이었다. 벤 존슨은 이런 가면극들 중 가장 유명한 몇 편의 대본을 썼고, 이니고 존스가 무대 연출을 맡았는데, 이들 극에서는 간단한 주제가 음악과 시, 다채로운 의상과 끊임없이 변하는 무대배경 등 화려한 장식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

왕족과 귀족이라는 하나의 단일한 특권층에 의해 그러한 종류의 호화스러운 패전트 행사가 거행되는 관행은 현대에 들어서면서 불가피하게 사라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현대에는 사회의 모든 계층이 화려한 패전트 행사를 함께 즐길 권리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민주적 경향은 특히 오늘날 세계 각처에서 거행되는 사육제 행렬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로마, 베네치아, 니스, 리우데자네이루의 사육제, 또는 '파싱'이라고 하는 뮌헨과 쾰른의 사육제, '마르디 그라'라고 하는 뉴올리언스의 사육제가 시작되며, 수천 수만 명의 시민들이 화려한 의상을 차려 입고 장식 수레를 따라 전시물·꽃·음악, 그리고 여러 가지 여흥을 즐기면서 행렬에 참가한다.

일본에서도 그와 같은 공적 축제가 많이 거행된다. 각 도시와 수많은 마을들이 나름대로 고유한 개별적 축제를 거행하는데, 대개 수레나 배, 조상(造像)이나 성체를 모신 수레의 행렬이 이루어지며 여러 가지 경기가 벌어지기도 하고 화려한 의상 행렬이 펼쳐지기도 한다.

예로부터 국가나 군대의 공식 행사는 행렬과 패전트 행사를 열기 위한 주요계기가 되어왔다.

국가적 규모의 패전트 행사는 국가의 독립이나 군대의 승리, 그밖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열리게 된다. 한편 군사적 패전트 행사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것은 아마도 고대 로마에서 거행되었던 개선식일 것이다. 개선식이 벌어지면 승리한 장군이 그의 군사들, 전쟁포로들과 전리품을 이끌고, 집정관과 원로원 의원들과 함께 로마 시내를 통과하는 행렬에 참여했다.

군사적 패전트 행사의 현대적 예로는 제1·2차 세계대전 이후 각 동맹국의 수도에서 거행된 거대한 승리의 행진을 들 수 있다. 현역병들이나 퇴역한 군인들에 의해 거행되는 군대 행진은 현대의 패전트 행사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남아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경기(競技)나 경주(競走)는 패전트 행사의 주요종목이 되어왔다. 예를 들어 중세 유럽에서는 정교하게 연출된 군사적 시범을 보일 때 말 위에서 창을 갖고 군인들끼리 겨루는 시합이 종종 거행되었다.

이탈리아의 시에나에서는 경마와 함께 패전트의 요소를 여러 면에서 보여주는 축제인 팔리오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전통적인 중세 의상을 차려 입은 기수(騎手)들은 말과 함께 자기 지역의 교회에서 축복을 받은 뒤 경기에 참여하며, 상으로 주어지는 종교적 상징이 담긴 깃발은 경기 전날 행진의식을 통해 엄숙히 운반된다. 캘리포니아의 패서디나에 있는 로즈 볼 경기장에서는 매년초 중서부 소재 대학 리그전의 패자와 태평양 연안 소재 대학 리그전의 패자가 미식 축구시합을 벌이는데, 이 경기에 앞서 벌어지는 '로즈 볼 퍼레이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퍼레이드 중 하나로 꼽힌다.

20세기초 '순수한' 형태의 패전트 극, 즉 최초의 역사극들이 다시금 무대에 올려지게 되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루이스 N. 파커의 작품들이다.

파커는 역사를 정확히 재서술할 것, 인위적인 장면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자연 배경을 사용할 것, 아마추어 배우들에게 배역을 맡길 것 등의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역사극으로 패전트 극을 대중화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막스 라인하르트도 다양한 여러 지역에서 패전트 극을 무대에 올리려고 노력함으로써 현대 패전트 극의 발전에 공헌했다.

그러나 과거의 것을 흉내내려는 이러한 노력은 오늘날 남아 있는 패전트 행사의 주요형태라고 할 수 있는 행진이나 사육제, 축제 행렬 등과 비교할 때 보조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적어도 이들 행진, 사육제, 축제 행렬 중 어느 하나라도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으며, 이를 통해 현대 대중사회는 국가적 차원 또는 지역사회적 차원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