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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중기와 후기에 북쪽의 발트 해, 서쪽과 남쪽의 아드리아 해 서쪽에 있는 대부분의 도시들은 지방자치제도를 채택했고, 이런 자치도시들은 하나의 코뮌으로서 느슨하게 형성되었다.

모든 유형의 코뮌에 만족스럽게 들어맞는 정의는 없지만 대부분의 코뮌은 시민들이 서로 보호하고 돕겠다는 맹세로 굳게 결합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동등한 시민들 사이의 이같은 맹세는 독일의 다른 제도와 비슷하지만, 강력한 윗사람에게 보호받는 대신 충성을 서약했던 중세 초기 사회의 맹세와는 대조적이다(봉신). 이 자치기구는 재산을 소유하거나 협정을 맺을 수 있고, 구성원(자치기구의 구성원은 그 도시의 모든 주민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보통임)에 대하여 다양한 사법권을 행사하고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합이나 지역공동체가 되었다.

여러 유형의 코뮌 사이에는 지역에 따라 매우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이탈리아 북부와 중부, 그리고 프랑스 남부지방의 일부에서는 중앙에 강력한 정치권력이 없었고 지방도시의 경제가 일찍부터 발전했기 때문에, 코뮌은 단순히 자치단체의 문제를 처리하는 수준을 크게 넘어서서 상당한 정도의 자치권을 얻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도시가 주변의 시골지역을 점령하여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했으며, '법률상' 그들의 상관인 신성 로마 제국 황제나 교황이 그들에게 '사실상'의 지배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이 도시공화국 가운데 강자들은 힘이 약한 이웃 도시를 희생시켜 르네상스 시대까지 살아남았지만, 그무렵에는 대부분의 도시국가들이 한 사람의 지배하에 있었다. 밀라노와 피렌체는 근대 초기까지 강력한 도시국가로 남아 있었고, 베네치아는 나폴레옹 시대까지 세력을 유지했다.

플랑드르 지방의 코뮌은 이탈리아 코뮌에 버금 가는 크기를 가진 산업 및 상업 조직체였다.

플랑드르 백작과 그 위에 군림하는 프랑스 국왕 및 영국의 정치적 관계 때문에 플랑드르의 코뮌들, 특히 헨트(지금의 벨기에 일부)는 이따금 유럽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프랑스와 '독일'(즉 알프스 산맥 북쪽에 있는 신성 로마 제국 황제의 영토) 및 이베리아 반도의 카스티야 왕국과 아라곤 왕국에서, 도시들은 독자적인 법률을 갖고 '지방정부'의 영역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스스로 처리하는 '사법상의 고립된 섬'이 되었다.

이곳에서는 영국의 자치시와 마찬가지로 국왕이나 군주가 지배권을 유지했지만, 세금이나 병력지원 등 여러 가지 봉사를 받는 대가로 부분적인 문제에 대해서만 통제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일반적인 특징에도 분명히 예외는 있다. 각 도시는 사회 및 경제 발전과 정치적 역사 및 전통에서 제각기 특색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의 코뮌이 걸어온 역사에서 일반적으로 중요성을 갖는 것은 아마 시민들이 자치권 행사를 통하여 얻은 사회 및 정치 교육일 것이다.

그러나 코뮌이 '민주적 조직'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대개는 가장 부유하고 가장 강력한 시민들이 권력을 독점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지배권을 장악하기 위한 권력투쟁이 모든 도시의 생활을 특징짓는 요소였다. 코뮌 안에서는 과두정치가 전형적인 체제였다. 의회제도에서 코뮌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특히 스페인 의회에서는 코뮌의 역할이 두드러졌지만, 근대국가가 코뮌으로부터 직접 물려받은 유산은 별로 없다.

군주제도가 강력했을 때 군주는 지방자치단체의 애국심과 시민조직을 분쇄하려고 애썼다. 일부 시골지역에도 코뮌이 조직되었는데, 이것은 대개 집단적인 농민조직(목초지와 그밖의 권리나 재산을 공유하는 조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골지역의 코뮌은 도시의 코뮌만큼 정교한 자치제도를 갖고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