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1700년이 끝나갈 무렵 윌리엄 3세가 후사 없이 병석에 누웠으며 그의 처제이자 장차 여왕으로 즉위하게 되어 있던 앤은 하나뿐인 자식을 잃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외 망명중이던 제임스 2세의 추종세력들이 해외에서 세력을 확대하고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왕위계승법 제정의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되었다.

이 법은 윌리엄 3세와 앤이 자손이 없음에 따라 영국의 왕위를 하노버 선제후 비(妃)이자 제임스 1세의 손녀인 소피아와 '그녀의 몸에서 태어나는 프로테스탄트'에게 계승되도록 선포했다. 따라서 이 법은 1714년 하노버가에 영국왕권이 승계되는 결과를 낳았다.

왕위계승에 관한 규정 외에도 이 법에는 헌정상 몇 가지 중요한 조항들을 담고 있었는데, ① 장차 영국왕이 될 사람은 모두가 영국국교회 신자여야 하고 ② 앞으로 왕이 될 인물이 영국 본토 출생이 아닐 경우 영국왕에 속하지 않은 영토(예를 들면 하노버)의 방어를 위한 어떠한 전쟁에도 영국이 개입해서는 안되며 ③ 재판관들은 상원·하원에 의해 탄핵소추를 받게 되지만 큰 과오를 범한 경우가 아닌 한 왕 개인의 의향에 따라 면직될 수 없으며 ④ 하원이 통과시킨 탄핵결정은 국새, 즉 국왕에 의해 번복될 수 없도록 하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처음에 통과된 왕위계승법에는 이밖에도 4개항의 또다른 조항들이 들어 있었다. 이 가운데 첫번째 것은 '추밀원의 관할권에 속하는 모든 문제는 추밀원에서 처리되어야 하며' 추밀원의 '자문과 협의를 거치는' 모든 결정사항들은 '추밀원의 재가를 얻어야 한다'는 조항이었다. 2번째 조항에 따르면 왕으로부터 자격을 인정받은 모든 관직종사자와 연금수혜자들은 하원의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중 내각의 권한이 강해지는 것을 막고자 하는 성격의 첫번째 조항은 철회되었으며 2번째 조항도 1706년 크게 수정되었다. 이와 함께 왕이 의회의 승인 없이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및 아일랜드를 떠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었는데 이는 조지 1세의 재위 때 폐기되었다.

끝으로 나머지 조항은 '양친이 영국인인 경우를 제외하고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및 아일랜드 이외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은(비록 영국인으로 귀화했다 하더라도) 추밀고문관이나 상원·하원 의원이 될 수 없고 일반공직이나 군대에서 직책을 맡을 수 없으며, 왕으로부터 토지와 차지권 등을 하사받을 수 없거니와 자신을 대신한 타인을 통해서도 하사받을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 조항은 1870년 귀화법이 제정됨으로써 귀화 증명서를 획득한 모든 사람에 대해 사실상 그 효력을 상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