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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학자였던 에라스무스는 한 가지 문제의 여러 측면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죽은 뒤에 등장한 여러 세대의 사람들이 신앙을 위해서라면 어떤 싸움에도 뛰어들 각오를 함에 따라, 그의 우유부단과 의도적인 모호한 표현은 점점 더 가치를 잃게 되었다. 양쪽의 중재인들이 가톨릭교도와 루터 신봉자들 사이에 의미있는 토론을 벌일 기회를 가진 동안에는 에라스무스의 실제적인 제안과 온건한 신학적 견해가 그 문제와 직접적인 관계를 가졌다. 교회일치운동이 단지 한 가닥 가능성으로 희미해진 뒤에도 프랑스의 자크 오귀스트 드 투와 네덜란드의 휘고 그로티우스 등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려는 에라스무스의 외로운 노력을 인정했고, 그를 계승한 후계자임을 기꺼이 자처했다.
두 사람이 국가의 권위를 강력하게 지지했고, 각자의 국교회에 속하는 성직자들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싶어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전통은 아마 네덜란드에 가장 강하게 남아 있었을 것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 종교적 반대자들에게 관용을 베풀자고 주장한 디르크 볼케르츠존 코른헤르트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에라스무스한테서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아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트리엔트 공의회와 칼뱅교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그런 견해는 대체로 제한된 영향력밖에 가질 수 없었다. 1571년에 나온 가톨릭의 〈금서목록 index expurgatorius〉에는 앞으로 출판되는 에라스무스의 저서에서 삭제해야 할 구절들이 길게 나열되어 있었고, 에라스무스가 자유의지를 옹호하는 것과 어느 정도 유사점을 갖고 있는 프로테스탄트 신앙의 경향(당시 독일의 필리프주의자들과 네덜란드의 아르미니우스주의자들 사이에 유행했음)은 좀더 엄격한 정통적 신앙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패배했다.
교실에서도 학생들을 고전문학과 직접 접촉시키기를 좋아한 에라스무스의 방법은 과거의 형식적인 교과과정과 비슷한 인문주의적 수사학과 논리학 개론 및 입문서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에라스무스가 〈신약성서〉 원문에 접근할 때 발휘한 대담하고 독자적인 학구적 기질은 오랫동안 신학논쟁의 절박한 요구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에라스무스의 평판은 17세기말에 나아지기 시작했다.
이때는 유럽의 마지막 종교전쟁이 기억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리처드 사이먼과 장 르 클레르크(에라스무스의 저술을 편집한 사람) 같은 학자들이 다시 한번 성서 원문에 좀더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던 시기였다. 볼테르 시대인 18세기에는 영리하고 약간 회의주의적인 에라스무스가 너무 일찍 태어난 계몽철학자였던 것이 분명하고, 그가 종교적 헌신과 교회에 대한 복종을 공언한 것은 기회주의적인 방편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나타났다. 에라스무스에 대한 이런 견해는 정통파 비평가들의 혹평과 기묘하게 대응하면서 오랫동안 영향력을 발휘했다.
에라스무스의 목표는 그리스도교의 역사적 뿌리를 좀더 깊이 인식함으로써 그리스도교 신앙을 정화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학자들이 충분히 인정한 것은 수십 년 전이었다. 그러나 볼테르처럼 모든 경우에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면서 인간 사회를 단결시키는 다양한 공동이익에 대해 말하는 데는 별로 능숙하지 못한 계몽철학자들과 에라스무스를 비교하는 것이 전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늘날 일부 역사가들은 서구 사상의 이런 상보적 측면들 사이에 벌어진 지속적인 논쟁을 1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조사하고 있다.
이런 넓은 의미에서 에라스무스와 볼테르는 경계선의 같은 편에 서 있고, 예를 들어 마키아벨리와 루소는 그들과는 반대편에 서 있다. 에라스무스는 네덜란드인으로서,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주의자로서, 그리고 트리엔트 공의회 이전의 가톨릭교도로서 자신의 다양한 자기 정체성을 융합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유럽 문화의 자유주의 전통을 형성하는 데 이바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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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에라스무스의 영향과 업적 – 다음백과,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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