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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정혼을 한 후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신랑의 사주인 생년·월·일·시를 적은 간지를 보내는 일.
즉 사주단자 보내는 일을 말한다. 사주 보내기는 한국 전통 혼인의례로서 혼담, 택일, 예물 보내기 등과 함께 준비의례에 속하는 매우 중요한 절차이다.
사주는 신랑측에서 좋은 날을 택하여 중매인을 통해 보내거나 동리사람 중 결혼해서 첫아들을 낳고 가정이 좋은 사람을 골라 청혼서와 함께 보내기도 한다. 〈주자가례〉에 의하면, 청혼서를 함께 보내는 경우 납채라고 한다. 납채란 신랑집에서 청혼을 하고 신부집에서 허혼(許婚)을 하는 의례이다. 납채는 예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니 시속에는 언약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민속관행에는 납채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대체로 청혼서는 함과 함께 뒤에 보낸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 고유의 혼례 전통과 이후에 들어온 엄격한 중국의 주자가례식 규범이 상호간에 갈등과 절충을 계속한 결과로 보인다.
사주 보내는 날은 〈천기대요 天機大要〉에 나타난 근거에 의해 신랑·신부의 연령을 고려하여 '살이 낀 날'을 제외하고, 일진과 방위를 보아 '손 없는 날'을 골라서 보냈다. 즉 보통 때 10일 간격으로 음력 1~2일에는 동쪽에 손이 있고, 3~4일에는 남쪽에, 5~6일에는 서쪽에, 7~8일에는 북쪽에 손이 있으며, 9~10일에는 손이 없는 날로 본다.
사주는 신랑의 생년·월·일·시를 간지로 백지에 내려쓴다. 대개 큼직한 한지를 5번, 또는 7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접고 가운데 칸에 먹물을 잘 갈아 정중하게 쓴다. 이것을 사주라 쓴 종이봉투에 넣고 봉투 겉에 3번 근봉을 씌운 다음 싸릿대를 쪼개어 그 사이에 끼우고 위아래에 청홍사를 길게 늘여 감아 넘긴다. 그 이유는 월노승으로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는 통념 때문이다. 이 사주는 때로 사주송서와 함께 사주보자기에 싼다. 사주보자기는 안쪽은 청색, 바깥쪽은 홍색의 겹보를 사용한다. 요즈음은 사주함에 패물과 옷감을 넣어 보내기도 하나 본래는 사주만 보냈다. 사주를 가져가면 신부집에서는 상 위에 정중하게 받아놓고 사주를 가져온 사람에게 음식을 푸짐하게 대접한다.
신부집으로 사주를 가지고 가는 사람도 지방에 따라 다르다. 함경도(신랑측 어른, 첫아들 낳은 사람, 중신아비)·평안도(매파)·황해도(중신아비)·서울(중매인)·경기도(중매인, 신랑, 신랑아버지)·강원도(중매인, 깨끗한 사람, 중매인·신랑·신랑어머니, 아버지·형·신랑)·충청북도·충청남도(신랑, 중신아비, 중신어미)·경상북도(중신아비)·경상남도(중신아비, 복 많은 사람)·전라남도(중매쟁이, 복 많은 여자)·제주도(신부아버지) 등 다양하며, 만약 신부집에서 혼사를 거절하려면 사성을 받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동래지방에서는 홍보로 덮은 작은 상을 앞마루에 놓고 혼주인 신부의 아버지가 이를 받아놓는다. 정선지방에서는 사주가 도착하면 신부의 오빠나 어머니가 작은 상을 받치고 사랑방에 나아가 받든 다음 오빠나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받아서 가지고 들어온다. 곧이어 '사주잔치'라고 해서 술대접을 잘 해준다. 시흥지방에서는 대청에 자리를 깔고 그 위에 상을 놓고 사주를 받는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신부의 부모나 친척이 신랑의 사주를 펼쳐본 후 신랑의 앞날을 점쳐보기도 한다. 이 사주는 잘 보관했다가 혼수 짐에 싸 보내어 신부의 옷장 속에 간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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