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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지역 계획과 발전의 필요성을 30년이나 앞서 예견한 시카고 계획안을 설계했다. 동료인 존 웰번 루트와 함께 철골구조를 강조한 시카고 상업건축의 선구자로 꼽히나, 훗날 규범적 절충주의에 빠져들었다(→ 골조식 건물, 도시계획, 시카고파).

9세 때 가족을 따라 시카고로 이주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카터-드레이크-와이트라는 시카고의 설계사무소에서 견습생활을 하던 중 루트를 만나 1873년 동업을 시작했다.

이들이 시카고에 지은 건물 가운데 3개가 1962년 중요 건축물로 지정되었는데 루커리 빌딩(1886)과 릴라이언스 빌딩(1890)은 철골조이며 머내드녹 빌딩(1891)은 미국에서 최후이자 최고(16층)의 조적식(組積式) 마천루이다.

그는 조직과 행정에 특히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그가 동업회사의 사업가였다면 루트는 설계가였는데, 1893년 시카고에서 열린 콜럼버스 국제박람회에서 그는 공사감독을 맡았고 루트는 수석고문건축가로 지명받았다. 1891년 루트가 죽자 버넘은 그 자리까지 이어받아 규범적 절충주의를 따르던 미국 동부의 여러 설계사무소에서 주요건축가들을 모아 일했다.

이들은 시카고파의 상업건축적 전통과 완전히 반대되는 입장이었다. 이 결과 큰 길과 공원, 고전적 정면을 갖는 건물들로 이루어진 '백색도시'가 탄생했고, 이는 미국의 도시설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밖에 그가 위탁받은 건물로는 뉴욕의 플래타이언 빌딩(1901), 워싱턴 D. C.의 유니언 역사(驛舍)(1909), 런던의 셀프리지 상점(1909), 보스턴의 필렌 상점(1912) 등이 있다.

1894년 미국건축가협회 회장을 지냈고 클리블랜드·샌프란시스코·볼티모어 등 몇몇 도시를 위한 설계를 위촉받았다. 1905년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마닐라를 비롯한 필리핀 몇몇 도시의 계획안을 작성하기도 했다. 에드워드 H. 베넷과 함께 만든 시카고 계획안(1907~09)은 흔히 '버넘 계획'으로 불리며 고전적인 미국 도시계획의 본보기이다.

많은 면에서 미래를 내다본 이 계획안은 예상되는 인구폭발에 대비, 앞으로 그린벨트를 확보하기 위해 시 외곽지역과 호숫가를 따라 이어지는 산림보호지대를 설정해놓았다. 버넘 계획은 그뒤로도 오랫동안 시카고 도시계획의 기초로 적용되었다. 토머스 S. 하인스가 쓴 〈시카고의 버넘,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 Burnham of Chicago, Architect and Planner〉(1974)가 출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