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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특정한 인물을 대상으로 그 인물이 쓴 각종 시문을 모아 일정한 체재로 편집한 책.
문집이란 말을 서적의 분류항목으로 사용한 첫 용례는 중국 양나라의 완효서(阮孝緖)가 찬정했다는 서적의 분류목록인 〈칠록 七錄〉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완효서는 〈칠록〉의 4번째 분류항목으로 문집록을 설정하고 여기에서 제가의 시문에 관한 것을 다루었는데, 이것이 문집이란 말을 서적의 분류항목으로 사용한 시초로 알려져 있다.
이후 경(經)·사(史)·자(子)·집(集)의 4부분류법이 일반화되면서 문집은 집부에 귀속되었다. 문집은 다시 거기에 수록된 저자의 수에 따라 총집과 별집으로 구분된다.
총집이란 특정한 연고가 있는 두 사람 이상의 시문을 한데 모아 편집한 것이고, 별집이란 한 사람의 시문을 모은 것이다. 대체로 총집에는 문집명에 세고·합고·연고 등의 용어가 사용되어 문집명을 통해 그것이 총집임을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문집으로 분류되는 서적은 대부분 별집에 해당되며, 따라서 문집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별집을 지칭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문집의 성격은 분류 항목상 이와 구별되는 경부·사부·자부에 속하는 전적과의 대조를 통해 비교적 선명히 드러난다. 경서나 역사서 및 제자백가서가 주종을 이루는 타 부류의 전적이 특정한 주제의식이나 문체를 의식하고 이루어진 것이라면, 문집에 수록되는 글은 문체·주제에 따른 제약을 거의 받지 않고 특정한 인물의 전 저작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문집에는 각종 문체의 글이 망라되어 있으며, 특정한 인물이 남긴 업적이나 자취의 총체적 집약체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이런 점에서 편집 의도상 타 부류의 전적에는 공리적 성격이 두드러진다면, 문집에는 사적인 성격이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적인 성격은 문집의 출간 동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에서 문집의 출간은 저자의 사후 학연·혈연 등을 바탕으로 한 조선숭배(祖先崇拜)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으며, 이런 경우 문집 출간의 이면에는 보통 개인 및 가문을 현창하려는 의도가 담기게 된다.
명칭
문집의 명칭은 그 문집의 내용이나 성격을 집약하여 붙이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고산유고 孤山遺稿〉라는 문집명은 이 책이 '고산 윤선도(尹善道)의 사후에 나온 유고집'이라는 뜻으로 붙여졌고, 〈송강속집 松江續集〉은 송강 정철(鄭澈)의 문집 중에서도 원집(原集)에 이은 속편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편집자의 의도나 수록된 글의 성격에 따라 문집에는 다양한 명칭이 부여되기 때문에 그 뜻을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려우나, 논자에 따라서는 문집의 표제에 붙이는 명칭을 관칭과 기칭(基稱)의 2부분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유당전서 與猶堂全書〉에서 '여유당'은 관칭에, '전서'는 기칭에 해당되는데, 관칭에는 대개 호(號)를 사용해 문집의 저자를 표시하고 기칭에는 해당 문집의 성격이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칭에 사용되는 용어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비교적 널리 사용되는 것은 ① 문집·집(集), ② 유고(遺稿)·유집(遺集), ③ 일고(逸稿)·습유(拾遺), ④ 전서(全書)·전집(全集), ⑤ 실기(實記)·유사(遺事), ⑥ 세고·합고·연고(聯稿) 등이다.
이중 ①의 경우가 가장 널리 쓰이는 범칭이며, ②는 저자의 사후에 엮어진 문집에 사용된다. ③은 저자의 원 저작물이 많이 있었으나 전란이나 화재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산일되고 남은 일부의 글만을 모아 엮은 문집이라는 뜻이고, ④는 많은 저술을 남긴 저자의 저작물 전체를 모은 문집임을 의미한다. ⑤는 기억할 만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 대한 행장·묘비명(墓碑銘)·묘갈명·제문(祭文)·전(傳) 등 각종 전기적(傳記的) 자료를 담고 있는 것으로, 대상 인물의 시문보다 그에 관한 타인의 기록이 주가 된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문집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그리고 ⑥은 특정한 연고가 있는 두 사람 이상의 글을 합본한 것으로, 위에서 언급한 총집에 해당된다.
체재
단권(單卷)으로 이루어진 경우도 있으나, 수록된 글의 문체나 분량에 따라 여러 권으로 분권(分卷)된 편집 체재를 이루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분권 체재를 갖출 경우 특히 분권된 각 부분에 수록된 글의 성격이 판이하거나 편집상의 시차가 있을 때에는 이에 따른 별도의 편집 명칭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① 원집·속집(續集)·속편·후속편(後續編)·별집, ② 전집(前集)·후집, ③ 내집·외집, ④ 보유, ⑤ 부록(附錄) 등의 용어가 주로 쓰인다.
이중 ①은 문집 간행상의 선후 관계에 따라 원집과 이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쓰이는 것들이며, ②와 ③은 편집상의 선후 관계에 따라 사용되는 용어들이다. 또 ④는 원집에 누락된 글이 있으나 그 분량이 많지 않을 때 이를 찾아 뒤에 보완했다는 뜻이고, ⑤는 해당 문집의 저자가 쓴 글은 아니지만 그에 관한 연보나 행장과 같은 각종 자료를 실을 때 내세우는 편집명으로 본문의 맨 뒤에 배치한다. 한편 문집의 명칭에는 동일한 용어가 경우에 따라 서로 다른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별집이란 말이 총집에 대응되어 쓰일 때와 원집에 대응된 편집명으로 쓰일 때의 의미가 서로 다르다.
문집의 전반적인 편차는 서문·목록·본문(本文)·부록·발문 순으로 짜여진다. 서문에는 문집의 저자가 직접 쓴 자서(自序)와 다른 사람이 쓴 타서(他序)가 있는데, 대개 저자와 인연이 있는 명망가가 쓴 타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발문에는 그 문집의 편집과 간행 경위가 기술되어 있다.
내용
문집은 문체나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특정한 인물의 모든 저작물을 수록하고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이 매우 다양하다. 그 예로 한국 문집에 실린 문체 종류는 모두 150여 종에 달하며, 하나의 문집에 실린 문체만 해도 평균 15개 내외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문집의 편집이 별다른 원칙 없이 무질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집 본문의 내용은 대개 문체별 저술시기순으로 수록되는데, 한국 문집에 가장 빈번히 나타나는 문체의 그 수록 순서는 부(賦)·시·서(書)·소(疏)·잡저(雜著)·서(序)·기(記)·발(跋)·명(銘)·제문·묘갈명·묘지명·부록 등의 순으로 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부록에는 저자의 연보·가장·행장·묘갈명·묘지명·신도비명·묘비명·만(輓)·제문 등이 차례로 실리게 된다.
이같은 한국 문집의 내용 배열은 중국 〈주자대전 朱子大全〉의 편차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위에 든 각종 문체를 통해 알 수 있는 문집의 내용은 개인의 정서적 감흥을 운문문학으로 형상화한 시부류(詩賦類), 특정한 사실을 기술한 서발기류(序跋記類), 일상생활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토로한 서독류(書讀類), 정사(政事)에 관한 의견을 개진한 주소류(奏疏類), 죽은 사람을 애도하고 조상하는 뜻을 담은 애제류(哀祭類), 죽은 사람의 살아 있을 때의 자취와 인품을 적은 전장비지류(傳狀碑誌類), 마음에 새겨 경계하고자 하는 뜻을 담은 잠명류(箴銘類) 및 기타 잡저류(雜著類)로 요약된다.
간행
문집의 판본은 필사본·목판본(木板本)·활자본·석판본(石板本) 등으로 대별된다. 이중 필사본은 편집 단계만을 거친 미간행본이며, 나머지는 간행의 절차를 거친 것이다. 문집의 편집은 저자에 의해 직접 이루어진 경우도 있으나, 대개 저자가 죽은 후 그의 후손이나 문인 등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간행의 단계를 거치기 위해서는 재정적 능력과 아울러 저자의 학식이나 인품에 대한 향촌 사회의 인정을 필요로 했다.
문집의 간행은 조선(祖先) 숭배나 문벌 과시의 동기에서 이루어진 경우가 많으며, 이럴 경우 저자의 가문이나 서원을 중심으로 간행되었다. 또 특별한 경우에는 칙명에 의해 관판본으로 간행되기도 했다. 문집의 편집·간행 절차는 목판본일 경우 원고의 수집·정리, 편집·교정, 정본(定本) 확정, 등재본(登梓本) 작성, 판각, 인출(印出), 제책(製冊), 반질(頒帙)의 순으로 이루어지며, 활자본일 때에는 등재본을 만들고 판각 작업을 하는 대신 택자와 식자(植字)의 과정을 거쳐 인출하게 된다.
한국 문집의 시초는 통일신라 때 최치원(崔致遠)의 〈계원필경 桂苑筆耕〉에서 찾을 수 있다. 고려시대를 지나 특히 조선시대에 가문과 문벌을 중시하는 유교적 관습이 뿌리를 내리면서 사대부층에 의한 문집 간행이 활발해졌다. 그러나 조선시대 중기까지는 향촌 사회에서 인정을 받을 정도로 일정한 수준에 오른 인물이 아니면 마음대로 문집을 간행할 수 없는 사회적 구속력이 작용했기 때문에 재력을 갖추었다고 해도 누구나 문집을 간행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는 점차 이러한 구속력이 상실되면서 문집의 간행이 매우 활발해지고,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필요로 하는 문집의 간행에서 오는 서원의 폐단도 발생했다.
가치 및 연구동향
문집은 문학·역사·철학·민속 등 매우 다방면에 걸친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수적으로도 한국 고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한문학). 따라서, 문집은 개인의 사적인 성과품이기에 앞서 지나간 역사의 총체적 집약체라고 할 만큼 연구자료로서의 가치가 높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난 시대의 문학·역사·철학 등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많이 알려진 소수의 문집만이 연구자료로 활용되어 왔을 뿐, 문집 자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미미한 상태이다. 앞으로 문집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고 지난 시대 전반에 걸친 연구자료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우선 각지에 흩어져 있는 문집의 전반적인 조사·정리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현재 각 지방을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해제작업과 함께 지속적인 국역작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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