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메카 순례

그는 왕조의 창건자인 순디아타의 손자(혹은 종손)로서 1307년 왕이 되었고 재위 17년(1324)에 유명한 메카 순례에 나섰다.

이 여행은 말리 제국의 엄청난 부를 온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카이로와 메카는 왕의 행렬을 환영했고, 아랍 연대기작가들의 과장된 표현에 따르면, 그 화려한 행렬은 '아프리카의 태양을 무색케 할' 정도였다고 한다. 무사 황제는 나이저 강 상류에 위치한 제국의 수도 니아니에서 출발해 왈라타(오우알라타, 마우리타니아)·투아트(지금의 알제리에 있음)를 거쳐 카이로로 가는 길에 1만 2,000명의 노예 수행원을 포함해서 6만 명의 일행을 이끌고 갔다. 이 행렬은 아주 인상적이었고, 일행은 모두 단자(緞子)와 페르시아산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황제는 말을 탔고, 금장식 지팡이를 든 500명의 노예가 황제 바로 앞에 섰다. 또 각각 300파운드의 금을 실은 80마리의 낙타가 길게 행렬을 이루었다.

수행원들의 화려한 옷차림과 모범적인 행동, 황제의 관대함·경건함 등은 사람들에게 매우 좋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무사 황제가 방문했던 카이로는 당시 맘루크왕조의 술탄 중 가장 위대한 사람의 하나인 알 말리크 안 나시르가 다스리고 있었다.

흑인 황제의 깍듯한 예의에도 불구하고 두 지배자의 만남은 두 나라 관계를 악화시켰을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황제는 종교행사에만 집착해 술탄을 마지못해 공식접견했을 뿐이었다. 이 일이 있은 지 12년 후 카이로를 방문한 역사가 알 우마리는 100만 정도의 인구를 가진 그 도시가 그때까지도 무사 황제를 찬양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의 사치스런 씀씀이로 인해 카이로 시장에 금이 많이 풀려 금 가치가 폭락했고, 그 여파로 카이로 경제는 약 12년 후까지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였다.

서아프리카 국가 통치자들도 무사 황제보다 먼저 메카 순례를 했지만, 무사 황제의 화려한 순례여행은 무사 황제와 말리 제국을 아프리카 너머에까지 선전하는 계기가 되어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왕국들과 많은 유럽 국가들 사이에 이러한 엄청난 부의 원산지인 말리 제국에 가고자 하는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송가이 왕국 정복

말리 제국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로 끝에서 끝까지 여행하는 데 1년이 걸릴 정도였다고 한다.

이 말은 과장된 것이지만, 메카 순례 동안에 휘하장군인 사그만디아가 송가이 왕국의 수도 가오를 점령함으로써 제국을 팽창시킨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송가이 제국). 송가이 왕국은 영토를 가로지르는 데만도 수백 마일이나 되기 때문에 이 정복은 광범한 영토의 획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14세기 여행가였던 이븐 바투타는 말리 제국의 북쪽 국경에서 남쪽의 니아니까지 여행하는 데 약 4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황제는 새로운 영토 획득을 기뻐한 나머지 니아니로 돌아갈 것을 연기하고 가오를 방문하기로 결심했다. 그곳에서 송가이 왕의 항복을 받아내고 왕의 두 아들을 볼모로 잡아왔다. 무사 황제는 자신과 함께 메카 순례를 한 그라나다의 건축가이자 시인인 아부 이사크 아스 사힐리에게 가오와 팀북투에 사원을 짓도록 했다.

가오 사원은 그때까지 서아프리카에서 건축재료로 사용하지 않았던 붉은 벽돌로 지은 건축물로 17세기에 와서도 탄복할 만한 것이었다. 무사 황제 치하에서 팀북투는 이집트를 비롯해 북아프리카의 여러 주요 무역 중심지와 연결된 매우 중요한 상업도시로 성장했다. 왕실에서는 무역과 상업을 장려함과 동시에 학문과 예술을 후원했다. 팀북투에 있는 상코르 사원은 역사, 코란 신학, 법학에 관심을 가진 학자들로 인해 학문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이러한 활발한 학문 연구를 기초로 상코르대학이 세워졌다.

아마도 무사 황제는 1332년에 죽은 듯하다.

평가

단일 아프리카 제국의 조직과 체계적인 행정, 상코르대학의 설립, 팀북투의 무역 팽창, 가오·팀북투·니아니를 비롯한 말리 제국 전역과 송하이 제국에 지은 혁신적인 건축물 등은 무사 황제의 뛰어난 행정능력을 입증해 주는 것이다.

이밖에도 백성들에게 가르친 윤리적·종교적 원칙들은 그가 죽은 이후에도 계속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