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본명은 허딩[鶴亭]. 할아버지 메이차오링[梅巧玲], 아버지 메이주펀[梅竹芬], 큰아버지 메이위톈[梅雨田]은 모두 경극의 명배우들로 이름난 화단(花旦)이었다.

화단이란 여장남우(女裝男優)를 말하는데, 단(旦)은 크게 청의(靑衣)·화단(花旦)·무단(武旦)으로 나눌 수 있다. 청의는 본래 정단(正旦)이라 하여 여장남우의 중심적 배역이며, 머리 모양을 좌우로 가르고 주로 수수한 남빛 의상을 입는 것이 특징이다.

노래를 생명으로 하며, 순결한 처녀·열부(烈婦)·숙녀(淑女)형이 많다. 화단은 청의와 머리 모양은 같지만, 화려한 머리장식을 하고 소매는 청의보다 짧다. 저고리도 허리 위까지 오는 짧은 것을 입으며, 하의도 치마 모양이 아닌, 가랑이가 갈라진 바지 모양의 것을 입는다. 따라서 걸음걸이도 활발하고 대체로 천박하고 바람기 있는 몸동작을 하며 화장도 짙고 연지도 짙게 찍는다.

노래를 주체로 하지 않고 주로 몸짓·표정·대사에 중점을 두며, 눈의 사용을 중시한다. 발성도 청의처럼 꾸며낸 목소리가 아니라 본래의 목소리를 내며, 주로 표준어를 쓴다.

메이란팡은 청의와 화단을 겸하는 여장남우로 새로운 형태의 '청의화단'형이라 할 만하다. 더구나 그 미모·미성(美聲)·자태는 초기 경극계의 제1인자로 꼽힐 만했다. 1934년경 두각을 나타냈고 그후 20여 년 간 베이징을 중심으로 활약해 경극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1919, 1924, 1956년의 3회에 걸친 일본 공연에서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또 그동안 미국·소련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순회공연을 통해 경극의 존재와 그 진가, 연극으로서의 특수성을 세계에 널리 인식시켰다. 그러나 중일전쟁 시기부터 태평양전쟁 종결 때까지는 주로 홍콩에서 유유자적하는 생활을 보내며 무대를 멀리했다.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후에는 무대에 복귀해 문교정책 노선에 따라 경극의 전통적 체계를 보전하면서 그 개혁과 발전에 힘썼다. 또 배우로 활약하는 한편, 중국 희곡연구원 원장을 맡아 후배 육성에 힘쓰고 많은 배우를 배출했다.

나아가 전국인민대표, 중화전국문학예술계연합회 부주석 등의 요직에 있으면서 문화적·정치적으로 많은 공적을 남겼다.

메이란팡은 새로운 형식의 여장남우로서 고전극에 일대전환을 가져왔는데, 그것은 형식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극의 내용과 연출법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많은 개량 신작도 시도하여 성공을 거두었고 일반대중의 환영도 받았다. 예를 들면 종래의 흥행체계에서는 노생(老生)·무생(武生)·청의의 지위에 의한 3단계 계급제가 시행되었지만, 이것을 타파하여 청의라고 해도 실력만 있으면 극단장 지위에 오를 수 있게 했다.

또한 주연배우와 동격의 여장남우를 주역으로 하는 연극을 공연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이것은 모두 메이란팡의 공로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 반주악기에 이호(二胡)와 남나자(南梛子) 등을 채용하고, 극 중에 무용을 삽입하기도 하고 무대장치와 새 조명법을 도입했으나 이것들은 실패로 끝났다.

메이란팡이 가장 장기로 하는 작품은 주로 고전을 개작한 것들이다.

대표작으로는 〈천녀산화 天女散花〉(노래와 춤이 주체)·〈우주봉 宇宙鋒〉·〈백사전 白蛇傳〉·〈귀비취주 貴妃醉酒〉(노래와 춤)·〈패왕별희 覇王別姬〉·〈유원경몽 遊園驚夢〉·〈낙신 洛神〉·〈대옥장화 黛玉葬花〉(노래)·〈홍선도합 紅線盜盒〉(난투장면이 주체)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귀비취주〉에서 양귀비로 분장한 메이란팡의 술취한 연기는 노래·춤과 어우러져 여자의 애틋한 심정을 훌륭하게 묘사하여 관객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메이란팡은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여장남우 청옌추[程硯秋]·창사오윈[常小雲]·쉰후이성[荀慧生]과 더불어 4대 명단(名旦)이라 불리면서, 여장남우의 전성기를 맞았다. 저서로는 예담집(藝談集) 〈무대생활 40년〉 등이 있으며, 메이란팡에 관해 쓴 국내외 학자와 평론가의 저서가 다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