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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인상주의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아들이다.

〈위대한 환상 La Grande Illusion〉(1937)·〈게임의 규칙 La Régle du jeu〉(1939)·〈강 Le Fleuve〉(1951) 같은 고전 작품을 비롯해 무성영화에서 후기시대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는 사실주의와 강한 서술적 성격으로 유명하다.

초기시대

파리의 몽마르트르 지역에서 태어나 예술적 분위기가 가득한 환경 속에서 화가와 모델들에 둘러싸여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는데, 이 시기는 정규교육보다 훨씬 더 풍부한 즐거운 미적 감상의 기회를 제공했다.

1913년 시작에 몰두했던 엑상프로방스대학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기병대에 입대하여 군복무를 시작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다리에 부상을 입고 요양하는 동안 파리의 영화관에서 찰리 채플린과 연속물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회복된 뒤 다시 공군에서 복무하다가 전쟁이 끝나자 중위 계급으로 제대했다. 진로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이 있는 니스 부근의 카뉴쉬르메르에서 형과 함께 공예를 공부했다.

아버지가 사망한 지 몇 달 뒤 아버지의 모델이었던 앙드레 외르실링과 결혼했으며 한때 아버지가 그림을 그렸던 파리 근처의 말로트라는 마을에서 살았다.

화가 세잔의 아들인 친구 폴 세잔과 동업해 도자기 공장을 세우려다가 형수인 여배우 베라 세르진을 통해 연극단과 접촉하면서 점차 발전해가는 영화예술에 매력을 느끼고 영화대본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가 쓴 대본은 1923년 〈카트린〉 또는 〈기쁨없는 삶 Catherine, or Une Vie sans joie〉이라는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그의 부인이 카트린 헤슬링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했다.

세잔의 재산으로 제작된 또다른 영화 〈물의 소녀 La Fille de l'eau〉(1924 개봉)에서도 역시 그의 부인이 주연을 맡았다. 그의 초기 영화는 모두 기술적인 면에서 서투른 데다 자본도 부족하고 아직 아마추어 성격을 채 벗어나지 못하여 임시변통식으로 제작되었으나, 강한 회화성을 보여주며 그의 탁월한 천재성이 표현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특별한 매력을 더해갔다.

1920년대말 에밀 졸라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등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그것들을 토대로 당대의 프랑스 전위예술 기법을 이용한 개성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이들 영화는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하여 르누아르와 그 후원자들은 거의 파산지경에 이르렀으며 설상가상으로 유성영화가 등장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었으나, 〈On purge bébé〉(1931)라는 작품으로 이 시련을 견뎌냈으며, 조르주 드 라 푸샤르디에르의 희극 소설을 각색한 〈암캐 La Chienne〉(1931)라는 격렬하고 신랄한 영화로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1930년대 들어 많은 문제작을 제작했으나 특유의 자유로운 구성이 당대의 비평가들에게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이때의 작품으로는 조르주 심농의 소설을 토대로 한 〈밤의 4거리 La Nuit du carrefour〉(1932), 무정부적이고 자유분방한 희극 〈물에서 구조된 부뒤 Boudu sauvé des eaux〉(1932), 플로베르의 고전적 소설을 각색한 〈보바리 부인 Madame Bovary〉(1934)·〈랑주 씨의 범죄 Le Crime de M. Lange〉(1936) 등이 있다. 〈랑주 씨의 범죄〉는 초기 유성영화의 비교적 경직된 표현기법과는 대조적으로 진정한 영화 양식의 부활을 예고하며 특히 즉흥 촬영 기법, 연상을 이끌어내는 편집, 재단 기술인 몽타주 기법을 사용한 점이 주목을 끈다.

1936년 르누아르는 프랑스 인민전선 운동에 동조하여 공산당 선전영화 〈삶은 우리의 것 La Vie est à nous〉을 감독했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같은 해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단편영화 〈시골에서의 하루 Une Partie de campagne〉(1946 개봉)를 완성하여 초기 작품에서와 같은 감각을 되살렸다. 인상주의 영화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단순히 기법에만 머물지 않고 그의 영화예술의 본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회화적 감각에서 우러난 시적이고 매력적인 영상을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1930년대말에는 제1차 세계대전의 전쟁포로들을 다룬 감동적인 대작 〈위대한 환상〉과 졸라의 작품을 자유롭게 해석한 수작 〈인간 야수 La Bête humaine〉(1938), 그리고 특히 걸작으로 꼽히는 〈게임의 규칙 La Règle du jeu〉(1939) 같은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영화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게임의 규칙〉은 영화 배급자들의 손에 잘리고 조각나는 바람에 실패작으로 간주되었다가 1965년 원작 그대로 상영되면서 그 놀라운 진가와 아름다움이 세상에 알려졌다.

후기생애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1940년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했을 때 르누아르는 그의 많은 동료들처럼 할리우드에 가서 영화활동을 계속했다.

미국 시절의 영화는 이전의 양식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특징을 보여주는데, 이때의 영화로는 〈늪지의 물 Swamp Water〉(1941)·〈남부 사람 The Southerner〉(1945)·〈하녀의 일기 Diary of a Chambermaid〉(1946)·〈해변의 여인 The Woman on the Beach〉(1947) 등이 있다. 1944년 카트린 헤슬링과 이혼한 뒤 브라질 출신 영화감독 알베르토 카발칸티의 딸 디도 프레이레와 재혼했으며, 인도에 가서 그의 첫 천연색 영화 〈강〉을 만들었다.

자신의 특색인 감수성과 열정, 인간애를 완벽하게 살린 원숙기에 도달한 르누아르는 유럽에 되돌아와 이탈리아에서 〈황금마차 Le Carrosse d'or〉(1952 개봉)를 제작했다.

화가의 재능과 극작가의 재능을 결합시킨 화려한 이 영화는 배우와 연기에 대한 르누아르의 애정을 보여준다. 그는 종종 자신의 영화에서 직접 배역을 맡았으며 배우들에게 상당한 독창성을 허용했다. 계속해서 18세기 몽마르트르를 상기시켜주는 전설적인 작품 〈프렌치 캉캉 French-Cancan〉(1955)과 거대한 시대의 흐름 속에 휩쓸려가는 환상의 시대를 다룬 〈엘레나와 연인들 Eléna et les hommes〉(1956)을 만들었다.

1960년대 이후에 만든 말년의 영화나 텔레비전 작품들은 이전 같은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못했다.

청소년기의 예술적 환경에 깊은 영향을 받아 강한 개성을 소유했던 르누아르는 이후에도 자신의 예술과 사상에 미치는 여러 영향들에 대해 극단적으로 개방적인 태도를 취했다. 미국 시민으로 귀화하여 로스앤젤레스에서 살았지만 프랑스 국적을 가지고 파리와의 접촉을 계속 이어갔다.

영화 외에도 희곡 〈오르베 Orvet〉(1955년 파리에서 초연)와 소설 〈조르주 함장의 일기 Les cahiers du capitaine Georges〉(1966)를 펴냈으며 아버지에 관한 귀중한 회상록 〈르누아르 Renoir〉(1962)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