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전승에 따르면 17세기초 3형제가 알라다 왕국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투었다고 하는데, 알라다 왕국은 이웃나라 휘다(지금의 우이다)처럼 노예무역을 하여 부(富)를 쌓은 나라였다.

형제들 가운데 하나가 알라다 왕국을 손에 넣자 나머지 2명이 도망쳐 하나는 남동쪽으로 가서 휘다 동쪽 해안에 포르토노보를 세웠고, 또다른 형제인 도아클린은 북쪽으로 가서 아보메 왕국을 세웠다. 이것이 나중에 다호메 왕국의 기초가 되었다. 그들은 모두 동쪽의 오요에 있는 강국(强國) 요루바 왕국에 공물을 바쳤다.

도아클린의 손자 웨그바자(1645~85경)는 아보메를 강대국으로 만들었고, 그가 죽은 뒤 아카바(1685~1708)와 아가야(1708~32)가 아보메 왕이 되었다.

아가야는 기니 만 해안에 드나드는 유럽 무역상들에게서 열심히 무기를 사들여, 이미 유럽 국가의 요새들이 세워져 있던 알라다와 휘다를 정복했다(1724, 1727). 영토가 넓어진 이 나라는 국명을 다호메로 바꾸었으며 아보메·알라다·휘다는 다호메 왕국의 지방이 되었다. 다호메 왕국은 유럽인들에게 노예를 팔아 번영을 누렸고, 테그베수 왕(1732~74), 크펭글라 왕(1774~89), 아공글로 왕(1789~97) 때 영토를 더욱 넓혔으며, 아단도잔 왕(1797~1818)을 내쫓고 게주 대왕(1818~58)이 왕위에 오른 뒤 그 국력과 명성은 절정에 이르렀다(노예무역).

다호메 왕국은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하게 절대군주국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수많은 시종들에게 둘러싸인 왕은 왕족·평민·노예로 엄격하게 구분된 계급사회의 최고 우두머리였다. 왕은 중앙집권적인 관료제도를 통해 나라를 다스렸고 관료계층을 이루고 있는 평민들은 왕의 권위를 위협할 수 없었다. 각 분야를 담당하는 남자관리에게는 그의 행동을 감시하고 왕에게 보고하는 여자 궁정관리가 딸려 있었다. 다호메 왕국은 어떤 지역을 점령하면 그곳 종족과 결혼정책을 펴고 다호메와 똑같은 법률을 시행하는 한편, 대대로 요루바 왕국에 대해 품어왔던 공동의 적개심을 이용해 그 영토를 동화시켰다.

또 영토를 넓히고 포로를 노예로 삼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벌였다. 노예는 전쟁무기와 맞바꾸어져 유럽인들에게 팔려가거나 왕실과 군대에 식량을 대는 궁정 플랜테이션(대농장)에서 일했다. 1680년경부터는 정기 인구조사를 실시해 징병을 위한 기초자료로 삼았다. 유럽인들에게 아마존 부대라고 일컬어진 여군(女軍)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을 때는 왕실 경호원으로 복무했다.

게주 대왕은 궁전을 더욱 화려하게 꾸미고 예술을 장려했으며 관료제도를 정비했다.

막강한 군대를 갖고 있어 오요의 요루바 왕국에 공물을 바치는 굴욕에서 벗어나기도 했으나 1840년경 영국이 노예무역을 근절시킨 뒤부터는 다호메 왕국의 운명도 바뀌기 시작했다. 게주는 곧 수출품목을 야자기름으로 바꾸고 노예를 팔아넘기는 대신 야자 플랜테이션에서 일하도록 했다. 그러나 야자기름은 노예보다 훨씬 수지가 맞지 않아 게주에 이어 글렐레(1858~89)가 왕이 된 뒤부터는 경제가 차츰 기울기 시작했으며, 프랑스가 포르토노보와 코토누를 점령하고 그곳에서, 연안무역을 벌이자 무역중심지였던 휘다는 쇠퇴하고 말았다.

글렐레 다음에 왕이 된 베한진(1889~94) 때 다호메와 프랑스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어 마침내 전쟁이 벌어졌다. 1892년 알프레드 아메데 도드 대령이 이끄는 프랑스 원정대는 다호메군을 물리치고 그 지역에 보호령을 설치했으며 베한진을 서인도제도로 추방했다. 다호메 왕국은 프랑스령 식민지 다오메에 흡수되었고, 포르토노보가 그 식민지의 수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