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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화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이루어지는 곳을 재화시장이라고 한다면 노동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이루어지는 곳을 노동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시장은 '일물일가의 법칙'이 비교적 신속히 이루어지는 재화시장이나 화폐시장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노동시장에서 거래되는 노동력이라는 상품이 지니는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지만 그 자신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노동력이라는 상품은 상품제공자인 노동자와 분리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즉 노동 서비스라는 상품을 제대로 구매자에게 인도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자신이 사용자의 지휘 감독을 받으며 생산현장에 가서 직접 노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일반 상품의 인도와는 대단히 다른 차이이다. 한편 노동자는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노동을 하기 때문에 법률적·형식적으로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대등한 관계이지만 실제로는 대등한 위치에 서기가 어려운데 이러한 사정으로부터 노동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구조는 하나의 경쟁적이며 연속적인 시장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는 '경쟁시장가설'과 적어도 2개 또는 그 이상으로 분리되어 있다고 보는 '분단시장가설'이 있다. 경쟁시장가설에 의하면 노동시장에는 기술이나 숙련, 지역적 차이를 제외하고는 노동자들 사이에 질적인 차이가 없다. 모든 노동자들은 직업의 선택이나 임금의 결정에 있어서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으며 노동력의 흐름이나 배분을 제약하는 어떤 제도적인 요소나 장애도 없다. 한마디로 말하면 경쟁시장가설은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노동시장이 경쟁상태하에서 움직인다고 보는 입장이다.

분단시장가설은 노동시장에 여러 가지 제도적인 장애물이 있어 노동력의 원활한 흐름이나 배분, 임금 및 근로조건 등의 결정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따라서 노동시장은 제도적인 장애로 인해 여러 시장으로 분단되어 있는 동시에 시장 상호간에 이동이나 교류가 거의 단절되어 있는 상태이며, 임금이나 근로조건에도 서로 차이가 현저하다고 본다.

한국의 노동시장

8·15해방 이후 1960년대초까지 한국의 경제는 일제강점기의 잔재인 식민지적 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대외의존적인 농업위주의 산업구조와 생산관계를 유지해왔다.

1963년 산업별 인구구성을 보면 농림어업 부문의 취업자는 총취업자의 63％에 달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96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5개년계획으로 노동시장의 규모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농업 중심의 산업에서 제조업부문 중심의 산업으로 변화되었다.

한국의 경제를 이끌어온 수출주도형 경제개발방식은 자본·기술 및 시장의 대외의존성을 심화시켜 선진국이 주도하는 수직적 국제분업구조의 급변에 따라 한국노동시장의 구조도 영향을 받게 되었다.

최근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에서 서비스 중심의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1986~88년에 소위 3저호황기라고 불리는 경제성장률 8％의 고도성장을 이룩한 후 급격한 대내외적인 경제사정의 악화로 수출이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제조업은 위축되고 그에 비해 서비스 산업이 확대되면서 생긴 변화이다. 이 변화의 요인으로는 노동력이 고학력화되면서 기술직 위주인 제조업보다는 사무직 위주인 서비스 산업을 선호한다는 것, 3저 호황기에 높아진 소득의 영향으로 힘든 일을 기피하는 3D기피현상을 들 수 있다.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가 분단화되어 있는지, 아니면 경쟁적인지에 대해서는 노동시장의 단일화와 분단화의 현상이 산업별·업종별·직종별로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확실히 구분지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