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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복잡한 정치상황 속에서 수많은 정치사건 및 왕과의 공개논쟁에 적극 참여했으며 〈교부들의 생애〉, 기적에 관한 7권의 책, 시편 주석 등을 썼다.

귀족인 그의 가문은 모계와 부계 모두 오늘날 프랑스 중부에 해당하는 지역의 중요한 주교를 여럿 배출했다.

아르베르니아에 있는 주교의 집에서 교육을 받은 뒤, 573년 사촌 형에 이어 투르의 주교가 되었다.

그무렵 프랑크 왕국(오늘날 독일 라인란트를 포함)은 서유럽에서 메로빙거 왕조를 세운 클로비스 대왕의 세 손자에 의해 세 왕국으로 나누어졌다. 부르고뉴·프로방스는 군트람이, 서쪽 왕국 네우스트리아는 힐페리히가, 동쪽 왕국 오스트라시아와 거기에 덧붙여 투르·남부지역은 지게베르트가 각각 다스렸다.

그레고리우스가 주교가 되었을 때 클로비스 가문에는 고질적인 골육상쟁이 시작되어 지게베르트가 살해되고(575) 투르는 힐페리히가 차지했다. 그레고리우스는 변덕스럽고 전제적인 힐페리히의 치하에서 10년간 주교생활을 했다.

투르 시 외곽에는 4세기 투르의 주교로서 존경을 받던 성 마르티누스의 성소가 있었는데, 그곳은 악명높은 범죄자와 박해받는 사람들의 피신처였다. 힐페리히의 아들 메로베크가 아버지에게 쫓겨 투르로 피신했을 때 그레고리우스는 메로베크와 성소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왕과 특히 여왕 프레데군트와 분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온갖 협박과 뇌물을 수반한 회유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여왕이 보르도의 주교와 간통을 저질렀다는 추문을 퍼뜨린 혐의로 고소를 당하여 580년 베르니 공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자기변호를 해야 했다.

공의회는 혐의사실을 부인하는 그레고리우스를 인정하여 무죄판결을 내렸다. 그는 동료 주교를 보호하고 힐페리히의 삼위일체에 대한 비정통적인 견해를 반박하기 위해 왕에게 맞서서, 그가 당대의 네로요 헤로데(헤롯)라고 묘사한 바 있는 왕에게 "당신과 같은 견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정상인이 아니라 정신나간 사람일 것이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584년 힐페리히가 살해되자 투르는 부르고뉴의 왕 군트람의 손에 들어갔다.

그레고리우스는 힐페리히와는 달리 어느 정도 정치역량을 갖춘 군트람과 훨씬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587년 지게베르트의 아들 힐데베르투스 2세와 군트람 사이에 안델로트 조약이 맺어짐에 따라 투르는 오스트라시아로 귀속되었고, 따라서 그레고리우스는 힐데베르투스 아래 들어가게 되었다. 주교로서 그레고리우스는 투르의 성 마르티누스 대성당을 복원하고 많은 교회당을 지었으며 자기 교구에 지나치게 많은 세금이 부과되는 것에 항의하여 개선했고 프랑크인들의 해묵은 분쟁을 중재했다.

말년에 푸아티에에 있는 성 라게군다 수녀원에서 폭동을 가라앉혀야하는 고충을 겪었다(→ 생마르탱).

그레고리우스는 〈교부들의 생애〉라는 제목으로 많은 성인들의 전기를 썼으며, 기적에 관한 책을 7권 썼다. 이 책들은 메로빙거 왕조 당시 프랑스인들의 경건성과 사회생활을 여실히 보여주는 귀한 자료이다. 그밖에도 시편 주석(그중 일부만 남아 있음)과 교회 직무에 대한 논문을 썼다.

하지만 그를 유명하게 만든 책은 〈프랑크사〉로 그는 이 책을 〈역사〉라고만 불렀을 뿐 〈프랑크사〉는 원래의 제목이 아니다. 이 책은 다음 3부분으로 나뉜다.

첫째 부분(1~4권)은 575년 지게베르트가 죽은 뒤 바로 집필한 부분으로 그때까지의 일들을 다루고 있으며, 둘째 부분(5~6권)은 581~584년에 썼고, 셋째 부분(7~10권)은 590~591년경에 썼다. 사본들 중에는 본문이 긴 것과 짧은 것이 있는데 아마 그레고리우스 자신이 원본에 첨삭을 한 결과 두 본문이 생긴 것 같다.

단조로운 연대기 저자들만이 있었던 당시에 라틴어로 쓴 역사서 중에서 그레고리우스의 〈프랑크사〉에 필적할 만한 책은 앵글로색슨 역사가인 비드의 책밖에 없었다. 〈프랑크사〉를 펴면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6세기 프랑스의 시대상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레고리우스의 연대기는 서로마 제국이 몰락한 직후 서방 왕국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불후의 작품이다.

꼼꼼한 저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문법에 약하다는 사실, 특히 문법에서 성(性)과 전치사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함을 자책했으며 자신이 시골뜨기처럼 글을 쓴다고 생각하였다.

한번은 어머니에게 이 문제에 대해 물은 적이 있는데, 어머니는 대답하기를 만일 일상용어로 글을 쓴다면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그는 될 수 있으면 고전을 인용했다. 연대에 따라 사건을 기술하는 식으로 책을 썼는데 당시의 수도원 연대기 저자들에 비하면 비교적 정확한 편이었으나 가끔 고르지 못하고 뒤죽박죽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작가로서의 그의 재능은 이야기를 생동감있고 속도가 빠르며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수식보다는 이해에 중점을 두어 진행시킨다는 데 있다. 세세한 개인의 사생활이나 사회의 풍습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그 누구도(자신을 제외하고는) 사생활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지 않다.

그의 강점은 주로 극적인 상황들을 묘사하는 데 있었다.

그의 역사철학(철학을 전문으로 하지 않은 사람도 나름대로의 철학을 지닌다고 한다면)에 따르면 세계는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으며 그 속박에서 교회가 인류를 풀어주기 위해 전쟁을 하고 있다. 자기가 글을 쓰는 목적도 "왕들이 적들과, 순교자들이 이교도들과, 교회들이 이단들과 치르는 전쟁을 기록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내세뿐만 아니라 현세에서도 악은 공정한 벌을, 선은 공정한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정통 신앙을 중요하게 여겨 왕들을 평가할 때 부분적으로는 그들이 정통 신앙을 고백하는지의 여부를 근거로 삼았다. 당시의 교회를 좋게만 표현하려고 애쓰지 않았으며 분쟁을 일삼는 주교들과, 여자와 술에 빠져 있는 사제들을 세상의 악인들과 똑같이 묘사했다. 자기에게 주어진 권위를 문서화하지는 않았으나 공정하게 사용하였다. 자신이 생존하던 시대의 사건들을 기록하고 묘사하는 데 있어서(4~10권) 그는 연대기 작가로서의 역할을 대단히 잘 해냈다.

그레고리우스는 삶을 즐겼으며 당시의 미신들에 깊은 관심을 쏟기도 했다.

여행을 많이 하였고 당대의 어느 누구 못지않게 프랑스를 잘 알고 있었으며 어린이들을 무척 사랑했다. 그의 글을 보면 그가 정이 많고 겸손하고 용감하며 영적이라기보다는 인격적인 그리스도교인이었다는 인상을 무의식중에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