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북유럽 신화
여행
반지 이야기 4

구드룬의 복수와 니플룽족의 멸망

시구르드와 브륀힐드는 죽었지만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보물에 눈이 어두워 의형제를 죽인 군나르와 회그니, 그리고 남편을 잃은 구드룬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브륀힐드가 죽었을 때,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안드바리의 반지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군나르 등이 시구르드의 보물을 차지할 때 그 반지에 걸린 저주도 함께 가져간 건 확실한 것 같다. 이들 역시 곧 처참한 운명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남편은 물론이고 아들까지 잃은 구드룬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절대로 드러내선 안 되는 비밀을 입 밖으로 꺼낸 것이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에 시구르드와 시그문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지울 수도 없었다. 그녀는 눈물조차 흘리지 못할 정도의 슬픔과 자책감에 식음을 전폐하고 하루하루 여위어갈 뿐이었다.

그때 구드룬의 어머니 그림힐드가 나섰다. 그녀는 시구르드의 머릿속에서 브륀힐드를 지웠던 망각의 약을 다시 만들어 구드룬에게 먹였다. 그리고 브륀힐드의 오빠이자 훈족의 왕이었던 아틀리와 구드룬이 결혼하도록 주선했다. 시구르드가 가지고 있었던, 그리고 지금은 군나르와 회그니의 소유가 된 보물을 탐내던 아틀리는 시구르드가 죽은 직후부터 계속 구드룬에게 구혼하고 있었다. 구드룬은 불길한 예감 때문에 처음엔 아틀리의 구혼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그림힐드의 끈질긴 설득에 굴복했다. 그리고 훈족의 나라로 가서 아틀리와 다시 결혼했다. 시구르드의 딸 스반힐드는 아틀리의 궁으로 데려가지 않고 요나크(Jonak) 왕의 궁전에 맡겼다.

시간이 흘러 아틀리 왕과 구드룬 사이에서 두 아들이 태어났다. 그러자 아틀리 왕은 처남인 군나르와 회그니를 궁으로 초대했다. 명목은 아들이 태어난 것을 축하하고 기념하려는 잔치였지만 실은 군나르와 회그니로부터 시구르드가 남긴 보물을 빼앗는 게 목적이었다. 아틀리가 좋지 않은 일을 꾸미고 있다는 걸 안 구드룬은 오빠들에게 미리 사람을 보내 훈족의 땅으로 오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군나르와 회그니는 동생의 경고를 무시하고 그대로 아틀리의 궁전으로 출발했다. 다만 니플룽족의 보물만큼은 출발하기 전 라인 강 주변 아무도 모르는 어딘가에 모두 감추었다. 이때 이후로 안드바리와 파프니르의 보물은 다시는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틀리는 군나르와 회그니가 성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 둘을 잡아오라고 군대를 보냈다. 둘은 맹렬히 싸웠지만 결국은 온몸이 꽁꽁 묶인 채 매제 앞으로 짐승처럼 끌려가는 신세가 됐다. 아틀리는 군나르에게 보물을 넘겨주지 않으면 목숨을 건지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물론 군나르는 보물과 목숨을 교환하자는 아틀리의 말을 거부했다. 그러자 아틀리는 회그니의 심장을 산 채로 도려내 군나르에게 보여줬다. 군나르는 동생이 심장이 뽑혀 죽는 것을 보면서도 끝내 보물이 숨겨진 곳을 말하지 않았다.

아틀리는 군나르가 말을 듣지 않자 두 팔을 묶은 채 그를 독사 구덩이에 던져버렸다. 군나르는 원래 모든 사람의 칭송을 받을 정도로 하프를 잘 연주했다. 독사굴에 떨어진 그는 묶인 손 대신에 발가락으로 하프를 연주했다. 그의 뛰어난 연주에 주변의 독사가 모두 잠들었다. 그러나 그중 한 마리가 끝까지 잠들지 않고 덤벼들어 군나르의 가슴에 상처를 냈다. 이 뱀은 군나르의 상처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그가 죽을 때까지 간을 갉아댔다. 이렇게 시구르드의 원수는 모두 목숨을 잃었다.

구드룬은 오빠들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걸 알자마자 복수를 결심했다.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기가 낳은 아틀리의 두 아들을 죽이는 것이었다. 아틀리의 핏줄을 세상에서 완전히 없애버리기 위해서였다. 그런 뒤 구드룬은 두 아들의 두개골을 금과 은으로 장식해 술잔 두 개를 만들었다.

이어서 군나르와 회그니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온갖 진수성찬이 풍족한 술과 함께 아틀리와 손님에게 제공되었고, 모두가 기분 좋게 먹고 마시며 거나하게 취했다. 떠들석한 잔치가 열리는 동안 구드룬은 아들의 해골로 만든 술잔에 그들의 피를 섞어 만든 꿀술을 담아 아틀리에게 마시도록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아들의 심장을 구워서 만든 음식도 아틀리에게 대접했다. 아틀리가 술과 음식을 모두 먹은 후에 구드룬은 그에게 방금 먹은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아틀리는 너무나 엄청난 말에 기가 막혀 정신을 잃었다. 사람들은 그가 술이 과해 잠들었다고도 하지만 아무리 술에 많이 취했기로서니 아들의 심장을 요리해 자기에게 먹인 아내를 눈앞에 두고 잠에 빠질 수 있었을까. 너무나 큰 충격에 그대로 혼절했다고 보는 게 가장 그럴듯하다.

아틀리가 기절해 있고 장례식에 온 손님들이 모두 술에 취해 잠들었을 때, 구드룬은 성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 회그니의 아들을 불러 그와 함께 아틀리의 숨통을 끊었다. 온 성에 불이 번지면서 아틀리의 족속도 거의 다 불에 타 죽고 말았다. 아무리 오빠들의 복수를 위해서라지만 구드룬은 자기 몸으로 나은 아들과 남편까지 제 손으로 죽이는 죄를 저질렀다. 구드룬은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아틀리의 성이 타오를 때 바닷가 절벽으로 가 몸을 던졌다.

운명의 장난인지 축복인지, 구드룬의 생명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거친 물살에 떠밀려 다니다 요나크 왕의 해변에 닿았다. 구드룬이 아틀리에게 시집가기 전 시구르드의 딸 스반힐드의 양육을 부탁했던 사람이 바로 요나크 왕이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구해 왕의 궁전으로 데려갔다.

그녀는 어머니 그림힐드처럼 마법에 능숙했던 것 같다. 시구르드와 결혼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며 남자를 끄는 매력을 발산했다. 그녀는 이번에도 요나크 왕의 마음을 얻어 그와 세 번째로 결혼했다. 구드룬은 다시 쇠를리(Soerli), 함디르(Hamthir), 에르프(Erp)라고 하는 아들 셋을 낳았다. 이들은 요나크 왕의 핏줄이라기보단 그냥 구드룬의 자식이라고 부르는 게 나을 것이다. 이들의 머리카락이 군나르나 회그니 같은 다른 니플룽족처럼 까마귀같이 검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들도 어엿한 니플룽족의 후예였다. 구드룬은 그중에서도 막내 에르프를 특히 애지중지했다.

시구르드와 구드룬의 딸 스반힐드는 이미 아름다운 처녀로 자라나 있었다. 그녀에 대한 소문이 주변 나라로 퍼져갔고 강력한 왕, 외르문레크(Joermunrekk)가 스반힐드를 아내로 맞고자 했다. 그는 이미 나이가 많았는데도 어린 스반힐드를 자기 나라로 데려오기로 마음먹었다. 쉽지 않은 임무이니만큼 외르문레크는 외동아들 란드베르(Randver)를 직접 요나크 왕에게 보내 결혼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알리려 했다. 요나크 왕과 구드룬은 란드베르가 전한 외르문레크 왕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젊고 아름다운 스반힐드는 꼼짝없이 늙은 외르문레크 왕과 결혼하게 될 판이었다. 란드베르가 스반힐드를 데리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던 도중, 하인 빅키(Bikki)가 그에게 속살거렸다.

“스반힐드 님은 젊은 란드베르 님하고 결혼하는 게 더 어울리지요. 당신께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란드베르와 스반힐드는 이미 젊고 아름다운 상대편에게 연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빅키의 말을 옳게 여기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젊은이의 만남은 그저 꿈으로만 남았어야 했다. 스반힐드와 구혼 사절이 돌아오자 외르문레크 왕은 원래 계획대로 스반힐드를 자신의 아내로 맞이했다. 그런데 빅키는 궁으로 돌아오기 전 란드베르와 스반힐드가 이미 마음을 주고받았음을 왕에게 그대로 고자질해버렸다.

왕은 아들이 자신을 욕보였다고 생각하고 신하들에게 란드베르를 붙잡아 교수형에 처하라고 명령했다. 자신의 운명이 끝날 것이라는 걸 안 란드베르는 기르던 매의 깃털을 모두 뽑았다. 그는 매를 왕에게 가져다주라고 사람들에게 부탁했고, 곧바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외르문레크 왕은 헐벗은 매를 보고서야 가슴을 치며 후회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나는 이미 늙었는데 하나뿐인 후계자를 내 손으로 죽이다니···. 나와 내 왕국의 꼴이 깃털이 뽑혀 날지 못하는 이 매와 다를 게 무엇이랴.”

그날부터 외르문레크 왕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디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그저 사냥으로 소일할 뿐이었다. 어느 날, 외르문레크 왕은 사냥터에서 돌아오다 왕비 스반힐드가 뜰에 앉아 머리를 말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주체하지 못할 분노가 치밀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계집 때문에 하나뿐인 아들을 잃고 말았다. 그런데도 저 요망한 것은 한가롭게 머리나 만지고 있단 말이냐?”

그는 말을 탄 채 그대로 아름다운 스반힐드에게 달려들었다. 시구르드의 딸은 말발굽에 짓밟혀 죽고 말았다.

하나뿐인 딸 스반힐드가 처참하게 살해당한 이야기는 구드룬에게도 전해졌다. 평생 복수로 점철된 삶을 산 그녀는 이번에도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어떤 무기로도 뚫을 수 없는 튼튼한 갑옷과 투구로 세 아들들을 무장시킨 뒤 외르문레크 왕의 나라로 가서 그를 죽이라고 시켰다.

“궁전에 도착하면 밤을 틈타 그에게 접근해라. 쇠를리가 외르문레크의 두 손을, 함디르가 두 발을, 에르프가 머리를 자르면 아무 일 없이 스반힐드의 원수를 갚을 수 있을 것이다.”

니플룽족의 후예들은 어머니의 말을 따라 외르문레크 왕의 암살에 나섰다. 하지만 쇠를리와 함디르는 외르문레크의 궁으로 향하면서도 어머니의 말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틀리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을 자기 손으로 죽였던 것처럼, 구드룬이 이번에도 자식을 희생해 복수하려고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외르문레크 왕을 죽이러는 가되, 어머니가 가장 싫어할 만한 일을 하기로 했다. 구드룬이 가장 아끼는 아들 에르프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쇠를리와 함디르는 에르프에게 물었다.

“외르문레크 왕과 싸울 때, 너는 우리를 어떻게 도울 참이지?”

에르프가 대답했다.

“손이 발을 돕듯이 형들을 도와야지.”

“무슨 소리야? 손이 발을 돕는 일 따위는 없어.”

쇠를리와 함디르는 이렇게 트집을 잡아 에르프를 죽였다. 에르프를 죽이고서도 외르문레크 왕을 암살하기 위한 여정은 계속됐다. 한참을 걷던 쇠를리는 어느 순간 발이 미끄러져 휘청댔다. 그는 손으로 땅을 짚어 겨우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어라, 이것 봐라. 손이 발을 도왔다. 에르프가 살아 있는 게 좋았을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쇠를리와 함디르는 외르문레크 왕의 침실에 잠입해 각각 두 손과 두 발을 잘랐다. 하지만 지독한 고통에 잠에서 깬 외르문레크는 입을 열어 고래고래 저놈들 잡으라고 고함을 질러댔다. 함디르는 탄식했다.

“에르프가 살아있었으면 머리를 잘라서 입을 막아버렸을 텐데!”

비명을 들은 외르문레크 왕의 부하들은 저마다 무기를 들고 와 쇠를리 형제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들의 갑옷이 워낙 튼튼해 창칼도 소용이 없었다. 왕의 부하들은 쇠를리와 함디르를 생포해 왕 앞에 무릎을 꿇렸다.

“무기가 소용이 없다면 돌로 쳐 죽여라.”

외르문레크 왕의 말이 끝나자마자, 부하들은 일제히 돌을 들어 쇠를리와 함디르를 공격했다. 둘은 온몸이 짓뭉개져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해서 니플룽족의 핏줄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각주1)

보물과 저주, 혈족 사이의 복수가 얽히고설킨 반지 이야기가 이렇게 모두 끝났다. 앞서 설명한 대로 니플룽족의 멸망엔 부르군트족이 망해 없어진 사건이, 아틀리 왕의 죽음엔 훈족의 아틸라가 결혼 당일에 죽었던 사실이 반영되어 있다.

반지 이야기는 장엄함과 비장미를 두루 갖추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지금 우리의 머리로는 도통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한 측면이 많다. 특히 마녀에 버금가는 복수의 화신 구드룬이 그렇다. 그녀가 복수를 위해 자식을 죽이고, 그들의 해골로 술잔을 만드는 장면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게다가 아들의 심장으로 요리를 해 아이 아버지에게 먹이는 건 아무리 혈족의 복수가 중요하다 해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정도의 복수심을 보인 사람은 다른 신화에서는 찾기가 그다지 쉽지 않다. 그리스 신화 속 복수와 질투의 화신인 메데이아(Medea) 정도가 구드룬에 비견될 수 있을까.

메데이아는 콜키스의 왕이자 태양신의 아들인 아이에테스의 딸이었다. 그녀는 황금으로 된 양털 가죽을 찾으러 콜키스에 온 영웅 이아손에게 반하게 되었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황금 양털을 뺏기지 않기 위해 이아손을 죽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메데이아는 아버지의 의도를 간파하고 이아손 일행이 황금 양털을 얻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후 메데이아는 이아손과 함께 배를 타고 그리스로 도피했다. 아버지가 사람들과 함께 쫓아오자 그녀는 동생인 압시르토스를 죽이고 그 시체를 토막 내 바다에 던졌다. 아이에테스가 압시르토스의 시신을 수습하는 동안 그들은 멀리 도망칠 수 있었다.

한편, 이아손이 황금 양털을 가지려 했던 것은 이올코스의 펠리아스 왕이 그걸 가져오면 왕위를 넘겨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펠리아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메데이아는 분노해 마술로 그를 속여 솥에 들어가 죽게 만들었다. 이올코스 사람들이 분노하자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자식들과 함께 크레온 왕이 다스리는 코린토스로 피신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이아손은 크레온 왕의 딸 글라우케와 사랑에 빠졌다. 그녀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이아손은 메데이아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분노와 질투심에 사로잡힌 메데이아는 이아손과 헤어지기로 하고 글라우케에게 독을 뿌린 옷을 보냈다. 글라우케는 메데이아가 보낸 옷을 입고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죽어갔다. 고통스러워 하던 딸을 끌어안은 크레온 왕도 글라우케와 함께 죽었다. 메데이아의 복수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아손에게 가장 큰 괴로움을 주기 위해 이아손의 자식, 그러니까 자신의 아이들도 가차 없이 모두 죽였다. 이후 메데이아는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와 결혼했다.

메데이아는 그리스 신화에서 손꼽히는 악녀이자 마녀지만 구드룬에 비해선 스케일이 작은 편이다. 꼭 구드룬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녀가 큰 역할을 해서 니플룽 일족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지 않았던가. 메데이아도 자식을 죽이긴 했지만 방법의 참혹함이나 초래한 결과 면에선 구드룬에게 밀린다는 느낌이 강하다.

구드룬이 끔찍한 복수극을 벌인 건 어떤 측면에선 당연한 일이다. 라그나뢰크라고 하는 세계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운문 에다》에서도 “세계가 몰락하기 전 겨울과 늑대의 시간엔 형제들이 반목하여 서로를 쓰러뜨리고 사촌끼리 가문을 깨트릴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뵐숭 가문과 니플룽족, 그리고 훈족과 구드룬이 벌이는 혼돈으로 가득한 핏빛 이야기는 이제 곧 라그나뢰크가 일어날 것이라는 신호에 다름 아니다.

이와는 별개로, 반지 이야기를 읽는 독자는 몇 번이나 ‘이 장면 어디서 보지 않았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장엄함과 아름다움, 매력적인 인물을 두루 갖춘 반지 이야기는 수많은 문학, 음악, 미술 작품의 모태가 되었다. 가장 많이 알려진 반지 이야기의 변형은 아마 J.R.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과 리하르트 바그너가 작곡한 4개의 연작인 서사 악극 〈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일 것이다.

톨킨과 바그너는 반지 이야기의 뼈대를 가져와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해체한 뒤 재조립하고 살을 붙여 인류사에 길이 남을 만한 새로운 반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물론, 반지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작품은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반지 이야기의 줄거리를 차용한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반지 이야기엔 사람들이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반지의 제왕》 같은 반지 이야기의 여러 버전을 원전과 일일이 비교해보고 그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 그런 차이가 왜 만들어진 것이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따져보는 건 무척이나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다. 하지만 거기엔 또 다른 방대한 작업이 필요하다. 여러 반지 이야기의 내용 자체를 더 자세히 파고드는 건 다음을 기약하도록 하자.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최순욱 집필자 소개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전자신문과 매일경제신문에서 약 6년 간 IT 분야 전문 기자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인터넷에 관한 몇 가지 진실과 오해》 《훤히 보이는 신재생에너지》(공저) 등이..펼쳐보기

출처

북유럽 신화 여행
북유럽 신화 여행 | 저자최순욱 | cp명서해문집 도서 소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북유럽 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전체목차
TOP으로 이동


[Daum백과] 구드룬의 복수와 니플룽족의 멸망북유럽 신화 여행, 최순욱, 서해문집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