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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수요일 연재 웹툰으로, 이종범 작가의 네이버 데뷔작이다. 2011년 첫 시즌을 시작해 2015년 현재 3시즌을 연재 중이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결함을 지닌 천재 심리학자의 심리상담 만화. <닥터 프로스트>로 2011년 독자만화대상 온라인만화상을, 2012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가 탄탄하고 집요한 취재, 공부한 결과물로 만화 자체에 대한 관련 전공자들의 신뢰도도 어느 정도 있는 편. 2015년 동명의 드라마로도 제작, 방영되었으나 원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을 들으며 종영했다.
“…자신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심리학을 한 번 공부해 보는 건 어떠니? 어차피 모든 상담자들은 자신의 그림자를 직시하며 걷는 사람들이니까.“ <닥터 프로스트> 중에서
‘힐링’ 강권하는 시대, 제대로 된 심리학 만화
요즘처럼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히 나오는 때도 없을 것이다. 나의 마음과 타인의 심리에 대해 진단하고 해석하는 서적이 넘쳐나고,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서도 ‘엄마와 나의 관계’나 ‘여자로서의 나’ 같은 테마의 책들은 에세이든 인문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텔레비전에서는 가족의 문제점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나름의 해결책을 내거나, 아예 문제 자체를 예능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포장해 웃어넘기기도 한다. 도처에서 심리학에 주목한다.
일백 퍼센트 정신적 건강을 지키며 사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해 보이는, 평범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기 위해 요구되는 조건도 너무 많고, 쉽게 고독해질 수 있는 세상이다. 몸의 건강은 꾸준한 운동과 깨끗한 섭생, 이상 징후를 미루지 않고 제 때 병원을 찾는 부지런함으로 대부분 커버할 수 있지만, 마음의, 정신의 건강은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학을 향한 주목, ‘힐링’ 광풍은 모두 각자의 정신건강을 지키려는 무의식의 발로일까.
<닥터 프로스트>는 ‘가장의 위엄’을 ‘가정폭력’으로, ‘깔끔하지 못한 사람’을 ‘주의력결핍장애’로, ‘게으름’을 ‘우울증’, ‘사랑의 매’를 ‘체벌’ 등으로 고쳐서 상황과 상태에 맞는 명칭으로 부를 수 있게 된, 현대사회가 낳은 친절하고 다정한 작품이다. 비록 주인공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하는 뇌의 결함이 있는 심리학 교수 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닥터 프로스트>에서 ‘프로스트 교수’ 역할을 맡고 있는 주인공 백남봉 교수는 앞서 얘기한 대로 감정이란 것을 모른다. 공감, 애착, 사랑… 이런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라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결핍된 그는 늘 무표정하다.
그가 아직 어린 아이였을 때 당한 모종의 사고로 뇌의 한 부분이 활동을 멈춰버렸고, 그런 감정을 ‘느끼’는 대신 ‘학습’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다행인 점은 느낄 수 없는 핸디캡이 있는 만큼 그걸 상쇄할 만큼의 뛰어난 두뇌가 있다는 것. 오랫동안 백남봉을 피험체로 맡아 교류한 저명한 심리학자인 천 교수는 백남봉에게 심리학을 배워보라고 권유했고, 백남봉은 착실히 공부해 용강대 심리학과 몇 학번 백남봉에서 백 교수로 불리는 심리학계의 인재가 되어 젊은 나이에 이례적으로 용강대학교의 심리학과 정교수로 발탁된다. 학내 심리상담소에 자리를 잡고 내담자를 상담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언어에 갇힌 마음을 보듬다
<닥터 프로스트>는 마치 범죄수사를 다루듯 각 내담자의 케이스 하나로 하나의 이야기를 꾸려간다. 가끔은 범죄심리학이 동원되어야 마땅할 법에 저촉되는 케이스가 끼어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가 생각보다 흔하게 접하고 또 인지하지도 못하는 나의 내면에 자리 잡고 특정한 상황에만 발현되는 방어적 태도, 불안, 거짓말, 심인성 질환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전보다 두꺼운 영어 원서와 싸우며 공부했던 작가의 학부시절, 그 때부터 의문을 품고 있었던 보통 사람들의 심리적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캐내기 시작한다. 열일곱 번의 연애를 하고, 서른두 번째 소개팅을 해 연애 백전백승의 잘 나가는 남자지만 연애를 지속하는 것에 늘 실패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발작적인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혀 외출에 어려움을 겪는 고3 수험생의 이야기, 좋아하는 여자 앞에만 서면 입이 안 떨어지고 배가 싸르르 아파오는 학부생 이야기, 늘 ‘나쁜 남자’만 만나는 여자의 이야기, 열 살 때부터 기획사 연습생으로 들어가 걸그룹 멤버가 되었지만, 다른 멤버의 자살로 자아의 분열을 겪는 여자 아이돌 이야기 등 비교적 알기 쉬운 캐릭터로 상담자를 내세웠다.
우리는 쉽게 ‘자신감’을 ‘잘난 척’이라고, 우울감과 자살충동을 털어놓는 이에겐 ‘관심병자’라고 말하며 나쁜 남자만 만나는 여자에게는 시쳇말로 ‘병신 마그넷’이라고 조소를 담아 말하곤 한다. 그들이 문제를 안고 있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결코 이유에 대해서는 파고들려 하지 않는다. 그건 재미없으니까. <닥터 프로스트>는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가장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없을 것 같은 백 교수를 이용해 마음을 어루만진다. 실제로 백 교수가 내담자를 진심으로 공감하며 치료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응하는 것은 아니고, 하나의 ‘케이스’로 보고 있지만. 때로는 경찰이 필요할 정도로 과격하고 불법 비슷한 짓을 태연히 저지르지만 착실하게 ‘공감할 수 없다면 학습하며 잃어버린 것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 과정을 반복한다. 상담조교로 활약하는 학부생 윤성아는 온통 그림자 투성이 인 백 교수와 상반되는, 밝고 명랑하면서도 타인의 마음을 잘 돌보려 노력하는 캐릭터로 분한다. 아마 우리가 생각하는 심리상담사의 전형은 윤 조교의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
<닥터 프로스트>를 선택하다
이 콤비는 주종, 혹은 종속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 관계로 멋지게 상담 케이스를 해결해 나간다. 빛과 어둠이 늘 함께 다니는 것처럼 냉철하고 명석한 백 교수와 다정하고 사려 깊은 윤 조교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유기견의 목숨에 이론상 ‘가치 없음’ 딱지를 붙이던 백 교수가 유기견을 입양하고, 학문적으로 자극 받은 윤 조교가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고 지도교수를 백 교수로 지목하는 것처럼 별개의 캐릭터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힙을 합치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아직도 베일에 싸인 백 교수의 과거, 그로 인한 결핍은 해결되지 않았다. 어쩌면 끝까지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3 시즌은 백 교수의 어마어마한 위기상황에서 시작했다. 2시즌 말미에서 ‘적수’를 만나고, ‘멘토’를 잃어버린다. 무표정했던 그가 격렬한 ‘분노’를 드러낼 만큼. 상담자와 마주하며 자신을 알아가는 방법을 택할 수 있게 이끌어 주었던 사람을 잃은 그는, 스스로를 ‘치유’ 할 수 있을까? 혹은 관계를 맺고 밀고 당기며 마음을 여는 상담처럼, 백 교수를 도울 새로운 누군가가 나타날 것인가.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그 자신이 ‘케이스’가 되었다. 3시즌은 그간 뿌려놓았던 복선들을 회수하고, 백 교수의 과거를 적극적으로 밝히는 여정이지만, 늘 그랬듯 급할 것 없이 모든 것은 서서히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다. 이어지는 케이스에 공감하는 독자들은 이 작품이 섣부른 결말로 치닫지 않음에 고마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힐링 단어만 내세워 급하게 시류에 편승한 깊이 없는 책이나 예능 프로그램보다, 이 작품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상담을 받으러 스스로 ‘가는’ 것처럼, 본인의 의지로 이 작품을 읽기를 선택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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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닥터 프로스트 –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만화, 김봉석 외, 에이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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