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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 제작된
만화
공작왕
孔雀王오기노 마코토의 퇴마만화 『공작왕』은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주간 ‘영 점프’에 연재되었다. 2부인 『공작왕 퇴마성전』은 1990년부터 92년, 3부인 『공작왕 곡신기』는 2006년부터 10년까지 연재되었다. 밀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탁월한 스토리와 캐릭터를 보여주는 퇴마 판타지로서 찬사를 받은 1부에 비하여 2부와 3부에 대한 평가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1부에서 스토리 감수를 맡았던 소설가 유에마쿠라 바쿠가 2부부터는 관여하지 않은 결과라는 말도 있다. 홍콩과 일본이 합작하여 1988년 남내재 연출로 영화화되었고, 속편인 <아수라 전기>도 있다. 주인공인 원표보다 아수라 역을 맡은 글로리아 입이 대단한 미모와 청순함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다.
유난히 귀신도, 신도 많은 일본
퇴마 만화로 부를 수 있는 장르가 있다. 『공작왕』 『귀절환』 『요괴소년 호야』 『고스트 스위퍼』 등 귀신과 요괴를 물리치는 만화다. 처음으로 1억달러를 벌어들인 공포영화 <엑소시스트>는 카톨릭 교회에 악마를 쫓는 신부가 공식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상 어디에나 귀신이나 악마를 쫓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신부와 승려부터 아프리카의 주술사까지 퇴마사는 공동체에 꼭 필요한 직업으로 존재한다. 일본의 헤이안 시대에는 공식 관직으로서 음양사가 있었다. 일본에서 반드시 음양사만 귀신을 쫓는 것은 아니다. 카톨릭의 퇴마 신부처럼 불교, 밀교에도 악을 물리치는 승려가 있기 마련이다.
일본 만화와 영화 등을 보면 퇴마사가 많이 보인다. 일본에는 800만의 귀신이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800만’은 정확한 숫자가 아니라 대단히 많은 숫자를 의미한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귀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800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딱히 종교가 없으면서도 신도라는 일본 고유의 풍습 또는 종교를 지키고, 집안 한구석에는 불단을 마련해두는 일본 사람들의 마음에는 늘 귀신들을 위한 자리가 있다. 신사에서 섬기는 신에는 전통적인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신부터 각종 귀신과 요괴, 여우와 고양이 심지어는 사물까지도 신으로 격상시켜 섬기고 있다. 그러니 『아기와 나』나 『바우 와우』 같은 가족 드라마나 명랑 만화에서 귀신이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자연스럽게 끼어 들어가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인간의 운명을 쥔 퇴마사
오기노 마코토의 『공작왕』은 익숙한 퇴마 이야기로 시작한다. 『공작왕』의 귀신 중에는 단순하게 원한을 가진 령도 있지만 애초에 인간과 유가 다른 악의 심성을 타고난 요마나 사악한 존재들도 대거 등장한다. 세계 전체를 악의 지배하에 놓으려는 기괴한 존재들도 등장한다. 그들과 싸우는 주인공 공작은 부모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한 채 절에서 자라나 퇴마술을 익힌다. 그리고 도시로 나와 갖가지 요괴들을 물리치기 시작한다. 이유는 하나 아니 둘이다. 돈 그리고 여자. 『공작왕』은 마치 명랑만화처럼 전형적인 개그와 액션을 섞어가며 빠르게 진행된다. 귀신이나 요괴를 처치하는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대단히 흡인력이 있고, 퇴마에 얽힌 다양한 지식들도 알려주기 때문에 수월하게 읽힌다. 오로지 돈과 여자만 밝히고, 어딘가 믿음이 덜 가는 것 같았던 공작이라는 캐릭터도 조금만 지나면 애정이 생기게 된다. 꽤나 공들인 캐릭터다.
느슨하게 퇴마 에피소드에 집중하며 진행되던 『공작왕』은 공작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새로운 영토에 발을 들여놓는다. 지옥에 있는 중생도 구해야 한다며 지옥으로 간 지장보살의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원래는 공작이 지구를 멸망시킬 운명을 타고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공작은 인간과 요괴의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라고도 한다. 등장하는 캐릭터의 뒷이야기와 이면에 감추어진 수수께끼들이 하나 둘 밝혀지게 되면서 『공작왕』은 단순한 퇴마 이야기로 남아있지 않는다. 공작왕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 지구와 인간이라는 종 자체의 생사를 둘러싼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공작은 지구를 멸망시킬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승려가 키우면서 정의나 연민 같은 마음을 심어주고 정반대의 업을 쌓아가는 인간으로 만들어 놓는다. 타고난 운명을 거역하고, 주변의 보살핌과 자신의 의지를 통하여 공작은 새로운 운명을 만들어낸다. 자신의 운명을 과감히 거부하는 것이다. 적은 가짜 공작왕을 내세우고, 공작의 쌍둥이 누이를 통해 흔들어보려 하지만 공작은 결코 돌아서지 않는다.
동양적 호러 판타지의 신세계
『공작왕』은 거대한 스케일로 독자를 사로잡은 만화다. 밀교의 주술과 퇴마술을 기본으로 끌고 가면서 불교와 도교, 인도의 신화적 요소에 일본의 신화와 설화, 기독교 세계관까지 모두 접합시킨다. 인간을 멸망시키는 것이 운명이었으나 자신의 의지로 운명을 바꾸어버린 공작은 밀교의 명왕 중 하나인 공작명왕(孔雀明王)의 화신이다. 『공작왕』은 단순한 퇴마 이야기가 아니라 동양의 온갖 신화와 민담까지 끌어들인 호러 판타지다. 늘 엇비슷한 퇴마 에피소드로만 이어지면 아무리 개성 있는 귀신이나 요마가 등장해도 심심해지 마련이다. 점층적으로 사건을 키워가다가 적당한 시점이 되면 음모가 등장하고 점점 스케일을 키워가야 한다. 『공작왕』은 그 수순을 정확하게 따라가면서 분명한 쾌감을 준다.
2부인 『퇴마성전』은 1부에서 모든 법력을 잃은 공작이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1부에서 모든 것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의 리셋 분위기다. 드라큘라의 원형인 루마니아의 블라드 체페쉬, 납치한 소녀들의 피로 목욕을 하고 마셨다는 엘리자베스 바토리 백작 부인, 프랑스의 질 드레와 잔다르크 등 서양의 특이한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1부의 동양적 판타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진행된다. 하지만 중반이 지나가면서 난데없이 공작이 일본 건국신화의 신인 스사노오의 화신으로 드러난다. 1부의 설정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뻗어나간다. 결말도 어설펐고. 3부는 2부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졸작이다. 2012년에는 『공작왕 라이징』으로 프리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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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공작왕 –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만화, 김봉석 외, 에이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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