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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 제작된
만화 호스티스에게 배운다
여제
女帝1950년에 설립된 일본의 출판사 ‘호분샤’에서 발행하는 잡지 <주간 만화 TIMES>에서 1990년대 말부터 연재되었다. 일본에서는 총 24권, 한국에서는 총 32권으로 완결되었으며 2000년에 <여제女帝 SUPER QUEEN>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2007년에는 TV 아사히 계열의 ABC채널에서 드라마로 제작, 방영했다. 드라마 판 <여제>에서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 <라이어 게임> 등으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남자 배우인 ‘마츠다 쇼타’의 신예 시절 연기를 볼 수 있다. 만화 <여제>의 후속작으로 <여제 게이샤>가 있다.
야망에 불타는 여고생의 등장
고작 열여덟 먹은 여고생이 고향을 뛰쳐나와 대도시 환락가에서 “나는 밤의 여왕이 되어주겠어!”라고 열의를 불태우는 만화가 도통 현실감 떨어지고 이해도 안갈 수 있을 거다. 뭔 열매를 먹었더니 팔이 한정 없이 늘어나며 여행길에 만난 이들과 파티를 맺고 ‘유일한 그 무언가’를 찾으러 망망대해를 여행하는 당대의 인기 만화도 어처구니없을 만큼 발칙한 상상력의 산물이니, <여제>의 세계관과 등장인물들의 이질감 같은 건 만화 보는 재미 뒤로 젖혀놓는 게 좋다.
해외여행이 어느 때보다도 일상적인 일이 되면서 우리는 일본의 풍경과 문화에도 익숙한 편이다. 특히 도쿄를 몇 번 다녀온 여행자라면 갈 때마다 찾게 되는 좋아하는 동네가 있을 거고, 유명한 몇몇 지역들은 가보지 않아도 무엇이 유명한 곳인지 안다. ‘긴자’는, 각종 명품 부티크가 즐비하게 늘어서있고 점심 한 끼에 몇 천 엔을 지출해야 하는 비싼 가게들이 많으며 밤에는 네온사인 불빛 아래 이른바 고급 호스티스 클럽에서 나온 ‘캬바죠(한국으로 치자면 룸싸롱의 호스티스)’들이 아름다운 차림으로 손님을 맞이하거나 배웅하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여제>는 전직 ‘긴자의 여자’ 였던 엄마와 단 둘이 지방도시에서 살아가던 여고생 ‘다치바나 아야카’가 차근차근 경력을 쌓으며 해당분야(?)의 정점인 긴자에서도 ‘여제’로 서는 파란만장한 일생을 그렸다. 아야카의 엄마는 홀로 구마모토에 자리를 잡고 조그마한 동네 술집을 운영하며 아야카를 키워낸 탓에, 아야카에게 평범한 가족이 보통 누리는 것들을 해주진 못했다. 그러나 오로지 둘 밖에 없는 혈육이기에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잘 살아왔다. 아야카도 나이에 비해 조숙하고 예쁘며 총기 넘치는 학생으로 성장했다. 엄마의 조그만 술집이 부당한 권력들의 이권 다툼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 전까지는.
생활의 버팀목이 되었던 터전을 잃게 되자 엄마는 자리에 눕고, 급하게 세상을 떠나버렸다. ‘몸 파는 술집여자의 자식’이란 소릴 들으면서도 사실이 아닌 이야기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아야카는 혼자 남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부적절한 시선들에 진저리치며 자퇴원을 던지고 오사카로 향한다. ‘구마모토 여자는 불의 기질을 이어받아 기가 세고 꺾이지 않는다’는, 엄마가 생전 자주 했던 말을 가슴에 새기며 자신을 무시하고 상처 줬던 이들 앞에 당당히 서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업계 최고가 되기 위한 원칙 1: 잊지 않는다
오사카에 도착한 그녀는 고향인 구마모토와 같은 푸근함이 있는 거리의 한 스낵바에 취직한다. 나이 지긋한 주인 ‘마리코’가 운영하는 스낵바는 퇴근 후 고단한 하루의 마무리를 위해 찾는 서민적인 가게였다. 이곳에서 접객하는 아야카의 모습을 보며 사장은 그녀가 이 업계에서 성공할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는 걸 직감한다. 사장 역시 젊은 시절부터 쭉 한길을 걸어온 사람이었기에. 때로는 엄격한 고용주로, 때로는 엄마의 진심으로 아야카를 가르치고 다독였다.
이곳에서 아야카는 긴 시간 동안 그녀와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성공을 빌어줄 친구를 얻는다. 그는 다름 아닌 야쿠자, 다테 나오토.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돈을 뜯거나 여자를 유흥업소에 팔아넘겨버리는 악질적인 야쿠자였던 나오토는 아야카에게도 그럴 심산으로 접근했지만 ‘여제’가 되겠다는 포부 넘치는 아야카의 말에 자신도 야쿠자들의 정점에 서고 싶다는 속내를 밝히며 서로에게 향상심을 북돋아주는 존재가 되자며 곁에서 든든한 존재가 되어준다. … 아야카는 ‘마리코’를 출발점 삼아 오사카 중심가에 있는 고급 클럽으로 자리를 옮기고, 다시 도쿄로, 도쿄의 긴자로 진출한다. 그녀는 클럽에서 손님들을 접대하며 점점 프로다운 모습을 갖추어 간다. 인격과 능력 모두 훌륭한 손님을 얻게 되어 도움도 받고, 또 명석한 두뇌에 통찰력을 갖춘 그녀에게 손님들이 도움을 받기도 한다. ‘긴자의 여제’에 점점 다가간다.
잘 나가면 과거를 마치 없었던 일인 양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어려울 때 서로 도우며 잘되기를 빌었던 이들을 모른 체 하는 사람도 있다. 다 잊은 척, 최고가 된 내 모습은 마치 누구의 도움도 없이 처음부터 완벽한 나였다는 것처럼. 아야카는 정점에 다가가는 그 순간에도 도움 받은 이들을 잊지 않는다. 오사카에서 모든 것의 시작을 알려주고 마음을 어루만져준 ‘오사카 엄마’인 스낵바 여사장이 죽는 날까지 엄마로 모시고, 화려하고 주목받는 직업이 만큼 뒤에서 그들의 화려함을 돕는 존재인 ‘보이(서빙하는 남성 직원)’에게 시선을 주고 그들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잘 나가던 라이벌이 일에 실패해 다시 평범한 호스티스로 돌아왔을 때도 그녀를 결코 무시하는 일은 없다. 10대의 끝자락에 이 업계에 뛰어든 그녀가 이런 인성을 갖추게 된 건 작가의 설정 탓이지만(!) 결국 모든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다는 것을 아야카의 성격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업계 최고가 되기 위한 원칙 2: 힘의 논리에 굴복하지 않는다
“난 사람을 업신여기는 부류에겐 아첨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아…”
“넌 강하구나…”
“아니, 강한 게 아니고 약한 인간이니까 스스로에게 다짐하면서 버티고 살아가는 거야.”
<여제> 중, 아야카와 그녀의 친구 미키의 대화 중에서
아야카는 구마모토 시절부터 업신여김에 익숙하게 노출되어 있었다. 짝사랑하는 남자애의 마음이 아야카에게 향해있음을 안 뒤부터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그녀를 짓밟으려 애쓰지만, 결국 이길 수 없었던 동급생, 호조 리나. 그녀와의 악연은 학생 때부터 오사카 시절을 거쳐 도쿄로 올라와 긴자에 입성한 다음까지 계속된다. 몸 팔아 물장사 하는 애의 근본이 그렇지, 썩어있다, 결코 유력 정치가인 아빠를 둔 나 유명 여대 졸업 학벌을 가진 나를 이길 순 없지, 호조 리나는 아야카의 앞에 지속적으로 나타나 속을 긁는다.
아야카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실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어느 정치인 이라는 것은 호조 리나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그녀 자신의 약혼자가 실은 고교시절부터 평생 아야카를 잊지 못한 남자라는 건 그녀의 신경을 긁는 일이다. 깊은 열등감…, 어린 시절에는 그저 맞서 이겨 주겠다 선전포고를 하고 분노로 성공의 계단을 밟아 온 아야카도 실제로 ‘성공한 삶’이란 것을 거머쥔 입장이 되니 그녀의 행동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동정하며 너그러워진다. 여전히 불의에 굽히지 않고, 때로 그런 기질 때문에 손해를 보고 궁지에 몰리지만 자신이 품고 있던 ‘힘의 논리를 휘두르는 자 앞에 비굴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생각에서 신념으로 키워 평생 흔들리기 쉬운 삶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런 강단 있는 호스티스, 아니 사람이라면 만나보고 싶지 않은가? 그녀의 삶을 응원하고 싶어질 것이다.
후속작인 <여제 게이샤>에서는 ‘여제’의 자리에 올라 긴자의 거물이 된 그녀도 평범하게 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화끈하고 정의로운 시골소녀의 성공기는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영화로, 드라마로 재생산 되었다.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동네에서 일어나는, 낯선 세계의 이야기를 기웃거리기에 <여제>는 충분히 흥미롭다. 아야카의 행보에서 인생에 쓸모 있을 꽤 많은 덕목들을 배울 수도 있다. 밤과 어른들의 시간이라고 장막 뒤에 꼭꼭 숨겨놓을 필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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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여제 –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만화, 김봉석 외, 에이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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