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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0세기 한
국 문학의
탐험 3
1950년대 한국문학사적 특징

〈현대문학〉 창간

전후 문단의 분열과 새 질서

요약 테이블
시기 1955년

1954년 예술원 회원 선출을 둘러싸고 우익 보수 문단의 내부 분열은 심각한 지경에 이른다. 예술원 회원 선거가 끝난 뒤에도 이와 관련된 시비와 잡음이 그치지 않더니 기어코 선거 직후에 ‘문총’ 총회에서 이 선거의 문제점들을 꼬집는 ‘건의서’가 채택되고, 이어서 김광섭 · 이헌구 · 이하윤 · 박계주 등이 예술원 선거에 대한 비판문을 내놓는다. 결국은 이들을 중심으로 한국자유문학자협회가 새롭게 결성되며 문단 안의 갈등은 이제 새로운 분열 양상으로 치닫는다. 문단 안팎에서 시비와 잡음이 그치지 않자 예술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명서’를 내놓기에 이르고, 김동리 · 조연현 등에 의한 재반박이 이어짐으로써 내분과 갈등으로 빚어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간다.

『문예』의 폐간과 함께 자연스럽게 모윤숙과 결별한 조연현은 문단의 구심점 역할을 할 새로운 문예지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부산에서 올라온 오영수와 손을 잡고 1955년 1월 『현대문학』을 창간한다. 여기에는 “인류의 운명은 문화의 힘에 의존한다. 때로 민족은 멸할 수도 있고 국가는 패망할 수도 있으나 인류가 남겨 놓은 문화는 결코 그 힘을 잃은 적이 없다.”고 시작되는 조연현의 견고하고 숙련된 문체로 씌어진 『현대문학』 창간사가 실린다.

다양한 문학 활동을 시도해 한국을 대표하는 문예지로 자리잡은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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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수와 동향인 김기오가 ‘현대문학사’의 사장으로 추대되고 조연현이 주간, 오영수가 편집장을 맡은 데 이어 김상옥이 추천한 박재삼이 사원으로 입사해 『현대문학』은 진용을 마저 갖춘다. 초기 『현대문학』에는 전쟁의 충격으로 정신 분열 증세에 시달리면서도 「상리 과원」 · 「무등을 보며」 등을 뽑아낸 서정주의 시가 실리고, 김동리의 장편 소설 「사반의 십자가」가 연재된다. 이 밖에도 양주동 · 김구용 · 오유권 · 박경리 · 곽종원 등 우수한 기성과 신예 문인들이 대거 참여해 『현대문학』은 초기부터 풍성한 ‘문학’을 제공한다.

이 작가들과 잡지사의 교섭은 사무실보다는 주로 다방에서 이루어진다. 새 잡지가 나오면 박재삼은 그것을 한아름 안고 현대문학사 지하에 있는 ‘문예살롱’과 언저리의 ‘대성’ · ‘갈채’에 가서 문인들에게 한 부씩 나눠준다.

주간 조연현과 편집장 오영수는 『현대문학』을 꾸려나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판매 실적이 부진하고 수금마저 원활하지 않아 얼마 가지 않아 빚에 쪼들리게 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경리 여사원이 공금을 챙겨 달아나는 일까지 생겨 『현대문학』은 커다란 타격을 입는다. 다행히 시인 김수영의 손아래 누이인 김수명(金洙鳴)이 새로 경리를 맡아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면서 『현대문학』은 이윽고 안정과 활기를 되찾는다. 물론 이후로도 갖가지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현대문학』은 척박한 문화 풍토 속에서 잡초처럼 끈질기게 버티는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준다. 『현대문학』은 창간 이래 반 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한국 문학의 중심에서 ‘열린 문학 공간’의 소임을 다한다.

『현대문학』 창간사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보수주의적 문예주의다. 이는 곧 창간사를 쓴 조연현 자신의 문학관과 교양 감각의 발현태라고 하겠다.

본지는 본지의 제호가 암시하는 바와 같이 한국의 현대 문학을 건설하자는 것이 그 목표이며 사명이다. 그러나 본지는 이 ‘현대’라는 개념을 순간적인 시류나 지엽적인 첨단 의식과는 엄격히 구별할 것이다. 본지는 ‘현대’라는 이 역사상의 한 시간과 공간을 언제나 전통의 주체성을 통해서만 이해하고 인식할 것이다. 즉 과거는 언제나 새로이 해석되어야 하며, 미래는 항상 전통의 결론임을 잊어버리지 않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빛난 문학적 유산이라 할지라도 본지는 아무 반성 없이 이에 복종함을 조심할 것이며, 아무리 눈부신 새로운 문학적 경향이라 할지라도 아무 비판 없이 이에 맹종함을 경계할 것이다. 고전의 정당한 계승과 그것의 현재적인 지향만이 항상 본지의 구체적인 내용이며 방법이 될 것이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현대문학』에는 ‘현대’는 없고 ‘문학’만 있다. 조연현은 잡지 제호에 들어 있는 ‘현대’라는 개념을 당대의 시류나 지엽적인 첨단 의식과는 엄격히 구별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그는 ‘현대’를 ‘시공을 초월한 전통성’으로 이해하고, “우리는 문학에 대해서 무정견한 백만 인의 악수보다도 문학에 대해서 옳은 식견과 깊은 애정을 가진 단 한 사람의 지지를 오히려 영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각주1) 라고 한 창간 취지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현대문학』은 잡지 발간 외에도 ‘현대 문학 신인상’ 제정, 전국 문예 강좌 개최, 추천 작품 전집, 세계 문예 강좌 발간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한국의 대표적 문예지로서 자리를 지켜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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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집필자 소개

1979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와 문학평론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고려원’의 편집장을 거쳐 ‘청하’ 출판사를 설립해 13년 동안 편집자 겸 발행인으로 일했다. 그 뒤 동덕여..펼쳐보기

출처

20세기 한국 문학의 탐험 3
20세기 한국 문학의 탐험 3 | 저자장석주 | cp명시공사 도서 소개

문학작품을 바탕으로 1900년부터 2000년까지 20세기 한국사의 큰 흐름과 한국인의 생활사, 문화사의 궤적을 함께 추적한다. 20세기를 연도별로 나눠 매년 그해에 일..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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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현대문학〉 창간20세기 한국 문학의 탐험 3, 장석주,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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