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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저널리즘의 아이튠즈’는 가능한가?

페이월

paywall
페이월(pay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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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ywall은 firewall(방화벽)이라는 단어를 빗대 만든 신조어로, 인터넷에서 ‘서비스 유료화’를 뜻하는 말이다. 직역하면 ‘지불장벽’인바, 돈을 내 장벽을 넘지 못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1997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최초로 시도한 이후 일부 신문들이 일정 수의 기사만 무료로 제공하고 이후 기사부터는 유료 결제를 통해 뉴스를 제공하는 모델을 채택해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런 모델을 가리켜 ‘페이월(paywall) 모델’이라고 한다.

뉴스 웹사이트 유료화 전략엔 전면 유료화(Pay wall), 부분 유료화(Semi-Permeable Pay wall), 계량 방식(Metered system) 등 3가지가 있다. 부분 유료화는 유료독자에게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멤버십 회원에게 기사 전문과 부가 혜택을 제공하는 영국 『가디언』의 전략이 여기에 속한다. 계량 방식은 일정량 이상의 기사를 볼 경우 돈을 내야 한다. 전체 뉴스를 온라인에 제공하되 무료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제한하고 있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경우다. 기사는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로 수익을 내는 방식도 있다. 대부분의 한국 언론사 웹사이트가 여기에 속한다.

2009년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카(David Carr, 1956~2015)는 칼럼에서 뉴스를 위한 아이튠즈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애플 아이튠즈로 음원의 유통방식과 수익구조가 개별 곡 단위의 소액결제로 바뀐 것처럼 뉴스도 ‘월간 구독’에서 ‘기사 건당 개별 판매’로 유료화 방식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황용석은 “그러나 현실화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음원은 반복 청취할 수 있는 상품인 반면, 뉴스기사는 소비되는 즉시 상품가치가 상실된다. 또한 음원은 가수나 판매 순위 등을 통해 구매결정을 내릴 정보가 충분히 있지만, 뉴스기사는 전통적인 경험재로 소비하기 전에 그 질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런 한계에도 소액결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2014년 5월 네덜란드의 스타트업 기업인 브렌들(Blendle.com)은 언론사들의 기사를 소액결제시스템에 기반해서 유통하는 뉴스포털을 만들었다. 현재 네덜란드의 모든 신문과 잡지가 이 서비스에 가입했다. 브렌들은 이미 22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이용자들은 기사 한 건을 읽을 때마다 0.15유로에서 0.30유료를 내야 한다. ‘브렌들 지갑’이라고 하는 독자적인 지불시스템을 통해 모든 언론사 기사를 하나의 계정과 한 과금 체계에 통합시켰다. 클릭 한 번으로 결제가 이루어지고 보안성이 충족되도록 한 것이다.”

‘저널리즘의 아이튠즈’를 표방한 브렌들의 공동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알렉산더 클뢰핑(Alexander Klöpping, 1987~)은 브렌들을 개발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페이월을 시행하고 있는 언론사는) 전체 웹사이트에 접근하는 행위에 대해 매월 과금하고 있다. 하지만 독자들 입장에서는 실제 읽기를 원하지 않는 기사들이 잔뜩 들어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훌륭한 저널리즘을 발견하기 위해 좋아하는 잡지나 신문을 두루두루 돌아다녀야만 한다. ······브렌들은 실제 기사를 읽었을 때만 개별 기사 단위로 과금한다. 만약 기사를 좋아하지 않으면 즉시 환불받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손쉽게 환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점이 브렌들의 경쟁력이다. 읽었던 기사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 대신 브렌들은 환불 사유를 반드시 확인해 가격 정책에 반영하고 언론사에 피드백을 보낸다. 언론사는 독자들의 피드백만으로도 뉴스 품질 제고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점을 높게 평가한 미국 『뉴욕타임스』와 독일 대형 미디어그룹 악셀스프링어(Axel Springer)는 2014년 10월 브렌들의 지분을 23퍼센트 획득하는 대가로 370만 달러를 투자했다.

캐나다 매니토바(Manitoba)주 주도(州都)인 위니펙의 대표적인 지역신문인 『위니펙 프리 프레스(Winnipeg Free Press)』도 2015년 4월부터 ‘저널리즘의 아이튠즈’를 시도했다. 월간 온라인 구독료는 16.99캐나다달러인데, 온라인에서 기사 한 건당 27캐나다센트를 과금하는 방식이다.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 신문 독자들은 온라인에서 월 평균 15개의 기사를 읽는 것으로 나타나 월간 단위 구독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 두 언론사의 새로운 시도와 관련, 황용석은 “이 방식이 성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이면에 있다. 이 두 회사는 독자들이 기사를 읽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액 돌려주는 정책도 도입했다. 경험재로서 신문이 갖는 약점을 이 정책으로 만회한 것이다. 둘째는 단순한 결제 방식이 아니라 뉴스의 개인화 서비스를 고려하고 있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액결제 정책은 모든 온라인 이용자들에게 로그인하게 하며, 그들의 신용카드 정보와 같은 결제정보를 입력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 방식은 이용자들의 선호를 반영하는 개인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을 제공한다. 그동안 뉴스 개인화가 성공적이지 못했던 이유는 전체 방문자 중 로그인 이용자의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뉴스의 개인화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보다 효과적인 광고 집행도 가능해진다. 실제로 브렌들은 이용자가 선호하는 기사를 이메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천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결국 우리 언론사들이 배워야 할 점은 단기적인 매출증대만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인 연구와 시스템 구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세에 있다.”

한국의 뉴스 유료화는 프리미엄 뉴스에 대한 구독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블로터』 미디어랩장 이성규는 2015년 3월 이렇게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1달에 10건까지는 무료로 볼 수 있지만 그 이상을 보려면 관련 기사를 클릭할 때마다 결제창이 뜬다. 그렇다면 온라인 구독료는 이 귀찮음을 해결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인지, 아니면 모바일에서 기사를 쉽게 볼 수 있고 이메일 서비스에 대해 지불하는 건지 구분해야 한다. 『뉴욕타임스』의 유료화 성공이 콘텐츠의 질 때문이라고 한다면 각 기사마다 다른 가격을 매겼을 때 독자들이 지불 의사가 있어야 한다.”

즉, 『뉴욕타임스』 독자들은 서비스를 구매하는 쪽에 가깝지만, 한국 언론의 온라인 전략에는 서비스 관점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언론사들의 뉴스가 다 비슷비슷한 상황에서 돈을 낼 만한 특별한 콘텐츠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우리 사이트에 와서 결제하라”고만 해서야 되겠느냐는 이야기다. 한국 언론은 기술적인 문제를 고민하기 이전에 오랫동안 길들여져온 오만한 자세부터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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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이정환, 「공짜 뉴스는 없다? 돈 받는 기사 만들기 쉽지 않네」, 『미디어오늘』, 2012년 11월 28일; 김수정, 「콘텐츠 유료화 전면에 띄운 영국 더 타임스 VS 가디언」, 『미디어오늘』, 2010년 7월 8일; 「Paywall」, 『Wikipedia』.
  • ・ 황용석, 「뉴스 유료화 성공의 조건」, 『한겨레』, 2015년 4월 7일.
  • ・ 이성규, 「“혁신을 수혈하라”···기술 스타트업 끌어안는 언론사들」, 『블로터』, 2014년 10월 29일.
  • ・ 조수경, 「뉴스 유료화? 신뢰도 없고 독자도 없는데 지불장벽만 쳤다」, 『미디어오늘』, 2015년 3월 25일.

강준만 집필자 소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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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2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2 | 저자강준만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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