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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는 어디
계실까? 가뭄이 심하면 신을 화나게 하라
하지
夏至하지(夏至)는 24절기 가운데 열째 절기로 이날까지 모심기를 안 하면 농사가 늦어지므로 서둘러 모내기를 해야 했는데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농사가 나라의 바탕이었기에 비가 오지 않아서 농사짓기가 어려워지면 임금이 직접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지요. 《조선왕조실록》에 '기우제'란 단어가 무려 3,122건이나 나올 정도입니다.
기우제의 유형은 몇 가지가 있는데 먼저 산 위에 장작을 쌓아놓고 불을 놓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는 산에서 불을 놓으면 타는 소리가 천둥 치는 소리같이 난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하며, 연기를 통해 하늘에 비손한다는 뜻이라고도 합니다. 또 성물(聖物)이나 성역(聖域)을 더럽히거나 신에게 압력을 넣는 방법도 있지요. 성물이나 성역에 더러운 것을 뿌리거나 넣으면 신이 비를 내려 깨끗하게 해주리라 생각했으며, 신을 모독하거나 화나게 하여 강압적으로 비를 오게 하기도 합니다. 부정물은 개, 돼지의 피나 똥오줌이 주로 쓰이지요. 전라도 지방에서는 마을 여인네들이 모두 산에 올라가 일제히 오줌을 누면서 비를 빌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짚으로 용의 모양을 만들어 두들기거나 끌고 다니면서 비구름을 토하라고 강압하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한 방법입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비가 내리는 것과 같이 물이 떨어지도록 하는 유감주술이 있는데 보통 강변이나 우물에서 하지요. 부녀자들이 우물에서 키에 물을 붓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듯 물이 떨어지도록 하거나, 아들을 못 낳는 여자들이 키에 강물을 담아 새어나오는 물을 뽑고 밤에 황토와 체, 솥뚜껑을 우물가로 가지고 가서 고사를 지냅니다. 이때 한 처녀는 부지깽이로 솥뚜껑을 두드리고 다른 처녀는 샘물을 바가지로 퍼서 솥뚜껑 위의 체에 물을 부으면서 "쳇님은 비가 오는데 하늘님은 왜 비를 내려 주지 않으시나요" 하고 주문을 반복하지요. 또 병에 물을 담은 다음 솜으로 막아 대문 앞에 병을 거꾸로 매달아 두어 물이 똑똑 떨어지도록 해 비가 오기를 기원하기도 했는데 이를 현병(懸甁)이라고 합니다.
농사는 나라의 뿌리였으므로 가뭄이 들면 임금이 나랏일을 잘못해 내리는 천벌이라 여겨 임금 스스로 몸을 정결히 하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으며, 식음을 폐하고 거처를 초가에 옮기고, 죄인을 석방하기도 했지요. 이때 백성은 시장을 오가고, 부채질을 하거나 양산을 받는 일을 하지 않았으며, 양반도 관(冠)을 쓰지 않았습니다. 이제 기우제 지내는 일이야 없지만 이처럼 귀한 물을 함부로 쓰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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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하지 – 키질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 김영조,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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