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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주택 문화

조선시대 온돌의 부작용

온돌방을 마루로 바꾸자

그런데 조선시대 온돌방의 보급은 뜻하지 않은 데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온돌방이 보급되면서 동시에 연료, 즉 땔나무의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온돌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궁이에 지필 땔나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했다. 1년 중 난방을 하지 않는 기간이 여름철과 이를 전후한 6개월 정도라고 하더라도, 나머지 6개월 동안은 아궁이에 계속 불을 지펴야 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땔나무의 양은 만만치 않았다. 이 때문에 땔나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해야 했고, 온돌방은 사치와 낭비의 대상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특히 온돌방이 한창 보급되던 17세기에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조정에서는 온돌방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계속 제기되었고, 대신들은 궁궐의 온돌방 숫자를 줄이자는 요구를 주저하지 않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들이 있다.

이원익각주1) 이 말하기를, “신이 전에 듣건대, 선대의 나인들이 모두들 ‘사대부집 종들도 온돌에 거처하는데 나인으로서 마루방에 거처해서야 되겠습니까?’라고 하여, 이로부터 대궐 안의 온돌이 많아졌다 하니, 마루방으로 바꾸면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경석각주2) 이 말하기를 “예전에는 절약에 힘써 내간(內間, 부녀자가 거처하는 곳)에 온돌방이 몇 개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마루방이었다고 노인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공조에서 요청해 원자의 온돌방 하나를 줄이라고 분부하셨는데, 이 역시 아름다운 일이었습니다. 원자가 처음 탄생했을 때부터 날마다 절약하는 정신을 보여준다면 비용이 감축될 뿐 아니라 복을 아끼는 길도 될 것입니다” 하니, 상(上)께서 말하기를 “그렇다” 하며, 또 방 하나를 더 줄이도록 명했다.
(땔나무 진상의 폐단을 논의하던 중) 송시열각주3) 이 대궐 안의 궁인들이 마루방에 살던 옛 제도를 회복하도록 청했다. 옛 관례에는 궁인들이 마루방에 거처하고 온돌에 거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정중각주4) 도 같은 뜻을 아뢰었으나, 상께서 끝내 어렵다고 허락하지 않았다.

각각 『인조실록』, 『현종실록』, 『숙종실록』에 실려 있는 이 기사들은 모두 궁궐에 온돌방이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폐단을 대신들이 진언하는 내용이다. 예전에는 마루방이 많아 땔나무를 아낄 수 있었지만, 요즈음은 대부분 온돌방이라서 땔나무의 소비가 매우 극심하니, 이를 절약하기 위해서는 온돌방을 다시 마루방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온돌방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역사의 흐름을 역행하는 인식이었지만, 이런 주장이 오히려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당시 땔나무 소비로 인한 폐단이 꽤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땔나무를 애원하는 편지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분묘(墳墓)를 중심으로 형성된 분산(墳山)에서 땔나무를 조달할 수 있었다. 16세기에 양주에서 시묘살이를 한 이문건의 경우를 보면, 시묘살이 기간 동안 주기적으로 서울에 있는 집에 땔나무를 보내는 일이 그의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였다.

또한 사대부라고 해도 땔나무가 떨어지면 추위에 벌벌 떨어야 했기 때문에, 땔나무를 구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 애걸하기도 했다. 아래의 시는 조선 후기의 문신 조태억(趙泰億)이 친구에게 보낸 것이다.

  • 〈추위에 떨다가 휘릉당 형에게 편지하고, 숭재 이자유에게도 보여 땔나무를 구하다.〉

    苦寒 柬徽陵堂兄齋所 兼示崇齋李子有 乞烏薪

  • 빈집에서 거북처럼 웅크리니 병이 더 심해지고

    空齋龜縮病仍添

  • 동지 후에 한기가 갈수록 삼엄하네.

    至後寒威轉覺嚴

  • 두보처럼 가난하여 이불이 쇳덩이 같고

    貧比少陵衾似鐵

  • 묵적처럼 현명하지 않아 구들을 그을리지 못하였네.

    賢非墨翟堗無黔

  • 화로에 불씨가 끊겨 차도 못 끓이고

    爐頭烟歇茶難熟

  • 벼루가 얼어붙어 붓 들어 시도 못 짓네.

    硯面氷凝筆謝拈

  • 동쪽 성곽의 두 공께서 이 몸을 생각하여

    東郭兩公應念我

  • 이 추운 골짜기에 불 좀 때게 해주오.

    可令陰谷見噓炎

〈추위에 떨다가 휘릉당 형에게 편지하고, 숭재 이자유에게도 보여 땔나무를 구하다.〉
苦寒 柬徽陵堂兄齋所 兼示崇齋李子有 乞烏薪
빈집에서 거북처럼 웅크리니 병이 더 심해지고
空齋龜縮病仍添
동지 후에 한기가 갈수록 삼엄하네.
至後寒威轉覺嚴
두보처럼 가난하여 이불이 쇳덩이 같고
貧比少陵衾似鐵
묵적처럼 현명하지 않아 구들을 그을리지 못하였네.
賢非墨翟堗無黔
화로에 불씨가 끊겨 차도 못 끓이고
爐頭烟歇茶難熟
벼루가 얼어붙어 붓 들어 시도 못 짓네.
硯面氷凝筆謝拈
동쪽 성곽의 두 공께서 이 몸을 생각하여
東郭兩公應念我
이 추운 골짜기에 불 좀 때게 해주오.
可令陰谷見噓炎

이 시에는 한겨울 추위에 냉방에서 괴로워하다가 친구들에게 땔나무를 구하는 간절한 심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 온돌방이 보급되면서 이제 땔나무는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 되었다. 특히 겨울철을 대비해 땔나무를 넉넉히 준비해두는 일은 매우 중요한 월동 준비였다.

가정용 땔나무는 집집마다 사용하는 필수품이었기 때문에 그 소비량을 전국적으로 계산한다면 천문학적 수치에 달했다. 전국 각지의 산들은 땔나무의 확보를 위해 수난을 겪어야 했다. 가정용 땔나무의 수요는 산림 황폐화의 주범으로 작용했다. 이는 어느 특정 연대,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

땔나무는 주로 촌민들이나 초군(樵軍, 나무꾼)들이 공급했다. 그런데 땔나무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불법으로 다른 사람의 산에 침범해 몰래 나무를 베는 투작(偸斫) 행위들 또한 범람했다. 따라서 조선 후기 백성들이 관청에 낸 청원서 중에는 투작을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내용들이 많았으며, 그중에는 분쟁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특히 초군들은 개인적으로 작업하기도 했으나, 집단을 이루어 조직적으로 작업하는 경우도 많았다. 수십 명에서 100명이 넘는 대규모 조직까지 등장했던 것이다. 이들의 집단 활동은 결국 투작의 대규모화 현상을 초래했다.

윷놀이

땔나무를 한 짐 해오던 일꾼들이 모여 윷놀이를 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온돌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땔나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했다. 《단원풍속화첩》, 김홍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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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에는 투작에 따른 산림의 황폐화를 막기 위해 국가에서 금산(禁山)을 지정해 금송(禁松) 정책을 시행했다. 또한 각 고을에서는 송계(松契)를 조직해 마을 공동산을 수호했다. 개인들이 점유하고 있던 사양산(私養山)에서는 산지기를 두어 분묘와 함께 산림을 보호했다. 하지만 사회적인 추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땔나무 확보를 위한 산림 훼손과 황폐화는 일제 강점기를 거쳐 20세기에 들어와서도 계속되었다. 이는 1960, 70년대 영화나 사진 속에 등장하는 벌겋게 속살이 드러난 민둥산의 모습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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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집필자 소개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조선대학교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고문서 및 일기 자료에 반영된 조선시대의 사회 생활상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소지류 ..펼쳐보기

출처

조선시대 생활사 3 -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
조선시대 생활사 3 -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 | 저자한국고문서학회 | cp명역사비평사 도서 소개

‘의식주’를 통해 조선시대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의미의식주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자 생활 그 자체이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 어떤 의도로 이를 구현했는가..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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