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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를 제거하는 타워

스모그 프리 타워는 도시 속 거대한 나무 같은 역할을 한다. 타워가 공기 중의 먼지를 빨아들이고, 다시 무공해 공기를 방출해 사람들이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핵심 원리는 정전기를 발생시켜 스모그 분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에 있다. 타워의 아랫부분에서 구리 코일을 통해 만들어진 전극이 공중에 양이온을 뿌리면, 이 양이온들이 미세먼지 입자에 달라붙는다. 이후 타워 표면에 음극이 흐르면, 양이온들은 미세먼지 입자와 함께 타워의 표면에 다시 달라붙게 된다. 이런 미세먼지 입자를 이온과 함께 타워 안에 모으는 것이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일반 필터 시스템이 정화하지 못하는 미세먼지까지도 빨아들일 수 있다. 그 결과, 스모그 프리 타워가 있는 공원은 도시의 다른 지역보다 공해가 최대 75%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모그 프리 타워는 7m 높이의 모듈 시스템으로, 상대적으로 건설이 쉽고 건설된 타워를 옮기는 것도 어렵지 않다. 스모그 프리 타워는 1시간에 3만 ㎥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고, 에너지 소비량도 1,700W 정도로 매우 적은 편이다. 1,700W는 일반 가정용 진공청소기나 헤어드라이기의 전력 소비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스모그 프리 타워에 사용되는 전력은 풍력을 이용해 생산될 예정이며, 태양광 모듈을 부착해 타워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도 조만간 테스트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주얼리로 변신한 스모그

스모그 프리 타워로 공기를 정화하고 남은 공해 물질을 압축하면, 검은색 탄소 덩어리를 얻을 수 있다. 그 탄소 덩어리를 '스모그 프리 큐브(Smog Free Cube)'라고 부른다. 8.4mm 크기의 정육면체 모양인 하나의 스모그 프리 큐브는 1,000㎥의 공기에 들어 있는 공해 물질을 압축한 결과다. 공해가 심각한 지역에서는 매일 3,500개의 스모그 프리 큐브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단 로서가르드는 이 탄소 덩어리를 보석같이 디자인해 반지와 커프링크스를 제작했다.

이러한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 스모그 프리 큐브는 단순히 공기를 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해를 눈에 보이게 만들어 사람들이 이를 실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 단지 환경에 좋은 일을 한다는 구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주얼리로 변신한 공해를 직접 보고 만지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공해 예방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더욱 지지하게끔 이끌 것으로 보인다.

스모그 프리 타워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로서가르드는 델프트 공과대학의 25㎡ 규모의 실내 공간에서 스모그 프리 타워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이제 실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2015년 9월 4일 로테르담에 스모그 프리 타워를 설치하면서 스모그 프리 파티를 여는 것이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테르담에 설치된 스모그 프리 타워는 일정 기간을 거친 후 베이징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이후 뭄바이, 파리 등 여러 도시로 옮기기 위해 각 도시의 시청과 논의 중이며, 도시를 옮겨갈 때마다 스모그 프리 파티를 개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최초의 실외 스모그 프리 타워를 설치하기 위한 로테르담 프로젝트에는 예산이 필요했다. 그는 2015년 7월 23일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플랫폼인 킥스타터(Kicksterter)를 통해 스모그 프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규모는 5만 유로(한화 약 6,000만 원)로, 투자자들은 5유로부터 1,500유로까지 다양하게 투자할 수 있다. 50유로 이상 투자하면 스모그 프리 큐브를, 250유로 이상 투자하면 스모그 프리 큐브로 만든 반지나 커프링크스를 받을 수 있다. 그 이상의 금액인 400유로, 600유로, 1,500유로를 투자하면 스모그 프리 큐브 반지와 커프링크스는 물론 스모그 프리 파티 초대권을 받게 된다.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마감까지 약 1개월 남은 8월 16일 현재까지, 총 656명이 투자에 참여했으며, 목표 금액을 벌써 넘어 총 5만 2,765유로가 모였다. 그는 목표 금액을 채운 순간부터 스모그 프리 타워 건설을 시작했다. 가장 큰 투자 금액인 1,500유로는 단 5명의 투자자만 모집했는데 이미 마감되었고, 7명이 600유로, 10명이 400유로를 투자했으며, 350명 이상의 사람들이 50유로를 투자했다. 투자자들은 스모그 프리 파티가 열리는 9월 4일에 스모그 프리 큐브와 반지, 커프링크스를 받을 예정이다.

물론, 스모그 프리 타워가 도시 공해의 최종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스모그 프리 타워로 정화할 수 있는 공기의 양이 한정되어 있고, 기본적으로는 국지적인 효과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스모그 프리 타워로 정화된 공기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물론, 스모그 프리 큐브를 보며 공해를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쾌적해진 환경에 대한 경험과 공해에 대한 시각적 체험이, 시민들은 물론 기업, NGO, 정부 차원에서 석탄 사용을 줄이고 도시의 공해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만드는 데 큰 계기가 될 것이다.

스모그 프리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만든 베이징의 상황이, 비단 중국인들만이 처한 현실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초미세먼지로 뿌옇게 변한 하늘에 사람들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스모그 프리 파티가 열리고, 그 과정 속에서 공해를 비롯한 환경오염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