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이 전쟁 동안 변경지역 촌락이 일시적으로 황폐해졌으나 결국에는 이 지역으로의 백인의 서진을 가로막던 인디언의 저항이 뿌리 뽑히게 되었다. 초기 매사추세츠 정착민들과 왐파노아그족의 대추장인 마사소이트 사이에는 오랫동안 상호협력과 교역관계가 촉진되어왔었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상태는 피쿼트족과의 싸움(1637)으로 깨어졌다.

1660년대 들면서 정착민들은 황야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디언들에게 의존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고기잡이와 교역활동으로 이전의 이윤이 많이 남았던 모피교역을 대신했다. 1640~75년에 걸쳐 토지에 굶주린 정착민들이 인디언 영토, 특히 매사추세츠·코네티컷·로드아일랜드 지방으로 몰려들었다. 인디언들은 그들의 고향땅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만 했으며, 지키지 못하게 되면 '백인들의 종'이 되어 그들의 낯선 법에 굴복하고, 굴욕적인 자유의 제약을 당하고, 훌륭한 사냥터를 빼앗기며, 엄격한 그리스도교의 도덕에 따라 움직여야 할 처지였다.

마사소이트가 죽고(1661) 후계자가 된 필립 왕(인디언식 이름은 메타콤)은 앞으로 영국인들의 팽창을 막아내겠다는 맹세를 하고 부족간의 연맹결성을 시도했다. 마침내 필립은 강력한 나라간세트족과 뉴잉글랜드 지역에 자리잡고 있던 거의 모든 인디언 부족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정탐꾼 존 새서먼을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3명의 왐파노아그족 인디언들이 영국인들에 의해 사형당하자 필립 왕은 격분한 청년 인디언 전사들을 더이상 통제할 수 없었으며 양 진영이 미처 전열을 가다듬기도 전에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전쟁이 일어나자 인디언들은 코네티컷 강에서 매사추세츠와 나라간세트 만에 이르는 지역에 자리잡은 변경의 정착촌을 습격했으며, 여기에 뒤이어 식민지 민병대 역시 인디언 마을을 공격하여 잔인한 보복을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1675년말에 이르러 변경지역에 있던 마을들이 황폐해졌고, 나라간세트족은 그레이트 스웜프 전투(1675. 12)에서 몰살당했다. 인디언들은 1676년 봄까지 전세를 유리하게 이끌어갔으나 농작물이 파괴되어 굶주림을 겪게 되고 그리스도교로 귀의한 인디언, 즉 '기도하는 인디언'들이 척후병으로 전쟁에 동원되면서 전의를 상실했다. 8월에 필립이 죽자 2년 동안 평화조약이 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디언들의 저항은 사라졌다.

필립 왕 전쟁은 식민지시대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치른 대결의 하나였다. 영국 왕의 대리인이던 에드워드 랜돌프는 약 600명의 정착민과 3,000명 정도의 인디언들이 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일설에 의하면 이 지역의 90개 정착촌 중에서 반수 이상이 공격을 받았으며 12곳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학살이 벌어지지 않은 인디언 마을은 없었고 부족의 인구는 1/10로 줄었다. 살아남은 인디언들은 뿔뿔이 흩어져 북쪽이나 서쪽으로 도주했다. 이 전쟁 이후 정착민들은 아무 두려움 없이 뉴잉글랜드의 남부지역을 넘어 인디언들의 옛 영토로 진출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