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스스로 퇴위함으로써 전유럽을 놀라게 했다.

퇴위 후 나폴리와 폴란드 왕위에 오르려고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재치 있고 학식이 뛰어났던 여성으로 막대한 자금을 들여 예술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유럽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특히 유명하다.

구스타프 2세 아돌프와 브란덴부르크의 마리아 엘레오노라 사이에서 태어났다. 뤼첸 전투에서 구스타프 2세가 죽자 유일한 상속자인 그녀는 6세가 채 되기도 전에 미취임 여왕으로 선출되었다. 구스타프 2세의 지시에 따라 그녀는 왕자의 교육을 받고 자랐는데, 신학자로 학문적 명망이 높은 요한네스 마테우스가 그녀의 교사였다.

한편 총리 악셀 옥센셰르나를 주축으로 한 5명의 섭정이 국정을 수행했다. 크리스티나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총명함과 강한 의지가 있었다. 옥센셰르나는 그녀에게 직접 정치를 가르쳤으며 그녀가 14세 때 각료회의에 참석시켰다. 그러나 그녀는 성년이 되어 1644년 여왕으로 즉위한 뒤 옥센셰르나와 대립했다. 그때부터 두 사람 사이에는 계속 마찰이 생겼으며, 특히 30년전쟁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이 심했다.

그녀는 옥센셰르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베스트팔렌 조약을 체결해 전쟁을 끝내는 데 앞장섰다. 주도면밀한 정치가였던 크리스티나는 전쟁중에 발생한 치열한 계층간 반목이 내전으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할 수는 있었지만 오랜 전쟁으로 인한 심각한 재정난을 타개하지는 못했으며, 결국 옥센셰르나에게 도움을 청해야만 했다.

그녀는 높은 교양과 학문에 대한 정열적인 관심으로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독서에 열중했으며, 외국의 저명한 작가와 음악가 및 학자들을 궁정으로 초빙하곤 했다.

데카르트는 직접 그녀에게 철학을 가르쳤고 그녀의 궁전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녀의 재치와 학식 때문에 전유럽은 그녀를 북방의 미네르바라고 불렀다. 그러나 낭비가 심하고 왕실 영지를 아낌없이 너무 헐값에 처분했으며, 백성들이 원하지도 않고 뒷받침하기도 어려운 호화로운 궁정생활에 탐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집권기는 선정이 베풀어진 시기였다.

1645년 스웨덴 최초의 신문이 탄생했으며 처음으로 전국적인 학교조례가 제정되었다. 과학과 문학이 장려되고 도시에 새로운 특권이 주어졌으며 무역과 제조업 및 광업이 크게 발전했다. 그녀가 10년간의 집권 후 왕위에서 물러난 사건은 전유럽에 충격과 함께 당혹감을 안겨주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병이 생긴데다 국가를 통치해야 하는 짐이 여자에게는 너무나 무겁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퇴위를 결정한 진짜 이유는 결혼하기가 싫었고 또 스웨덴에서는 금지되어 있는 가톨릭 신앙으로 몰래 개종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사촌인 카를 10세 구스타프를 후계자로 선정했으며, 1654년 6월 6일 자신의 퇴위와 함께 카를 10세가 스웨덴 왕으로 즉위하자 즉각 스웨덴을 떠났다.

1655년 12월 교황 알렉산데르 7세는 로마에서 그녀를 융숭하게 맞아들였다.

그러나 그녀는 신앙을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데 반대했고 교황은 곧 이런 크리스티나에게 환멸을 느꼈다. 미모와는 거리가 멀었지만(작은 키에 얼굴은 천연두 자국 투성이였으며 오른쪽 어깨에는 혹이 나 있었음) 예의와 인품으로 로마에서 상당히 시선을 끈 크리스티나는 과거 스웨덴 군주시절에 향수를 느낀 나머지 프랑스의 총리인 추기경 마자랭과 모데나 공작을 상대로 나폴리(당시 스페인 군주의 지배하에 있었음)를 손에 넣기 위한 협상을 벌였다.

당시 그녀가 의도한 바는 자신이 나폴리 여왕이 되고 사후에는 프랑스의 왕자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것이었으나 프랑스를 방문중이던 1657년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퐁텐블로에 머물던 중 그녀는 자신의 시종무관 마르케세 잔 리날도 모날데스키가 교황청에 자신의 계획을 밀고했다고 주장하며 즉결처형을 명했다. 권위를 주장하는 정도를 넘어선 이같은 조치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기를 거부함으로써 프랑스 궁정에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으며, 교황은 그녀의 로마 귀환을 달가워하지 않게 되었다.

이 추문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티나는 당대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4명의 교황과 친분을 맺었고, 적극적인 예술 후원자로 활동했다. 항상 사치를 즐겼으므로 생애의 대부분을 재정난에 시달려야 했다. 스웨덴으로부터의 수입이 전달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때로는 한푼도 전해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1660, 1667년 2차례 스웨덴을 방문했는데, 2번째 방문여행중 함부르크에 머무는 동안에는 폴란드 왕위에 오르기 위해 교황 클레멘스 9세의 지지를 얻어냈다.

당시까지 폴란드 왕은 그녀와 6촌지간인 얀 카지미에슈였으나 그 역시 왕위에서 퇴위했었다. 그녀는 폴란드 왕위에 오르는 데 실패했지만, 이 일은 사랑하는 로마로 돌아갈 수 있음을 의미했기 때문에 그녀에게 오히려 기쁨을 가져다준 것으로 보인다. 로마에서는 데초 아촐리노 추기경과 긴밀한 친분관계를 맺었는데, 그는 영리하고 매력적이며 신중한 인물이었으며 당시 종교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던 추기경 그룹의 지도자였다.

당시 로마에서는 아촐리노 추기경이 크리스티나의 정부라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는데, 19세기에 번역되어 공개된 그녀의 편지 내용들은 이같은 견해를 뒷받침해준다. 크리스티나는 아촐리노 추기경과 함께 교회 내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여했으며, 투르크를 상대로 한 십자군원정을 추진할 것을 여러 해 동안 역설해 마지 않았다. 이 원정을 승리로 마무리지은 교황 인노켄티우스 11세는 그녀의 긴급요청에 따라 그녀에게 연금지급을 중단하고 이 돈을 전비에 보조했다.

1681년 크리스티나는 스웨덴에 있는 자신의 영지에 믿을 만한 관리인을 임명함으로써 마침내 재정적으로 안정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녀의 예술에 대한 남다른 취미는 유럽의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리아리오(지금의 로마 룽가라에 있는 코르시니)라고 불리는 그녀의 궁정에는 베네치아 유파의 훌륭한 미술작품들과 그밖의 조각품 및 메달 등이 소장되어 있었다(코르시니 궁전). 이곳은 문인들과 음악가들의 회합장소가 되기도 했다.

그녀가 창설한 철학과 문학을 위한 아카데미아 델라르카디아는 지금도 로마에 남아 있다. 로마에 세워진 최초의 공공 오페라 하우스인 토르디노나가 문을 연 것도 그녀의 주장에 의해서였으며, 작곡가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와 아르칸젤로 코렐리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후원한 사람도 바로 그녀였다.

스카를라티는 그녀의 성가대지휘자가 되었으며 코렐리는 그녀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했었다. 조각가이자 건축가로 크리스티나와 친구지간이었던 조반니 베르니니는 자신이 인기를 잃어가고 있던 1680년 무렵 크리스티나가 미술사가인 필리포 발디누치에게 그의 전기집필을 맡기자 그녀를 구세주로 여겼다. 그녀가 수집한 엄청난 분량의 서적과 필사본들은 현재 바티칸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녀는 또한 개인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자선을 베푼 것으로 이름나 있었으며, 특히 로마에 거주하던 유대인들의 보호자로 유명했다.

1689년 아촐리노 추기경을 자신의 상속자로 지명하고 사망했으나 2개월 후 아촐리노 추기경 역시 세상을 떠났다. 크리스티나의 무덤은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