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주석학파의 시대는 11세기말 볼로냐에서 로마 법 연구의 부활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그들은 우선 6세기의 로마 법 편찬자인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의 〈학설휘찬 Digest〉을 기존의 필사본들과 비교하여 재구성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13세기 중반 볼로냐 법학교의 교수이자 주석학파 최후의 학자였던 프란시스쿠스 아쿠르시우스는 그때까지의 주석학자들이 기입한 방대한 주석들을 하나의 완전한 저서 속에 종합·요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아쿠르시우스 자신의 주석까지 보충된 〈표준주석 Glossa ordinaria〉은 〈대주석 Glossa magna〉으로 알려졌고, 거의 1세기 동안 이 책은 로마 법 원전에 필적하는 권위를 지녔다.

개인간·국가간의 교역관계가 증가함에 따라 발달된 법률체계가 필요하게 된 유럽에서 주석학파는 로마 법 연구에 기초를 제공했다. 그러나 그들이 이러한 추세나 당시의 일상적인 법적 필요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것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즉 그들의 논의는 실용적이라기보다 학문적이었다. 부활된 로마 법과 이탈리아 도시법과의 사이에 보다 밀접한 연관을 맺도록 하는 일이나, 로마 법을 당시의 실용적인 법적 요구에 적용하는 방법을 발견하는 일은 주석학파를 이은 14세기의 후기주석학파가 해결해야 할 과업이었다. 초기와 후기의 주석학파가 미친 영향은 이탈리아에 한정되지 않았다. 많은 학생들이 볼로냐 법학교로 몰려들었고, 이 학교 출신의 법률가들이 유럽 각처의 정부와 법원으로 진출했다. 그들이 이루어놓은 업적은 수세기 동안 법적 사고의 절차와 실체 모두에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