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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정치인. 2차례 총리(1974~76, 1986~88)와, 제22대 대통령을 지냈다.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난 시라크는 1954년 파리의 정치학연구소를 졸업하고 알제리에서 장교로 복무했으며(1956~57), 1959년 국립행정학교를 졸업했다. 이어 공무원으로 들어간 그는 급속도로 승진, 국장과 국무차관을 거쳐 1971~72년에 의정담당 장관이 되었다.

그는 1967년부터 연속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농무장관(1972~74)과 내무장관(1974)을 역임한 후 1974년에 새로 선출된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임명되었다. 성격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지스카르와 뜻이 맞지 않아 1976년에 총리직을 사임한 야심만만하고 정력적인 시라크는 공화민주주의자연합으로 알려진 드골파(派)의 집단을 신드골파 집단인 공화국연합(RPR)으로 재결속시키고 확고히 장악했다.

1977년부터 파리 시장에 연속 당선된 그는 프랑스의 여러 정당들 사이에서 정치적 기반을 계속 쌓았다. 1986년에 실시된 의원총선에서 우익 정당들의 연합 세력이 국회에서 근소한 차로 다수 의석을 획득했으며, 시라크는 사회당 출신의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에 의해 총리로 임명되었다. 두 사람 사이의 이러한 권력분담 협정은 제5공화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전까지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항상 같은 당이나 같은 선거 연합세력에 속했었다.

동거로 알려진 이 협정으로 시라크 총리는 국내 문제를 담당하고 미테랑은 외교정책을 계속 책임지게 되었다. 시라크가 2번째로 총리직에 있을 동안 이룩한 가장 중요한 업적은 미테랑의 통치하에서 국유화되었던 많은 주요산업체와 보험회사와 은행을 다시 민영화한 일이었다. 시라크는 중도우파인 RPR의 후보로 미테랑에 맞서 대통령에 출마했다가 1988년 5월에 실시된 결선투표에서 완패하고 총리직을 사임했다. 그후 파리 시장으로 있으면서 1993년 총선에서 우파가 압승을 거두자 제1당 총재로서 정계의 각광을 받았다.

1995년 5월 3번째 출마한 파리 시장 자크 시라크는 드디어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선거전에서 시라크는 친구이자 동료인 드골파(派)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를 따돌린 다음, 사회당(PS) 대통령 후보인 리오넬 조스팽과 맞섰다. 당시 프랑스는 급증하는 예산적자와 꾸준히 늘어나는 실업에 직면해 있었는데, 시라크는 프랑스에 변화가 필요하고 그 일을 해낼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고 설득한 것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르펜을 누르고 당선되어 재선에 성공하여 2007년 퇴임할 때까지 12년 간 대통령을 지냈다.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유로화를 도입했고, 2003년에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결정에 대하여 반대의 입장을 주도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지도자였다. 재임기간 동안 그는 프랑스 국민에게 강력한 프랑스 시절의 상징일 뿐 아니라 대중과 소통하기를 즐긴 소탈한 대통령으로 존경을 받았다.

시라크는 2019년 9월 26일 노환으로 타계했으며, 그의 장례는 30일 파리 시내 생 쉴피스 대성당에서 국장으로 치러졌다. 그의 국장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지스카르 데스탱,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아 올랑드 등 프랑스의 전·현직 대통령뿐 아니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외국의 전현직 국가 수반이 참석하여 그를 기렸다. 그는 그보다 앞서 타계했던 장려 로랑스가 묻힌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에 안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