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전 40권. 28문, 300여 항으로 되어 있다. 보통 줄여서 〈고려도경〉이라 부른다. 서긍이 1123년에 송나라 휘종의 명을 받고 사신 노윤적을 따라 고려에 와서 1개월 남짓 머물면서 견문한 고려의 여러 가지 실정을 그림을 곁들여 설명한 책이다.

1124년 서긍은 송으로 돌아가서 곧 이 책을 만들어 휘종에게 바쳤는데, 휘종은 이 책을 보고 크게 기뻐하여 그에게 동진사출신을 내리고, 지대종정승사로 발탁했다. 3년 뒤인 1126년 금나라의 침략으로 송의 수도가 함락될 때 휘종에게 바친 정본이 없어졌으므로, 1167년(의종 21)에 서긍의 조카 서천은 서긍이 따로 보관해 두었던 부본에 의거해서 간행했다. 그러나 이때 그림은 복구하지 못했다. 이 간본은 간행연대 또는 간행장소에 따라 건도각본 또는 징강본이라고 불린다. 그뒤 여러 차례에 걸쳐 간행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의 간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책이 알려지게 된 것은 청나라 때 포정박이 편찬한 〈지부족재총서 知不足齋叢書〉에 이 책이 수록·간행되면서부터이다. 포정박은 발문에서 1167년에 간행된 송판본과 간행 연대 미상의 고려본이 있으나 구할 수 없고, 볼 수 있는 것은 명나라 말기 정휴중의 중간본뿐인데, 이는 간본이 좋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그때문에 포정박은 자기 소장의 사본과 정본을 합하여 간행했다.

송나라 사람이 남긴 고려에 대한 기사로는 오식의 〈계림기 鷄林記〉(20권), 왕운의 〈계림지 鷄林志〉(30권), 손목의 〈계림유사 鷄林類事〉(3권) 등이 있으나, 현재는 거의 소실되어 그 일부만이 전한다. 이 책은 고려의 사회상에 대해 먼저 글로 설명하고 그 모습을 그릴 수 있는 것은 그림을 덧붙이는 형식을 취했다. 수록 내용을 보면 권1 건국, 권2 세차, 권3 성읍, 권4 문궐, 권5·6 궁전, 권7 관복, 권8 인물, 권9·10 의물, 권11·12 장위, 권13 병기, 권14 기치, 권15 거마, 권16 관부, 권17 사우, 권18 도교·석씨, 권19 민서, 권20 부인, 권21 조예, 권22·23 잡속, 권24 절장, 권25 수조, 권26 연례, 권27 관사, 권28·29 공장, 권30~32 기명, 권33 주즙, 권34~39 해도, 권40 동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인의 눈을 통해 비친 고려 인종 무렵의 사회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다른 고려사 관계 자료들에서 볼 수 없는 기사가 많아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은 책이다. 그러나 한국의 역사적 사실을 잘못 이해하고 서술한 부분도 있어서 엄중한 사료비판을 요한다. 1970년 이화사학연구소에서 건도각본을 영인한 영인본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