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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사회의 총체적 존재양식을 의식하는 것은 인간이 사회생활 중에 부정과 억압 등을 경험하여 거기에서 문제를 발견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사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회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포함하게 된다. 이같은 비판의식이 중시되는 경우 사회변혁 또는 사회개조를 통해 인간을 해방시키려는 노력을 사회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 유럽의 경우를 살펴보면 봉건체제로부터 개인을 해방시키려는 시민혁명의 사상이 사회사상의 핵심을 형성해왔다. 영국에서 근대시민혁명의 단서가 되었던 청교도혁명을 지지한 홉스의 사회사상은 로크에 의해 제창된 주권재민(主權在民)의 민주주의사상의 기초가 되었다. 민주주의사상에는 르네상스 인문주의를 비롯해 경험적 자연과학, 합리주의, 종교개혁으로부터 발생한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개인의식이 결합되어 있다. 로크의 사회사상은 유럽 각국에 유입되었고 특히 프랑스의 백과전서파들은 이를 바탕으로 구체제에 대한 격렬한 비판을 전개했다. 루소는 독자적인 사회사상에 근거하여 현존사회가 예속상태라는 사실을 강렬하게 비판했는데, 이같은 비판은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으로 연결되었다. 독일에서의 계몽주의는 위로부터의 계몽으로 변화하여 자유는 내면적 자유로 변질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의 빈부격차, 노동자의 예속 상태에 대하여 영국의 로버트 오언은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에 시험적인 공동체를 건설했으며 공상주의적 사회주의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독일에서는 마르크스에 의해 생산수단의 사유를 폐지함으로써 인간해방을 이루려는 공산주의사상이 형성되었다. 이에 대하여 의회민주주의를 통하여 점진적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사회사상으로서 영국에서는 페이비어니즘, 그리고 독일에서는 사회민주주의가 등장했다. 한편 자본주의사회의 합리화와 관료제의 문제를 철저하게 해명한 베버의 입장을 계승한 만하임은 산업사회의 합리화가 진전되는 것과 더불어 대중사회에 비합리성과 격정적 충동이 일어나는 대중사회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제2세대라고 일컬어지는 하버마스는 현대사회가 '조직된 자본주의' 또는 '국가적으로 규제되는 자본주의'로 변질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관리사회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의 사회사상

한국의 근대 사회사상은 조선시대의 봉건질서를 기반으로 한 유교사상을 지양하면서 대두된 사상으로서 크게 3개의 조류, 즉 위정척사사상·동학사상·개화사상으로 나눌 수 있다. 위정척사사상은 양반유생들이 주자학의 화이사상(華夷思想)에 입각하여 공자·맹자·정자·주자의 학풍을 잇는 유학사상을 정(正)이라고 보고 서양과 일본의 사상과 학문을 사(邪)로 보면서 '사=양왜(洋倭)'를 배척하며 '정=조선·중국'을 지키려는 봉건적인 질서에 입각한 사상이다.

한편 몰락한 양반 최제우(崔齊愚)에 의하여 1860년 창도된 동학사상은 후천개벽(後天開闢)·보국안민·광제창생의 기치를 내건 민족종교사상이었다. 즉 19세기 중엽 천주교의 국내침투와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으로 인한 민족의 위기를 극복하고 후천개벽을 통하여 민중과 함께 만민평등의 지상천국을 건설한다는 기치하에 주자학적 사상에 도전하는 반봉건적 이념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개화사상은 1850~60년대에 걸쳐 혁신관료, 양반출신 지식인들과 중인출신들 사이에서 조선 후기의 실학사상과 서구의 민주주의를 계승·발전시켜 형성된 사상이다. 초기의 개화사상가로는 오경석·유대치·박규수를 들 수 있고, 이들의 사상을 집대성시켜 실천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사상가로는 김옥균을 들 수 있다. 이 사상은 온건개화파가 주도한 갑오개혁 때 부분적으로 반영되었으나, 일제 및 외세를 배격하지 못한 한계를 갖고 있었다. 개화사상은 김옥균에서 사실상 명맥이 단절되었고, 만민공동회 등 민권운동 등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3·1운동 후 사회사상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서구의 자유민주주의사상과 함께 사회주의사상이 도입되어 민족주의와 결합, 항일운동의 지도적 이념으로 역할을 한 것이다. 이들 사상은 1945년 8·15해방 이후 해방공간과 분단국가 수립, 6·25전쟁, 전후 현대사에 있어서 남·북을 통틀어 민족과 민주·통일을 주내용으로 한 현대 한국의 사회사상으로 대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