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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왕조 때에 멤피스가 다른 도시들을 압도하는 지위에 있었음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마네토는 제3왕조 및 제4왕조(BC 2650경~2465)를 멤피스 왕조라고 부르고 있으며, 멤피스 묘역에 있는 이 시대의 왕들이 묻힌 거대한 피라미드 무덤들은 이 점을 확인시켜준다. 제3왕조의 2번째 왕인 조세르는 전부 돌로 만들어진 최초의 대규모 기념물인 사카라의 계단식 피라미드를 세운 장본인이었다. 건축의 역사에서 이 위업을 이루어낸 사람은 왕의 건축가이자 보좌관이었던 임호테프였다고 하는데, 그는 현자(賢者)이자 의사로서 명성을 얻었기 때문에 나중에 신격화되어 그리스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와 같은 신으로 떠받들어졌다.

멤피스 근처에 있는 완성되지 못했거나 심하게 파손된 여러 피라미드의 잔해들은 제3왕조에 속한 다른 왕들의 무덤이었다고 여겨져왔다.

제4왕조의 첫번째 왕인 스네프루는 다슈르에 2개의 피라미드 무덤을 세웠다. 기자에 있는 3개의 커다란 피라미드는 제4왕조 말기의 왕인 쿠푸·카프르·멘카우레의 무덤이다. 기자에 있는 거대한 스핑크스는 카프르 때 세워졌다. 이 왕조의 마지막 적손(嫡孫) 왕인 세프세스카프는 자신의 무덤을 남부 사카라에 세웠다. 그 무덤은 피라미드와는 다른 독특한 형태의 직4각형 구조물인데 4면이 경사면으로 되어 있다.

그것은 오늘날 마스타바트 피르온이라고 부른다.

왕의 피라미드는 왕이 살아 있는 동안 왕을 섬겼던 궁정 신하와 관리들이 묻힌 커다란 묘역으로 에워싸여 있다. 이러한 무덤 가운데 몇몇에 새겨진 아름다운 부조(浮彫)들은 일상생활의 장면들을 담고 있어, 멤피스 왕국의 수공업·복장·직업 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해준다.

당시의 살림집과 가재도구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므로 이러한 부조들은 값진 자료가 되고 있다. 매우 이례적으로 상실되거나 파괴되지 않은 채 원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쿠푸 왕의 어머니인 헤테페레스의 무덤인데, 그 무덤은 숨겨져 있다가 기자의 거대한 피라미드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비록 헤테페레스 왕비의 시신은 어떤 이유인지 관에 들어 있지 않았지만, 장례 비품과 부장품들은 남아 있었다. 이러한 물건들이 보여주는 우아한 취향과 뛰어난 솜씨는, 무덤에 새겨진 훌륭한 부조들과 마찬가지로 그 시대 예술과 수공업의 높은 수준을 명확히 증명해준다.

오늘날 학자들은 고왕국이 멤피스 궁정의 수공업 기술자들과 프타 신을 연구하는 철학자·신학자들의 영향을 받아 이집트에서 다시는 도달하지 못한 '고전'문화의 절정에 다다랐다고 믿는다.

제5왕조(BC 2465경~2325경)의 왕들은 기자 남쪽 아부시르로 옮겨가 그곳에 그들의 장제전(葬祭殿)을 세웠다. 아부시르에 있는 그들의 피라미드는 제4왕조 시대의 피라미드보다 훨씬 더 작지만, 피라미드 신전과 포장도로는 섬세한 부조로 장식되어 있다.

이 왕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헬리오폴리스를 중심으로 태양 숭배가 성행한 것과 더불어 멤피스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다. 그 시대가 남긴 주된 기념물들은 피라미드가 아니라 태양신을 모시는 신전들이었다. 그러나 그 신전들도 아부시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른바 멤피스 피라미드 지역의 일부를 이루었다.

마네토가 역시 멤피스 왕조라고 부르는 제6왕조(BC 2325경~2150경) 동안에는 사카라의 피라미드 지역에 세워진 장제전들이 그 크기에서나 기술에서 줄곧 뒷걸음질쳤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멤피스라는 오늘날의 이름이 제6왕조 왕인 페피 1세의 피라미드 도시의 이름인 멘네페르(Men-nefer)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비교적 작고 보잘것없는 이 피라미드의 이름이 그 지역 전체를 가리키게 되었던 것이다. 이당시에는 지방도시들이 점점 더 두드러지게 발전해갔고, 멤피스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많은 훌륭한 무덤들이 자리잡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멤피스에 있던 중앙집권화된 정부의 영향력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처럼 분권화 과정은 마침내 내적 분열의 시기인 제1중간기를 낳았다. 마네토가 말하는 제7왕조와 제8왕조도 둘다 멤피스 왕조라고 불리긴 하지만, 두 왕조 모두 합쳐 보아야 아주 짧은 기간에 지나지 않았고, 옛 멤피스 왕가는 제6왕조가 막을 내린 뒤 곧바로 지방 제후들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고 믿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