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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인간과 만물에는 모두 인이 깃들어 있으므로 일체가 된다는 사상.
중국의 양명학에서는 이 이론이 대동사회의 실현과 연관되어 실천적 의미를 갖게 된다. 중국 송나라 때의 정호가 체계화했고, 명나라 때 왕수인이 한층 더 발전시켰다.
본래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인간과 자연을 일체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점은 〈장자 莊子〉나 불교의 이론에도 나타나지만, 이를 철학적으로 체계화시킨 것은 정호에 이르러서였다. 정호는 우주만물의 근원은 천지생생한 음양의 기(氣)로서, 생생은 생의이며, 윤리적으로는 인이라고 했다. 따라서 만물과 인생의 근원은 일체이며, 동체라는 것이다.
그는 맹자의 "만물은 모두 나에게 갖추어져 있다"는 말로부터 "인은 천지 만물로써 일체를 삼으니 내가 아닌 것이 없다. 이러한 이치를 얻게 되면 모든 것을 사랑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만물은 모두 인을 본질로 하고 있지만 어떤 것은 인간이 되고 어떤 것은 금수나 초목이 되는데, 그것은 곧 기의 치우침[偏] 때문으로 이러한 차별을 극복하고 인의 본질을 깨닫는 길은 그러한 본질이 현실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방해하는 앙금[渣滓]을 변화시켜 천지와 더불어 동체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인이 곧 만물일체라는 자각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한편 장재도 '민포여물'의 수평주의적 만물일체사상을 말했는데, 이러한 경향은 왕수인의 심즉리·지행합일·치양지 설의 기초가 되었다. 그는 천지만물의 이는 같은 것이며, 모두 사람의 마음에 갖추어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과 만물은 일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인간과 만물의 동질성을 나타내는 본질은 정호가 말한 '만물일체의 인'인데, 왕수인은 그것이 곧 양지라고 했다. 이 양지가 곧 통일의 원리이고 마음 본연의 성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의 양지는 이미 개인에게 국한된 수양덕목이 아니라, 만물일체를 실현하기 위한 각성운동이자 정신적 구세운동이었다.
즉 왕수인의 만물일체사상은 〈예기 禮記〉 예운편의 대동사상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으로, 대동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실적 병의 근본원인을 발본색원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만물일체의 인'이 회복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한편 만물일체설을 통해 드러나는 존재의 동일성은 차별적 사회질서를 철폐하고 동질성과 평등성을 실현하려는 실천적·변혁적 인식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그의 제자인 왕간은 '만물일체', '백성은 나의 형제자매이며 만물은 나의 반려'라고 주장했으며, 이러한 사상은 청나라 말기의 캉유웨이[康有爲], 담사동 등이 주장한 대동사상에도 반영되었다. 한편 조선에 전래된 양명학을 체계화한 정제두의 저술 가운데에도 만물일체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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