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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로마체의 비중이 가장 크며 널리 쓰인다. 15세기에 금속활자를 이용하는 인쇄기술이 절반 정도 완성되었을 때 활자 조각사들은 가능한 한 서사(書士)들의 필사체에 가까운 형태로 활자를 만들려고 했다. 가장 초기의 인쇄물들은 오늘날 흔히 고딕체라고 부르는 장식문자체(중세에 만든 것으로 알려진 획이 두껍고 뾰족한 모양의 활자체)로 인쇄했다. 그것은 정교하고 장식적인 활자체로서 손으로 쓰기는 쉬워도 금속을 깎아서 만들기는 어려웠으며 읽기가 힘들고 지면을 많이 차지해 귀한 종이의 낭비가 심했다.

그러던 중 읽기도 쉽고 만들기도 쉬운 새로운 활자체 모델이 문자체를 연구하던 수도원 서사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들은 인문주의 학자들의 요청을 받고 고대 로마에서 사용된 것이라고 믿었던 문자체를 실험하고 있었다. 장식문자(고딕체)에 비해 그것은 간단하고 단순하며 꾸밈없는 형태의 글자체였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그 연원은 로마 시대가 아니라 9세기에 샤를마뉴 제왕의 칙령에 따라 영국의 수사 알퀸이 개발해낸 '관용'(官用) 문자체였다는 것이 더 유력하다. 로마체라고 볼 수 있는 활자를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스트라스부르의 아돌프 루슈(1464)이거나 이탈리아의 수비아코에서 일한 2명의 독일 인쇄공 스베인하임과 판나르츠(1465)이다. 어느 쪽이 최초인가는 '로마체라고 볼 수 있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이후 1460년대 후반에 베네치아의 한 인쇄공이 로마체 활자의 특허를 냈으나 그가 죽자 1년 후 특허권도 소멸되었다.

로마체 활자는 처음 사용한 지 1세기가 채 못 되어 그 이전의 다른 모든 활자체를 압도했다. 오직 독일에서만 유일하게 20세기초까지도 장식문자가 우위를 누렸다. 여러 재능있는 활자 도안사들의 손을 거쳐 개작을 거듭하면서 로마체는 서적 인쇄술의 '표준' 활자체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