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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이른바 '길 잃은 세대'를 대표하는 주요소설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3부작 〈미합중국 U. S. A.〉을 통해 미국생활의 본질을 파헤친 급진적 비평가이자 사회사가로서도 명성을 굳혔다.

부유한 포르투갈계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나 1916년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뒤, 구급차 운전병으로 자원입대하여 제1차 세계대전에 참여했다. 초기 작품들에서는 주로 비인간적인 세계에서 받은 충격으로 고뇌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그렸다. 처절한 반전소설 〈3명의 병사 Three Soldiers〉(1921)가 이러한 작품에 속한다. 전쟁 뒤 몇 년 간 신문사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스페인을 비롯한 여러 나라를 여행한 경험을 통해 역사를 보는 안목을 넓히고 날카로운 사회적 통찰력을 얻었으며 급진적 성향을 확고히 하게 되었다.

초기의 주관주의적 색채는 점차 폭넓고 거친 객관적인 사실주의로 바뀌어갔다. 소설 〈맨해튼 역 Manhattan Transfer〉(1925)은 고속여객열차에 탄 승객이 바라본 대도시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10여 명의 등장인물들이 연출하는 신경질적이고 급작스러우며 인상적인 삶의 단면을 순간순간 포착했다.

무정부주의자 니콜라 사코와 바르톨로메오 반제티의 사면운동에 참가했으나 1927년 이들이 처형되자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미국의 내부에는 '2개의 국가', 즉 부자와 특권층의 국가와 가난하고 힘 없는 자의 국가가 공존한다고 결론짓게 되었다. 〈미합중국〉은 바로 이러한 두 국가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3부작은 1900년부터 전쟁발발까지의 기간을 다룬 〈42도선 The 42nd Parallel〉(1930), 전쟁과 베르사유 조약이 체결되는 결정적 해를 다룬 〈1919년〉(1932), 1920년대의 호황에서 1930년대의 불황에 이르는 시기를 과감히 그린 〈거금 The Big Money〉(1936)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당시의 신문 표제 및 대중가요들을 교묘하게 발췌하여 삽입하는 '뉴스 영화'(newsreels) 기법으로 허구적 인물들의 이야기에 사실적인 역사감각을 불어넣었다. 또 자동차 왕 헨리 포드,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우드로 윌슨 대통령, 금융업자 모건 등 성공한 사회 저명인사들의 전기를 소설에 끼워넣기도 했다. 그밖에도 사회주의자 E. V. 데브스,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 노동운동가 조 힐, 제1차 세계대전의 무명용사 등 다른 나라의 인물들도 작품에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간결하고 시적인 인물 회상을 넣는 '카메라의 눈'(camera-eye) 기법을 구사해 사실성을 불어넣었다(→ 사코-반체티 사건).

〈미합중국〉보다 규모가 작은 2번째 3부작 〈컬럼비아 지구 District of Columbia〉는 〈한 청년의 모험 Adventures of a Young Man〉(1939)·〈넘버 원 Number One〉(1943)·〈위대한 계획 The Grand Design〉(1949)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서는 노동운동과 급진적 정치운동 및 뉴딜 정책에 대한 작가의 깊은 환멸이 나타난다. 또 이 작품에서는 그가 갖고 있던 창조력의 쇠퇴와 보수적 정치관이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이런 경향은 후기작품들에서 더 두드러진다. 74세로 죽을 당시 그의 작품들은 비평가들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