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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 후 조선에 제일 먼저 진출한 은행이다.

국립제일은행(이하 제일은행)은 일찍부터 조선의 재정자금을 이용하면서 상업자금을 취급하여 수익을 올렸다. 또한 보통은행업무 이외의 특수업무를 취급하고 계속 영업망을 확대하여 은행권을 발행하기도 했으며, 1905년에는 한때 조선의 중앙은행이 되기도 했다.

1878년 부산에 지점을 개설한 이후 1880년 원산, 1882년 인천, 1888년 경성에 각각 출장소를 개설하고 지점으로 승격시켜나가는 등 영업망을 확충해갔다.

국립제일은행은 ① 해관세(海關稅)의 취급, ② 지금(地金)·은(銀)의 매입, ③ 화폐의 정리, ④ 한국정부에의 대상금(貸上金), ⑤ 은행권의 발행, ⑥ 한국 국고금의 취급, ⑦ 조선 중앙은행으로서의 업무 등을 주로 했다. 부산에 지점을 설치하여 일본의 통화를 유통시키고, 조선산 금의 매수를 기도했다. 이를 위해 일본정부에 출원하여 자금을 대여받았다.

1880년에는 사금의 집산지인 원산에, 1882년에는 해관세 취급을 위해 인천에 각각 출장소를 설치했다.

1884년 2월 조선의 총세무사인 P. G. 묄렌도르프와 해관세 취급조약을 체결하여 이후 조선의 개항장에서 해관이 징수하는 관세수수료·벌금 등을 거의 모두 제일은행에서 취급했다. 이에 따라 제일은행은 외국의 민간은행이면서 사실상 조선의 해관세를 취급하는 재정기관의 역할을 했다. 1902년에는 일본은행권을 준비로 일람불어음의 성격인 제일은행권을 발행하여 조선 내에서 통용시킬 것을 시도했으나 한국정부와 상인들의 수수반대투쟁으로 그 유통량이 크게 확대되지는 않았다.

조선의 재정자금을 이용하여 성장한 제일은행은 1905년 메가다 슈타로[目賀田種太郞]에 의한 화폐재정 정리사업이 시행될 때에는 백동화를 정리하는 담당기관이 되었다(→ 조선화폐정리사업). 또한 조선의 중앙은행으로서 은행권을 발행하는 특권을 공인받았으며, 중앙금고의 역할을 수행했다.

1905년 1월 정부와 화폐정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이 계약에 의해 제일은행은 탁지부 대신의 지휘·감독하에 화폐정리에 관한 사무를 집행하게 되었다. 그것에 요하는 비용으로서 한국정부에서 300만 엔에 해당하는 금을 교부받음과 동시에 우리 정부는 제일은행권을 공인하고 공사(公私)의 거래에 차질없이 무제한으로 통용시킬 것을 약속했다.

1905년 1월 제일은행은 재정정리 사업과정에서 마련된 금고출납역제도에 의거하여 한국정부의 위탁을 받아 금고출납역의 지위를 맡게 되었다.

이 계약에 따르면 ① 제일은행은 탁지부 대신의 지휘·감독에 따를 것, ② 한국정부의 세입은 국고예금으로서 모두 제일은행에 예입할 것, ③ 국고예금에는 이자를 붙이지 않고 그 출납에 관한 경비는 제일은행의 부담으로 할 것 등이 정해져 있었다. 이에 덧붙여 1905년 3월 일본칙령 제73호에 의해 조선의 중앙은행으로 공인된 제일은행은 경성지점을 국내 총지점으로 하여 조선화폐정리사무·조선관세금 취급 및 은행권 발행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도록 공인되었다.

그러나 1906년 우리나라에 통감부가 설치되고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尹藤博文]에 의해 식민지개발을 위한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조선의 독자적 중앙은행으로서 한국은행의 설립이 시도되면서 일본의 민간은행인 제일은행은 중앙은행으로서의 특권을 상실했다.

제일은행은 경성과 부산의 두 지점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지점을 한국은행에 인계한 후 폐쇄되었다.

조선통감부는 한국은행을 설립하면서 제일은행에 대해 기득권의 포기에 대한 보상을 해주었지만, 제일은행이 발행한 은행권은 한국은행에 승계되어 지속적으로 화폐로서 통용되었다. 그리고 일본 은행권을 정화(正貨)준비로 하여 은행권을 발행하되 일본은행권과의 1：1 태환(兌換)을 유지한다는 제일은행권 발행의 기본 제도는 한국은행권·조선은행권 발행제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조선화폐정리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