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요약 'ㄱ·ㄷ·ㅂ·ㅈ'과 같은 평음과 'ㅎ'이 만나 'ㅋ·ㅌ·ㅍ·ㅊ'과 같은 거센소리, 즉 격음이 되는 음운현상.
학자들은 '격음·격음화' 대신 '유기음·유기음화'라는 용어를 흔히 쓴다. 유기음은 기식이 있는 소리, 즉 숨소리가 섞인 소리라는 말이다. 'ㅎ'은 기식만으로 이루어진 소리이므로 평음이 'ㅎ'과 만나 유기음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평음과 'ㅎ'이 만날 때 'ㅎ'이 앞에 오느냐 뒤에 오느냐에 따라 순행적 격음화와 역행적 격음화로 구분한다. 역행적 격음화는 평음과 'ㅎ'이 축약되는 현상인데 한자어에서 많은 예를 볼 수 있다(국화·집합·산업화·응급환자).
순우리말이 관련된 예로는 '착하다·대답하다·복잡하다'와 같은 복합어나 '잡히다·먹히다·밟히다'와 같은 피동형, '맞히다·식히다·앉히다'와 같은 사동형(使動形), 그리고 '급히·넉넉히·솔직히'와 같은 '히'가 붙은 파생부사를 들 수 있다. 단어가 아닌 구(句)에서도 평음과 'ㅎ'을 연결하여 발음하면 격음화가 일어난다. '밥 한 술, 더욱 향상되어'와 같은 것들을 이어서 발음하면 각각 '바판술·더우컁상되어'가 된다.
전라방언과 경상방언에서는 역행적 격음화를 피하는 일이 많다(지밥[집합]·사너봐[산업화]·바반술[밥 한 술]). 그러나 피동형·사동형에서는 여전히 격음화가 일어난다(배키다[박히다]·이피다[입히다]).
순행적 격음화는 끝소리가 'ㅎ'인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에 평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붙을 때 주로 일어난다(닿고·좋다·노랗게). 또 '~하다'형 동사나 형용사에서 '하'가 'ㅎ'으로 줄 때 격음화가 일어난다(흔치[흔하지]·청컨대[청하건대]·추진토록[추진하도록]). '이러하다·어떠하다'에서 '이렇다·어떻다'가 나온 것이나 '편하지 아니하다'에서 '편찮다'가 나온 것도 '하'가 'ㅎ'으로 줄어 격음화가 일어난 때문이다.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거나 'ㄴ·ㄹ·ㅁ·ㅇ'과 같은 받침을 가질 때에는 이와 같이 '하'가 'ㅎ'으로만 줄지만, 앞말이 그밖의 자음으로 끝날 때에는 'ㅎ'으로 주는 경우도 있고(계속케·계속키로) '하' 전체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생각건대, 생각다 못해, 섭섭지 않다, 못지 않다).
중세국어에 흔히 'ㅎ'종성체언이라고 부르는 끝소리가 'ㅎ'인 명사가 있었다. 'ㅎ'종성체언은 홀로 쓰일 때 ' (땅)'와 같이 'ㅎ'이 떨어지고,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가 붙을 때 '
히(땅이)'와 같이 'ㅎ'이 모음 앞에 나타나며, 자음 'ㄱ·ㄷ'으로 시작하는 조사가 붙을 때 '
콰(땅과),
토(땅도)'처럼 순행적 격음화가 일어났다. 'ㅎ'종성체언은 나중에 주로 'ㅎ'을 떨어뜨린 형태로 남게 되었는데 몇몇 복합어나 파생어에 순행적 격음화의 흔적을 남겼다. 안팎·살코기·수컷·암탉의 '안·살·수·암' 등은 원래 'ㅎ'종성체언이었다.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으나 흔히 쓰이고 있는 '하나토'(하나도)라는 어형도 '하나'의 옛말 '나'가 'ㅎ'종성체언이었던 때의 어형이 살아남은 것이다. 또한 역사적 변화로서 격음화가 일어나기도 했다. '칼·코·팔' 등은 중세국어에서 각각 'ㅎ'종성체언 '갈ㅎ·고ㅎ·
ㅎ'이었다. 이는 나중에 끝소리 'ㅎ'의 영향으로 첫 소리가 격음화된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간(칸)·닷(탓)·불무(풀무)·녁(녘)·녑(옆)·무룹(무릎)·시기다(시키다)'등은 격음화를 겪게 된 이유가 확실치 않다.→ 경음화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