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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근현대 영화
인사전

호자쿨리 나를리예프

다른 표기 언어 Khodzhakuli Narliyev
요약 테이블
출생 1937년,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Ashkhabad)
데뷔 <휩쓸린 사람>(Man Overboard, 1970)

요약 호자쿨리 나를리예프는 우스만 사파로프(Uzmaan Saparov)와 더불어 투르크메니스탄 영화계를 이끈 대표적인 감독이다. 진정한 투르크메니스탄 영화 만들기에 앞장섰으며, 자국의 문화와 정신을 반영한 영화를 만들었다. 대표작으로는 <자말 나무>(Jamal's Tree, 1981), <만쿠르트>(Mankurt, 1990) 등이 있다.

이력

호자쿨리 나를리예프는 1937년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Ashkhabad)에서 태어났고, 모스크바영화학교(VGIK)에서 촬영을 공부했다. 1950년대 영화를 배우기 위해 모스크바로 떠났던 투르크메니스탄 학생들이 1960년대에 자국으로 돌아오면서 투르크메니스탄 영화계는 기틀을 다지기 시작했는데 나를리예프도 이 젊은 영화인 집단에 속한다. 이들은 당시 소비에트 연방의 영향에서 벗어난 자신들만의 영화를 만들려고 시도했다. 이 가운데 불라트 만수로프(Bulat Mansurov) 감독의 <경쟁>(The Competition, 1963)은 전 제작진이 투르크메니스탄 출신으로 구성된 첫 번째 영화였는데, 나를리예프는 이 작품에 촬영가로 참여했다. <경쟁>은 여러 영화제에 초청되어 진정한 투르크메니스탄 영화의 출발을 알렸고 나를리예프는 이때의 경험으로 자민족 영화 만들기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이후 그는 여러 편의 단편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다.

작품세계

그는 1970년 <휩쓸린 사람>(Man Overboard)을 연출하며 감독으로 데뷔했고, 두 번째 작품 <며느리>(The Daughter-In-Law, 1972)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며느리>는 참전 후 실종된 파일럿 남편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은 아내가 시아버지와 함께 사막지대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절제된 대사, 모래사막과 대비되는 주거지와 의상의 다채로운 색상, 하늘을 나는 비행기처럼 현실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는 장면 등으로 영화는 초현실적인 영상미를 획득했다.

10년 후, 나를리예프는 <자말 나무>(Jamal's Tree, 1981)로 세계영화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 영화는 카라쿰(Karakum) 사막에서 나무를 키우는 한 부부 이야기다. 나무에 줄 물 한바가지를 얻기 위해 메마른 땅을 100여 미터 파내려가기도 하고, 나무에 자신들의 이름을 붙여 가족처럼 보살핀 그들의 노력 덕분으로 사막에 자리잡은 나무는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그러나 연이은 가뭄과 전쟁, 철도건설 등 그들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치고, 주인공 아내는 결국 자신을 희생하며해 나무를 지켜낸다. 감독 스스로 “여성에 관한 영화”라 지칭했듯이, 이 영화는 희생정신으로 가정을 지켜내는 투르크메니스탄의 모성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여주인공을 맡은 마야 아이메도바(Maya Aimedova)는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는데, 투르크메니스탄 최고의 여배우로 손꼽혔던 그녀는 나를리예프의 아내로 전작 <며느리>와 <여인이 안장을 얹을 때>(When a woman saddles a horse, 1974)의 주연을 맡은 바 있으며, 훗날 나를리예프의 대표작이 되는 <만쿠르트>(Mankurt, 1990)에서도 아들을 찾아 나선 어머니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1980년대 투르크메니스탄은 소연방내에서 영화 제작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이었다. 나를리예프는 촬영을 비롯해 각본, 배우, 연출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 영화를 만들었고, ‘피류자의 봄’(Firyuza’s Spring)이란 주제의 연례세미나를 개최하는데도 큰 몫을 담당했다. 그리고 1990년에 세워진 ‘투르크메니스탄 영화제작자 협회’(Film Union of Turkmenistan)에서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같은 해 그는 자신의 대표작이자 마지막 연출작 <만쿠르트>를 발표했다. 전쟁포로로 잡혀 간 소년이 기억을 잃고 노예 노동자(만쿠르트)가 된다는 이 영화는 중앙아시아의 설화에 아들을 찾으려는 어머니의 희생이 더해진 이야기로 중앙아시아의 문화를 대변하는 친기스 아이트마토프(Chinghiz Aitmatov)의 소설 『백년보다 긴 하루』(The Day Lasts More Than a Hundred Years)를 원작으로 했다. 원작소설이 만쿠르트가 되어가는 소년의 외적 변화과정을 자세히 표현했다면, 나를리예프의 영화는 고통 받는 인물의 의식에 보다 중점을 두고, 기억을 잃은 아들이 결국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해 살해한다는 비극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나를리예프는 이 이야기로 중앙아시아 여러 민족들을 만쿠르트로 만들어버린 잔혹한 소연방체제라는 비판적 메시지와, 역사와 문화를 잃으면 민족도 사라진다는 민족정체성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당시는 소연방체제의 붕괴를 눈앞에 둔 시점이었기에 이전까지 금기시 되었던 소연방에 대한 직접적 비판 장면이나, 투르크메니스탄의 주술문화 등이 영화에 직접 표현될 수 있었다. 터키와 시리아를 넘나드는 로케이션으로 포착된 전경, 결혼식부터 말타기까지 유목민의 전통 생활풍습이 상세히 묘사된 장면 등으로 이 영화는 “술탄 호지코프(Sultan Khodzhikov)의 <키즈-지베크>(Kyz-Zhibek, 1970)와 더불어 유목생활을 가장 잘 표현한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당시 이 영화는 상영금지처분을 받았다.

은퇴와 평가

소연방으로부터 독립한 투르크메니스탄의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Saparmurat Niyazov) 정권은 서양문화 배척정책의 일환으로 영화금지정책을 펼쳤고, 1990년대 초반까지 활발하게 이어졌던 영화산업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하게 쇠퇴했다. 이에 많은 영화인들이 투르크메니스탄을 떠났고, 나를리예프와 아이메도바 부부도 모스크바로 이주하면서 더 이상 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 중앙아시아 영화가 세계영화계에서 재조명되면서 그는 우스만 사파로프(Uzmaan Saparov)와 더불어 투르크메니스탄 영화계를 이끈 대표적인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품목록

<경쟁>(The Competition, 소비에트연방, 1963, 촬영)
<너의 눈>(Your Eyes, 소비에트연방, 1963, 단편다큐멘터리)
<나와 형제들>(Ja I Moi Bratja, Me And My Brothers, 소비에트연방, 1964, 단편다큐멘터리)
<40번의 봄의 빛깔>(Cvety Soroka Vesen, Colours of Forty Springs, 소비에트연방, 1964, 단편다큐멘터리)
<투르크메니스탄 석유>(Turkmenistan Petroleum, 소비에트연방, 1967, 다큐멘터리)
<갈증의 해소>(Quenching the Thirst, 소비에트연방, 1968, 배우)
<일 년 중 삼일>(Tri Dnja Odnogo Goda, Three Days of One Year, 소비에트연방, 1968, 단편다큐멘터리)
<휩쓸린 사람>(Celivek Za Bortom, Man Overboard, 소비에트연방, 1970, 감독)
<노예>(Slave, 소비에트연방, 1970, 배우)
<며느리>(Nevestka, The Daughter-In-Law, 소비에트연방, 1972, 감독/공동각본)
<여인이 안장을 얹을 때>(Kogda zhenshchina osedlaet konya, When a woman saddles a horse, 소비에트연방, 1974, 감독/배우)
<그 누구의 것도 아닌...>(Kto byl nichem..., 소비에트연방, 1974, 배우)
<아니라고 말하다>(Umyei Skazat–Nyet, Know How to Say NO, 1976, 감독)
<쿠지탕카야의 비애>(Kugitangskaya tragediya, 소비에트연방, 1978, 각본)
<자말 나무>(Derevo Dzhamal, Jamal’s Tree, 소비에트연방, 1981, 감독/공동각본)
<카라쿰사막, 그늘에서 45도>(Karakumy, 45 v teni, Karakumy, 45 degrees in shadow, 소비에트연방, 1982, 감독/공동각본)
<살상-행복으로부터의 이탈>(Fragi-Razluchyonnyy so schastyem, Frags-Separated with happiness, 소비에트연방, 1984, 감독/공동각본)
<일어나지 않아서 괜찮아>(Nichevo ne sluchilos, 소비에트연방, 1989, 배우)
<만쿠르트>(Mankurt, 소비에트연방/터키, 1990,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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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부산국제영화제, 『잊혀진 중앙아시아의 뉴웨이브영화』, 본북스, 2013.

출처

근현대 영화인사전
근현대 영화인사전 | 저자동의대학교 영상미디어센터 & 김이석/차민철 | cp명동의대학교 영상미디어센터 전체항목 도서 소개

이 사전은 전 세계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명사전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작성되었다. 본 사전의 표제어는 1) 한국권 (북한 포함), 2) 영..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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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호자쿨리 나를리예프근현대 영화인사전, 동의대학교 영상미디어센터 & 김이석/차민철, 동의대학교 영상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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