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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음식이 고혈압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나트륨이 피속에 들어가면 삼투현상을 일으켜 수분을 빨아들인다. 이렇게 혈액이 늘어나면 혈압이 높아지고 고혈압은 물론 심혈관 질환이나 뇌졸중을 일으키게 된다. 폐경기 여성의 경우 나트륨이 골다공증과 비만도 부추기는데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여성 중 50대의 나트륨 섭취가 가장 많다. 남자는 40대가 가장 짜게 먹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짜게 먹는 걸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금 섭취량은 스페인과 비슷하고 슬로베니아나 포르투갈보다 조금 낮다. 터키 사람들은 우리보다 2배나 소금을 많이 먹는다. 어느 나라나 대개 시골로 갈수록, 그리고 바닷가로 갈수록 짜게 먹는다.
김치라면보다 울면이 더 짜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서 가장 짠 음식은 무엇일까. 즉 짠맛을 내는 나트륨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은 무엇일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5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인분을 기준으로 가장 나트륨이 많은 음식은 짬뽕이다. 1인분(1000g)에 무려 4000mg이 들어 있다. 두 번째는 중식우동, 짠맛으로 유명한 간장게장이 3위다. 가장 짤 것 같은 김치라면은 겨우(?) 20위고, 밋밋할 것 같은 울면이 8위인 게 놀랍다. 어째든 짠 음식은 대부분 국물요리라는 점이 특징이다. 짠 음식을 피하고 싶다면 우선 국물을 피할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짠 음식을 좋아하는 걸까. 그건 나트륨이 우리 몸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양소라는 뜻이다. 더구나 예전에는 나트륨이 들어 있는 소금을 얻기도 쉽지 않았으니 우리 몸이 나트륨에 집착하게 된 것이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 하나하나는 나트륨을 꼭 필요로 한다. 세포를 둘러싼 세포막에는 나트륨 펌프가 수없이 달려 있다. 나트륨 펌프는 세포 안팎으로 신호를 전달하거나 물질이 드나드는 통로를 열고 닫는다. 만일 나트륨이 부족해 펌프가 작동을 멈추면 세포도 함께 죽는다. 급성 영양실조 환자는 대개 나트륨이 부족해서 병원에 실려온다.
나트륨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아프리카 케냐 서부에는 높이 2400m의 엘르곤산이 있는데 이곳에는 코끼리가 소금을 얻기 위해 여러 세대에 걸쳐 파헤쳐 온 동굴이 있다. 북극곰은 소금을 보충하기 위해 해초를 먹고, 고릴라는 필요한 나트륨의 95%를 썩은 나무를 통해 섭취한다. 다큐에서 코끼리의 등에 앉아 있는 나비를 본 적이 있는지. 코끼리의 피부에 배어 있는 소금기를 핥기 위해서다.
인간에게 나트륨은 늘 부족한 영양소였다. 그게 변한 건 염전 덕분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염전에서 대량이 소금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인류의 나트륨 섭취는 확 늘어났다. 음식을 장기간 저장하는 데 소금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소금을 이용한 저장한 음식으로 우리나라에 김치가 있다면 세계적으로는 생선절임이 손에 꼽힌다. 소금 섭취량이 가장 많았던 시대는 15세기 스웨덴인데 1인당 소금 섭취량이 무려 100g에 달했다. 소금에 절인 생선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사회로 오면서 오히려 소금 섭취는 과거보다 줄어들었다. 냉장고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공식품과 외식이 늘어나면서 소금, 즉 나트륨 섭취는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적게 먹어야 나트륨도 줄어든다
하루 권장 나트륨 섭취량은 2000mg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4000mg 넘게 먹는다. 어떻게 줄여야 할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국물 덜 먹기’다. 국물은 짠맛이 잘 느껴지지 않아 짜게 먹은 것 같지 않은데 나트륨은 많이 섭취하게 만든다.
MSG를 사용하면 나트륨을 꽤 줄여도 비슷한 짠맛을 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나트륨은 맛세포의 이온통로를 자극해 짠맛 신호를 만드는데 MSG가 이 과정을 활성화시켜 짠맛 신호를 더 크게 내는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 등에서 성공한 대체소금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대체소금은 나트륨 대신 칼륨을 적당히 섞은 소금인데 맛은 짭짤하면서도 나트륨은 줄일 수 있다. 핀란드는 대체소금을 활용해 고혈압 환자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우리나라도 수입한다.
이런 방법들은 분명 나트륨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양이다. 좋다고 많이 쓰면 결국 더 많은 나트륨을 먹게 된다. 싱거운 국물도 많이 마시면 결국 나트륨을 많이 먹게 된다. 나트륨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소식이다. 그리고 식습관 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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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 본 콘텐츠는 Daum 백과사전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공동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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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짬뽕국물 다 먹지 마세요 – 동아사이언스 칼럼, 사이언스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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