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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과학향기

미래 사회 뒷받침할 나노 소재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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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는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 왔다.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처럼 인류가 사용한 소재가 그대로 인류의 역사를 나타낼 정도이니 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른 오늘날, 혁신적인 소재를 개발하는 일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류의 삶에 광범위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소재들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원천소재는 개발에서 상용화까지 20년 이상이 소요되고 성공 가능성도 매우 낮다. 하지만 한번 개발에 성공하면 장기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어 그만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1990년대 중반에 개발된 청색 LED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은 청색 LED를 개발해 LED 조명과 관련된 새로운 산업들을 창출하고, 세계시장을 점유했을 뿐만 아니라 201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도 배출했다. 혁신적인 소재가 혁명적인 변화들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미래 소재 개발에 뛰어들고 있고, 우리 정부도 2015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을 통해 미래 소재 연구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빅데이터나 계산과학과 같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연구방법과 융합 연구를 활용해 구조·환경, IT, 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물성을 구현하는 소재를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슈퍼컴퓨터와 계산과학을 활용해 신소재 개발

2017년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김성웅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새로운 2차원 전자화물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보통의 소재는 원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구성 원소의 궤도전자에 의해 그 특성이 결정된다. 그래서 구성 원소가 결정되면 해당 소재의 물리적 특성이 예측이 가능하기에 소재 개발의 한계로 여겨진다.

반면 전자화물은 전자가 물질 내의 독립적인 공간에 음이온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격자 간 전자’로 이루어진 신개념 재료다. 기존 궤도전자와 다른 격자 간 전자의 배열 및 상태에 따라서 촉매, 전자방출, 자성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기대되는 차세대 물질이다. 하지만 1983년 처음 발견된 후로 현재까지 실제 10여 종의 소재만 합성됐다.

연구팀은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초고속, 대량 계산을 통해 원소의 종류와 조성비만을 입력한 상태에서 2차원의 전자화물이 되는 6개의 물질을 찾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자성이 없는 원소들만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자성을 보이는 전자화물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전자화물은 격자 간 전자가 2차원 공간에서도 완전히 퍼지지 않고 자발적으로 모여 있는 새로운 배열 상태를 보였다. 연구팀은 격자 간 전자가 정렬돼 있어 자성을 띠지 않는 원소임에도 자석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연구를 이끈 김성웅 교수는 “기존의 자기 소재는 지구상에 희귀한 고가의 희토류 원소가 쓰였는데, 보존량이 풍부하고 자성이 없는 값싼 원소들로 이루어진 자성 소재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1. 김성웅 교수팀이 개발한 Y2C 전자화물의 실물 사진과 결정 구조. [출처 : 미래창조과학부 보도자료 2015. 06.04.]

2018년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김형섭·손석수 교수 연구팀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영하 196도의 극저온을 견디는 초고강도의 고엔트로피 합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고엔트로피 합금’은 철강, 알루미늄 합금과 같은 기존의 합금과 달리 다섯 가지 이상의 구성원소가 비슷한 비율로 이루어진 합금이다. 일반적인 합금은 원소가 많아질수록 소재의 기계적 성질이 취약해지지만, 고엔트로피 합금은 극저온에서도 강도 및 연성이 높아 우주로켓부터 극지방용 선박, 액체 가스 운반 용기 등 극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구조재료로 매우 각광받고 있다.

연구팀은 열역학 계산을 통해 바나듐(V), 크롬(Cr), 망간(Mn), 철(Fe), 코발트(Co), 니켈(Ni) 등이 섞인, 기존에 없던 새로운 조성의 합금을 찾아냈다. 그리고 실제로 합금을 제작해 우수한 기계적 물성을 지니는 합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고엔트로피 합금은 2018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됐으며, 다양한 극한 환경 구조재료 산업에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며 크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차세대 메모리 소재 개발

IT 분야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열어갈 새로운 소재들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차세대 메모리 개발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재 우리가 쓰는 컴퓨터 메모리는 미리 저장해 두지 않으면 전원이 꺼졌을 때 정보가 모두 사라진다. 메모리가 전기 없이는 정보를 유지할 수 없는 휘발성 메모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모바일과 사물인터넷(IoT) 사용이 늘면서 저전력, 고집적, 고속, 그리고 비휘발성을 가지는 메모리 소자의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2017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박병국 교수와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이경진 교수 공동 연구팀은 차세대 메모리로 꼽히는 ‘자성메모리(MRAM)’의 동작 속도를 높이고 동시에 집적도(데이터 용량의 크기)도 높일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자성메모리는 기존 메모리와 달리 얇은 자성 박막으로 만들어지고, 외부 전원 공급이 없어도 저장 정보가 유지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속도도 빠르고, 집적도도 높아 메모리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기술로 전 세계 여러 반도체 업체에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차세대 메모리다.

연구팀은 전자의 스핀과 궤도 간의 상호작용을 이용하는 스핀궤도토크 기반 자성메모리에 이리듐-망간 합금을 새로운 소재로 도입했다. 기존에는 정보 기록을 위해 백금이나 텅스텐을 사용해 외부 자기장을 걸어주어야 하는 제약이 있었는데, 연구팀이 도입한 이리듐-망간 합금을 사용하면 외부 자기장이 없어도 10배 이상 빠른 속도로 동작하고, 높은 집적도를 가질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기존 메모리보다 10배 이하로 전력 소모를 낮출 수 있어 모바일 기기, 웨어러블 기기, 사물인터넷용 메모리 등으로 활발하게 응용될 전망이다.

같은 해 박 교수 연구팀은 스핀궤도토크 외에도 열로 스핀전류를 발생시키는 소재를 개발했다. 스핀 전류는 전하가 이동하는 일반적인 전류와 달리 전자의 고유 특성인 스핀이 이동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텅스텐과 백금 소재를 활용해 열에 의한 스핀 전류를 측정해내는 방식을 개발해 이론적으로만 예측되던 현상을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증명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추가 연구를 통해 이를 자성메모리의 새로운 동작 방식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 2. 이리듐-망간 합금을 도입한 스핀궤도토크 기반 자성메모리의 개략도. [출처 : 미래창조과학부 보도자료 2016. 07.14.]

사진 3. 열로 동작하는 자성메모리의 개략도. [출처 : 미래창조과학부 보도자료 2016. 07.14.]

이외에도 2017년 KAIST 신소재공학과 이건재 교수팀이 빛과 은 나노와이어를 이용해 만든 휘어지는 투명전극, 2018년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남기태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거울상 대칭 구조를 가진 금 나노입자, KAIST 화학과 김형준 교수와 전기및전자공학부 장민석 교수 공동 연구팀이 제시한 고효율의 태양에너지 전환율을 갖는 친환경 무기물 페브로스카이트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소재들이 개발되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하고 안정적인 연구가 뒷받침되어, 미래 소재 시장을 이끌어가는 한국의 모습을 그릴 수 있길 희망한다.

글: 오혜진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지원: 국가나노기술정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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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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