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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에 넘어가 일가족이 자살한 후 혼자 남은 청년 쿠로사키가 사기꾼을 찾아다니며 사기를 쳐서 복수를 한다는 기발한 내용으로 인기를 끈 만화. 2003년 11월부터 2008년까지는 ‘영 선데이’에서 『쿠로사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했고, 잡지 휴간 이후에는 ‘빅 코믹 스피리츠’로 옮겨 『신 쿠로사기』라는 제목으로 재개했다. 2006년 TBS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고, 야마시타 토모히사가 쿠로사키 역을 연기했다. 2008년에는 극장판 <쿠로사기>가 개봉했다. 시리즈 누계 판매부수가 800만부를 넘었고, 2007년에는 소학관 만화상을 받았다.

검은 사기

『검은 사기』, 나츠하라 타케시 & 쿠로마루 지음. 1 -36 출간중

ⓒ 小学館, NATSUHARA Takeshi, KUROMARU

사기꾼을 등치는 사기꾼

검은 사기

『검은 사기』, 나츠하라 타케시 & 쿠로마루 지음

ⓒ 小学館, NATSUHARA Takeshi, KUROMARU

뉴스에서 보도하는 사기 사건들을 보면, 둘 중 하나다. 정발 기발하다거나, 정말 어처구니없거나, 저런 허술한 수법에 왜 속아 넘어갔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허황한 사기가 있는가 하면, 나라도 속아 넘어갈 것처럼 기발하고 상식의 허를 찌르는 멋진 사기극도 있다. 영화 <스팅>과 <오션스 일레븐>에 나오는 사기는 멋진 쪽이다. 거대한 악당에게 한방 먹이기 위해 아주 공들여 계획을 짜고 기막힌 타이밍으로 돈을 긁어낸다. 그런 계획을 짜는 사기꾼이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가진 사람들 같다. 하지만 사기꾼 역시 인간이다. <매치스틱 맨>이나 <범죄의 재구성>에서는 내노라하던 사기꾼이 함정에 빠져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이런 영화를 보다 보면 사기꾼을 속이는 방법은 사기뿐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쿠로마루 글, 나츠하라 타케시 그림의 『검은 사기』는 후자의 경우처럼 사기꾼들을 등치는 사기꾼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굳이 구획을 나눈다면 <매치스틱맨>보다는 <범죄의 재구성>에 가깝다. 『검은 사기』의 주인공인 쿠로사키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기꾼을 다 먹어치우’기 위해서 사기를 친다. 이유는 복수다. 사기에 넘어가 모든 재산을 잃어버린 쿠로사키의 아버지는 가족을 죽이고 자살을 한다. 홀로 살아남은 쿠로사키는 사기를 친 장본인을 찾아냈지만, 죽이려고 몇 번 시도도 했지만, 힘없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복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쿠로사키는 다른 길을 택한다. ‘이 세계에서 살고 싶다. 사기꾼이 되고 싶다. 더 이상 귀찮게 안 할 테니 그 방법을 알려 달라.’ 그리고 쿠로사키는 기묘한 협력 관계를 맺게 된다. 세상의 모든 사기꾼들에게 사기를 칠 정보를 얻어 사기를 치기 위해서.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기꾼이 있다. 백로...인간을 속여 돈을 빼앗는 사기꾼. 홍로...이성을 먹이로 삼아 마음과 몸을 갖고 노는 사기꾼. 그리고 흑로...백로와 홍로만을 표적으로 삼고..그들이 우려낸 돈으로 배가 불러 썩은 육체를 쪼아 먹는 가장 흉악한 사기꾼.” 쿠로사키는 바로 그 흑로가 된 것이다.

악을 없애기 위해 악을 행한다

검은 사기

세상의 모든 사기를 먹어치우기로 결심한 쿠로사키

ⓒ 小学館, NATSUHARA Takeshi, KUROMARU

과연 정당한 것일까? 쿠로사키를 만난 법학과 학생 츠라라는 의문을 갖는다. 정당한 이유가 있다 해도 그것 역시 범죄행위가 아닌가. 한 법학과 교수가 쓴 책에는 ‘프로 사기꾼은 절대로 잡을 수 없다’고 적혀 있고, 뉴스에서는 ‘실제로 사기의 경찰 검거율은 3%에 불과하다. 사법이나 경찰이 사기를 단속할 유효한 수단이 너무 적은 탓’이라고 보도한다. 쿠로사키의 행동이 결국은 망집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츠라라는 ‘정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츠라라가 검사가 되려는 길도, 쿠로사키의 사기도 결국은 같은 목적이 아닐까라고.

세상에 회색지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쿠로사키는 말한다. ‘난 검사란 놈들을 잘 알아. 녀석들은 패소하는 게 두려워서 자신을 보호하려고 불기소를 연발해. 대신 뻔한 범죄는 정의의 가면을 쓰고 덤벼들지.’ 일본의 경찰과 검찰을 믿을 수 없어서 쿠로사키는 모든 사기꾼을 잡아먹는 흑로가 된 것이다. 반면 쿠로사키를 노리는 엘리트 경찰 카시나는 ‘사기꾼한테만 사기를 친다고 공언하는 사기꾼’ 쿠로사키를 노리고 있다. ‘이 나라는 법치국가야. 헌데 놈은 그걸 부정하며 살고 있어. 경찰이 못하는 걸 자기가 하고 있다는 대의명분으로 개인적인 제재를 하고 있는 거지....어차피 아무리 법의 정비가 진행된다 해도 범죄피해자가 완전히 사라질 순 없어. 그게 현실이지.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을 구하려다 더 근본적인 무언가가 무너져버리면 사회질서는 성립되지 못해. 사회질서를 견지하는 게, 바로 우리들 사명 아닐까?’ 쿠로사키와 카시나의 명분은 다르다. 그것은 철저히 그들의 경험에 근거한 것이다. 쿠로사키는 법의 한계, 혹은 이중성을 이미 보았고, 카시나는 법의 권위 속에서만 존재하는 위치다. 그들은 서로 싸울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인간은 왜 사기에 넘어갈까

검은 사기

드라마로도 방영 되기도 했다. 주인공은 야마시타 토모히사.

그런데 사기꾼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사람들은 왜 사기에 넘어가는 것일까.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근원에 존재하는 것은 욕망이다. 『검은 사기』는 백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타고난 말솜씨로 인간의 욕망에 파고들어, 풍부한 지식과 철저히 준비된 무기로 재산을 빼앗는 사기꾼. 그들의 끝없는 욕망을 엉성한 법률로는 막을 수 없다.’ <범죄의 재구성>에서는, 진짜 사기를 치려면 상대방이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찾아가서 감언이설로 꼬시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안달하여 찾아오게 만드는 것. 피해자가 오히려 원해서 매달리게 만드는 것. 그들의 욕망이 덥석 미끼를 물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욕망이 존재하지 않는 이에게 사기를 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쿠로사키에게 속고, 속인 시라이시란 남자는 ‘난 썩어버린 조직이란 게 아주 싫어요. 인간이란 조직 없이는 살 수 없죠.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단지 조직이 너무 커지면 커질수록 상대적으로 개인은 작아지고, 조직이 개인을 배척할 위험성이 높아지는 거죠. 그건 마치 조직이 하나의 인격을 갖고 자신을 존속시키는 일에 기를 쓰는 상태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조직이 일단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 개인이란 건 조직이란 전차에 너무도 쉽게 깔려버리게 되죠. 마치 벌레처럼.’이라고 말한다. 시라이시는 흑로가 아니지만 ‘인간을 짓밟으면서까지 이익을 챙기는 썩어빠진 기업만 노’리는 사기꾼이다. 쿠로사키의 사기에 넘어가기는 했지만, 그래서 시라이시는 더 큰 이익을 얻는다. 미끼를 물었을 뿐 그게 목적이 아니었기에. 결국 시라이시는 욕망이 없었기에 사기를 당하지 않은 것이다. 사기에 넘어가는 이유는 결국 그들 자신의 욕망 때문인 것이다.

『검은 사기』는 자신만의 명분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충돌을 보는 재미와 함께 ‘사기’의 실체를 만나게 해준다. 실제 사건들에서 아이디어를 빌려 만들어낸 사기를 세세하게 보여주는 『검은 사기』를 보면 쉽사리 사기는 당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든다. 하지만 아무리 알고 있어도 욕망이 앞서는 순간 사기의 희생자가 되고 만다. <범죄의 재구성>의 백윤식이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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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집필자 소개

영화평론가, 대중문화 평론가. 전 한겨레 기자 및 <씨네21>기자, 전 <Brut> 편집장, 현재 만화 웹진 에이코믹스 편집장. 저서 <좀비 사전> <나의..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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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만화 | 저자김봉석 외 | cp명에이코믹스 전체항목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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