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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브>는 2010년 한국콘텐츠진흥원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스토리를 작가가 직접 2011년 웹툰으로 연재한 작품이다. 그리고 작가는 2013년 김선아, 마동석, 온주완 등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를 직접 감독을 맡아 개봉한다. 만화와 영화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이야기꾼 정연식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생산하며, 매체의 간극을 넘나들었다.
이 만화, 불편하다
불편하다 이 만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싸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이 나오는 장르극은 불편함을 전제하니까. 불편함은 2가지 방향성을 갖는다. 공감과 죄책감이 결여된 범인에 대한 불편함은 분노이고, 죄없이 죽은 피해자에 불편함은 안타까움과 연민이다. 불편함이 커질수록 카타르시스도 커진다. 독자들은 분노와 연민의 이중주를 통해 한마음으로 살인범에 대한 권선징악을 기대한다. 독자에게 어떤 공감도 얻지 못하는 범인과 그를 쫓는 이의 사투가 시작된다. 범인은 영리하고, 쫓는 이들은 한발 늦는다. 때론 쫓는 이들이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독자들은 한마음으로 범인이 붙잡히고 아니, 차라리 범인을 죽여 함무라비식 정의에 도달하기를 기원한다.
<더 파이브>도 싸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이 등장하는 장르극이다. 단행본 뒷 표지의 카피에 따르면, "자신을 창조주로 여기며 어린 영혼들을 제물로 삼는 사상 최악의 연쇄 살인마"다. 1화에서 원조교제에 나선 고등학생을 살해하는 연쇄 살인범을 보여준다. 2화에서 연쇄 살인범에게 남편과 딸을 잃고 중태에 빠진 고은아가 응급실에 실려온다. 1화에서 연쇄 살인범을 보여주고, 2화에서 피해자를 보여준다. 명백한 대립구도로 극이 전개되는데, 연쇄 살인범과 비교해 피해자 고은아의 상황은 너무 처참하다. 3화에서 작가는 불편함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사경을 헤매는 고은아의 현재와 살인범에게 당한 과거의 고은아가 교체된다.
어릴 적 엄마에게 버림받고 어렵게 자라 겨우 남편을 만나 시어머니의 갖은 구박 속에서도 딸 하나 낳고 행복하게 살던 여자 고은아. 어느 날 그가 찾아와 남편과 아이를 죽였다. 은아도 죽은 줄 알았지만 아슬아슬하게 숨이 붙어있었다. 은아는 기억만 남은 상태에서 그의 얼굴을 기억하고, 그가 왜 자신의 가족을 죽였을까를 생각해 낸다. 그리고 후회와 분노를 안고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하반신을 쓸 수 없고, 왼손도 제대로 못 가누게 된 은아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복수를 설계한다. 자신의 몸이 필요한 네 명을 끌어들여 복수극을 끌어간다. 은아는 착한 여자에서 혼자 남은 여자가 되었고, 다시 복수자가 된다. 연쇄 살인범 이야기로 시작한 <더 파이브>는 복수극의 길을 걷는다. 설계, 협력, 갈등, 위기를 거쳐 복수의 완성으로 나아간다. 기대했던 대로 복수는 완성되고, 독자들의 불편함은 사라진다.
작가의 변신, 잔혹 복수 스릴러 <더 파이브>
<더 파이브>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익숙한 반복도 아니다. 안타까움과 연민의 캐릭터가 복수자로 탈바꿈해 가는 과정은 행복했던 과거와 복수를 꿈꾸는 오늘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만큼 더 처절하다. 잘 짜여진 긴장의 끈, 연대를 통한 복수극와 완성과 신파적인 엔딩도 매력적이다. <더 파이브>의 태생이 영화를 위한 스토리텔링이었고, 먼저 웹툰으로 발표되었기 때문에 군더더기 없이 속도감 있게 넘어간다. 2011년 연재가 끝나고, 2012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고, 2013년 정연식 작가가 감독이 되어 연출한 동명의 영화가 개봉된다. 박평식 영화평론가는 <씨네21> 20자평에서 "칸을 따라잡지 못한 컷"이라 지적했다. 영화는 만화와 비교해 시각 이미지가 정교하고 화려해 졌지만, 분노와 연민, 공포 같은 감정도 객관화되었다.
정연식 작가는 1999년 <스포츠투데이>에 명랑만화 <또디>를 연재하며 데뷔했다. <또디>는 천진한과 영희, 이팔육과 백숙, 천진표와 세유, 정육점과 막나가파 등 친근한 캐릭터를 통해 웃음과 감동을 준 작품이다. 만화평론가 김낙호는 "잡다한 세속성을 묘사해 온 작가의 재능"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 평가하고 있다. 잡다한 세속성이란,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현실이 만들어내는 세부의 진실성이다. 이후 정연식 작가는 2006년 <달빛구두>를 연재한다. 매일 스포츠신문 지면에 한 바닥씩 연재한 생활개그만화 <또디>와 달리 <달빛구두>는 주인공 이봄의 유년시절은 80년대, 그리고 이봄의 부모님의 시대였던 70년대의 이야기를 보여준 작품이다. 반짝이는 감각의 <또디>와는 분명 다른 톤이었지만 인간에 대한 따뜻함을 담아냈다는 점에서는 두 작품은 유사성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더 파이브>는 연쇄 살인범이 등장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아 불구가 된 여자의 복수극을 그려낸다. 작화의 스타일을 빼면 <또디>, <달빛구두>와 연계를 쉽게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간략하고 친근한 정연식 작가의 스타일은 잔혹한 복수극과 어울리지 않는다.
칸을 따라잡지 못한 컷? 만화 vs 영화 <더 파이브>
<더 파이브>는 작화의 스타일뿐만 아니라 칸 나누기, 앵글과 쇼트 등의 연출 요소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칸은 항상 직사각형으로 나누고, 수평앵글에 클로즈업 쇼트를 주로 활용한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스타일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이 지점에 전혀 낯선 효과가 발생한다. 독자로 하여금 경계를 풀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이야기 안에 들어선 독자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캐릭터에 몰입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주인공 고은아와 감정을 교류한다.
<더 파이브>는 복수극이다. 혼자 힘으로 복수할 수 없어 팀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고은아가 되어 다른 캐릭터들과 감정을 나눈다. 자기 이익을 위해 고은아의 복수극에 합류한 이들이 인간적 연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도, 신파류의 해피엔딩이 거슬리지 않는 것도 장르의 특징과 거리가 있는 스타일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만화의 이런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스릴러에 집중했다. 2013년 극장에서 영화를 내린 후 정연식 작가는 페이스북에 "아쉬움이 많은 만큼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더파이브>는 부조리하고 비정한 세상에 버려진 한 여인의 복수를 향해 가는 긴 여정이자 뭉쳐봤자 오합지졸일 수밖에 없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처절한 삶의 이야기로 기획하고 썼지만 완벽하고 치밀한 스릴러에 통쾌한 복수극의 포장이 돼 버린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라고 감상을 남겼다. 그래서 "칸을 따라잡지 못한 컷"이다. 정연식 작가는 늘 사람을 이야기하고 싶어했고, <더 파이브>는 복수극에 일상의 자질구레함이 버무러진, 사람을 이야기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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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만화평론가. <한국현대만화사>, <고우영 이야기>, <한국 만화사 연표연구> 등을 썼다. 1인 만화저널 ‘코믹스팍닷컴’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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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더 파이브 –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만화, 김봉석 외, 에이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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