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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풍경화를 그린 관현악의 시인

오토리노 레스피기

Ottorino Respighi
요약 테이블
출생 1879년 07월 09일
사망 1936년 04월 18일
국적 이탈리아
대표작 〈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분수〉, 〈로마의 축제〉, 〈세 개의 보티첼리 그림〉 등

20세기 초에 활동한 작곡가로 이탈리아 기악음악의 부흥에 큰 역할을 했다.

오토리노 레스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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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리노 레스피기는 1879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피아노 교사인 아버지에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으며, 12살 때인 1891년 볼로냐 음악원에 들어가 페데리코 사르티에게 바이올린과 비올라, 주세페 마투치에게 작곡, 고음악 전문가인 루이지 토르키에게 음악사를 배웠다. 1899년에 바이올린 전공으로 학위를 취득한 레스피기는 그 후 러시아로 건너가 상트페테르부르크 황실극장의 이탈리아 오페라 공연 시즌에 오케스트라단의 비올라 수석으로 일했다. 러시아에는 5개월 동안 머물렀는데, 이때 러시아 5인조 중의 한 사람인 림스키―코르사코프에게 관현악법을 배웠다. 그런 다음 이탈리아로 돌아와 음악원에서 작곡 전공으로 학위를 받았다.

레스피기는 1900년부터 실내악과 오케스트라곡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1902년에는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해 연주회에서 발표했다. 하지만 초기에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시절 그는 작곡과 연주를 병행했다. 볼로냐 무젤리니 5중주단의 제1 바이올리니스트로 있으면서 1909년에 독일로 연주 여행을 가기도 했다.

1913년,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작곡과 교수로 임용되어 볼로냐에서 로마로 이주했다. 이때 그는 로마라는 도시가 지닌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1914년부터 유명한 '로마 3부작'의 첫 작품인 〈로마의 분수Fontana di Roma〉를 쓰기 시작해 1917년에 초연했는데, 이것이 성공을 거두면서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로마의 분수〉를 발표한 후, 레스피기는 고음악에 빠졌다.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몬테베르디와 비발디의 작품, 베네데토 마르첼로의 오페라 〈디도네〉 등을 악보로 출판했다. 옛 대가들의 작품을 시대에 맞게 재정비하는 작업은 그 후로도 계속되었는데, 1917년에 발표한 〈류트를 위한 고풍스런 춤곡과 아리아(Ancient Dances and Airs)〉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레스피기는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1922년 무솔리니가 정권을 잡았을 때 그는 중립적인 입장을 지켰다. 당시 레스피기는 워낙 국제적으로 유명한 사람이어서 무솔리니도 그를 어찌하지 못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무솔리니 정권은 그의 음악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했다. 그러나 레스피기는 토스카니니같이 노골적으로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독재 정권 아래서도 일할 수 있도록 방패막이 역할을 해 주었다.

1924년, 레스피기는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원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2년 후 작곡에 전념하기 위해 원장직을 그만두었다. 바로 그해에 〈로마의 소나무(Pini di Roma)〉를 완성했다. 그리고 이듬해 아르투로 루치아니와 함께 《오르페오》라는 음악 교과서를 집필했다.

레스피기의 명성은 유럽을 넘어 멀리 아메리카 대륙에까지 퍼져 나갔다. 그는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로 두 차례 미국을 방문했다. 1928년 11월 뉴욕 카네기 홀에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토카타(Toccata for Piano and Orchestra)〉를 레스피기 자신의 피아노 독주와 멩겔베르크가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초연했다. 이듬해에는 로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로마의 축제(Feste Romane)〉를 토스카니니가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초연했으며, 1931년에는 보스턴 심포니의 위촉을 받아 악단 창립 50주년 기념 연주회를 위해 대편성의 주제와 변주곡 〈변용〉을 작곡하기도 했다.

아메리카 대륙에 있을 때 그는 브라질을 여행했다. 리우 데 자네이루와 상 파울로 등을 여행하며 강한 인상을 받았는데, 이것을 바탕으로 〈브라질의 인상(Brazilian Impressions)〉이라는 작품을 썼다. 이 곡은 1928년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초연되었다.

1932년, 레스피기는 이탈리아 왕립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임되었다. 그 후 연주 활동과 작곡을 병행하다가 심장에 병이 생겨 1936년 4월 18일, 5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레스피기가 활동할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오페라가 대세였다. 하지만 레스피기는 기악음악을 써서 이탈리아 순수 기악음악의 부흥에 큰 역할을 했다. 그의 관현악곡에는 풍성한 관현악법을 바탕으로 한 시적인 환상이 흘러넘친다. 대표작은 로마를 소재로 작곡한 3부작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분수〉, 〈로마의 축제〉이다. 이 중 가장 먼저 작곡한 곡은 〈로마의 분수〉이다. 1916년에 작곡하여 이듬해에 초연했는데, 로마에 있는 대표적인 분수 네 개를 선택해 이 분수 주변의 여명, 아침, 낮, 황혼의 분위기를 그렸다. 제1곡 〈새벽의 줄리아 골짜기의 분수〉, 제2곡 〈아침의 트리톤 분수〉, 제3곡 〈한낮의 트레비 분수〉, 제4곡 〈황혼의 메디치 가의 분수〉로 이루어져 있다. 림스키―코르사코프와 인상주의의 영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1929년에 완성한 〈로마의 소나무〉는 로마의 유서 깊은 유적지의 풍광을 음악으로 옮긴 것이다. 제1곡 〈보르지아 별장의 소나무〉, 제2곡 〈카타콤베 부근의 소나무〉, 제3곡 〈자니콜로의 소나무〉, 제4곡은 〈아피아 가도의 소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로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로마의 축제〉는 1929년 작이다. 제1곡 〈체르첸세스〉는 로마의 경기장에서 기독교도들을 상대로 일어났던 피비린내 나는 학살 장면을 담은 것이고, 제2곡 〈50년제〉는 로마가 기독교의 수도가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의 풍경을 그린 것이다. 제3곡은 포도를 수확하는 계절의 즐거움을 그린 〈10월제〉, 제4곡은 예수가 세상에 나타난 날을 기념하는 축제의 현장을 그린 〈주현절〉이다.

레스피기는 로마의 풍광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예술의 영광도 음악에 담았다. 1927년 이탈리아 화가 보티첼리의 그림 〈봄〉, 〈동방박사의 경배〉, 〈비너스의 탄생〉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작곡한 〈세 개의 보티첼리 그림(Trittico Botticelliano)〉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제1곡 〈봄〉에서는 경쾌한 춤곡과 금빛 광채를 발하는 트럼펫의 찬란한 음색 그리고 현악기의 섬세하고 현란한 트릴로 약동하는 봄을 생생하게 그렸다. 제2곡 〈동방박사의 경배〉는 동방박사 세 사람이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황금과 유황, 몰약을 예물로 바치는 광경을 그린 것이다. 여기에는 동방교회의 성가 〈오소서 에마누엘〉과 어린아이들이 촛불을 들고 부르는 〈촛불 송〉이 나온다. 제3곡 〈비너스의 탄생〉은 지중해의 물거품에서 태어난 비너스가 바람에 밀려 해안으로 오고 있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현악기들이 출렁거리는 물결을 묘사하는 가운데, 플루트가 비너스가 태어나는 순간의 경이로움을 노래한다.

레스피기의 작품 중에는 고음악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 작품이 많이 있다. 1921년에 발표한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그레고리안 협주곡(Concerto gregoriano)〉과 1924년 작인 〈도리아 선법에 의한 현악 4중주(Quartetto Dorico per Archi P.144)〉, 1927년에 완성한 〈17세기 쳄발로 모음곡에 의한 '새(Gli uccelli)'〉가 이 분야의 대표작이다. 이 중 〈새〉는 16, 17세기에 나온 쳄발로 음악을 관현악곡으로 편곡한 것이다. 행진곡풍의 당당한 선율로 시작하는 〈전주곡〉에 이어 〈비둘기〉가 나오는데, 이 곡은 프랑스 작곡가 갈로의 곡을 편곡한 것이다. 제3곡 〈암탉〉은 프랑스 작곡가 라모의 쳄발로곡을 편곡한 것이다. 제4곡 〈꾀꼬리〉에서는 피콜로와 플루트가 꾀꼬리 소리를 낸다. 작곡가가 알려져 있지 않은 영국 버지날 음악을 편곡한 것이다. 제5곡 〈뻐꾸기〉는 파스쿠이니의 쳄발로곡 〈토카타와 뻐꾸기 스케르초〉를 편곡한 것인데, 목관악기가 차례로 새 우는 소리를 내고, 템포가 빨라지면서 플루트가 이 역할을 이어받는다.

그 밖의 작품으로 오페라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불꽃〉, 〈물에 잠긴 종〉, 〈이집트의 마리아〉, 발레음악 〈이상한 가계〉, 관현악곡 〈로시니아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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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집필자 소개

이화여대 음대에서 서양음악을,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악이론을 공부했다. 1988년 월간 「객석」이 공모하는 예술평론상에 '한국 음악극의 미래를 위하여'라는 평론으로 수상, 음악평..펼쳐보기

출처

음악사를 움직인 100인
음악사를 움직인 100인 | 저자진회숙 | cp명청아출판사 도서 소개

고대부터 20세기까지 작곡가와 연주가를 망라하여 인류의 음악사를 빛낸 음악가들을 만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뿐만 아니라, 잘 알려져 있지 않..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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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낭만주의, 형식을 벗어던진 자유로운 음악 니콜로 파가니니, 초인적인 기교를 구사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카를 마리아 폰 베버, 독일 국민 오페라의 아버지 조아키노 로시니, 한 시대를 풍미했던 풍자와 해학의 달인 프란츠 슈베르트, 방랑자처럼 살다 간 예술가곡의 왕 가에타노 도니제티, 19세기 벨칸토 오페라의 대명사 빈첸초 벨리니, 탁월한 선율미를 구사했던 카타니아의 꾀꼬리 헥토르 베를리오즈, 프랑스 낭만주의의 거장 미하일 글린카, 러시아 국민음악의 아버지 펠릭스 멘델스존, 삶의 행복을 노래한 음악의 낙천주의자 프레데릭 쇼팽, 낭만을 노래한 피아노의 시인 로베르트 슈만, 음악과 삶으로 시대를 대변한 진정한 낭만주의자 프란츠 리스트, 교향시를 창시한 피아노의 달인 주세페 베르디, 비극에 집중한 오페라의 소포클레스 리하르트 바그너, 종합예술을 추구했던 연극광 샤를 프랑수아 구노, 우아하고 세련된 프랑스풍 오페라의 창시자 자크 오펜바흐, 시대를 풍자했던 샹젤리제의 앵무새 세자르 프랑크, 오르간 즉흥 연주의 대가 에두아르드 랄로, 스페인 정서를 노래했던 프랑스 작곡가 베드리히 스메타나, 체코 국민 오페라의 창시자 안톤 브루크너, 교향곡을 확장시킨 오르간의 대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빈 왈츠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왈츠의 왕 요하네스 브람스, 낭만 시대를 살았던 고전주의자 알렉산드르 보로딘, 틈날 때만 작곡했던 일요일의 작곡가 샤를 카미유 생상스, 라틴적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교양인 막스 브루흐, 종교적 심성을 노래한 온화한 낭만주의자 조르주 비제, 프랑스 사실주의 오페라의 선구자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 독창성으로 아마추어리즘을 극복한 작곡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러시아적 우수와 비장을 노래하다 안토닌 드보르자크, 보헤미아 민족음악의 아버지 에드바르드 그리그, 노르웨이의 자연을 노래했던 북구의 쇼팽 파블로 사라사테, 바이올린을 위한 환상곡의 귀재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 다채로운 음색을 구사했던 관현악법의 대가 가브리엘 포레, 밝고 순수한 프랑스 서정음악의 거장 에드워드 엘가, 영국 음악의 자존심을 회복시킨 작곡가 지아코모 푸치니, 베르디의 뒤를 이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 후고 볼프, 독일 예술가곡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작곡가 이사크 알베니스, 스페인의 정서를 미묘한 피아니즘으로 구사한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낭만주의 교향곡의 종착지 클로드 드뷔시,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의 창시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근대 독일을 대표하는 교향시와 오페라 작곡가 알렉산더 글라주노프, 러시아 근대음악의 아버지 얀 시벨리우스, 핀란드 국민음악의 아버지 에릭 사티, 미니멀리즘 음악의 선구자 엔리크 그라나도스, 스페인 피아노 음악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작곡가 알렉산더 스크랴빈, 러시아 상징주의 음악의 시조 랠프 본 윌리엄스, 영국의 전원을 노래한 음악의 청록파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낭만주의 피아노 음악의 마지막 거장 구스타브 홀스트, 영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독창성을 가미한 작곡가 모리스 라벨, 깔끔하고 정갈한 프랑스적 감성의 소유자 마누엘 데 파야, 스페인 정원에서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찾은 작곡가 오토리노 레스피기, 음악의 풍경화를 그린 관현악의 시인
6. 20세기, 고정관념을 깨는 혁명적인 음악의 시대 레오슈 야나체크, 불륜의 사랑을 예술로 승화시킨 대기만성형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 조성을 파괴한 12음 기법의 창시자 찰스 아이브스, 치열한 실험정신의 소유자 벨러 버르토크, 민속음악에서 헝가리 음악의 길을 찾은 작곡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 20세기 음악의 혁명가 졸탄 코다이, 헝가리 음악교육의 아버지 안톤 베베른, 쇤베르크 악파의 중심인물 알반 베르크, 교조주의를 거부한 낭만적 모더니스트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전통과 혁신의 가교 역할을 한 작곡가 파울 힌데미트, 끊임없이 변화의 길을 모색한 탐험가 조지 거슈윈, 재즈와 클래식을 접목한 작곡가 아론 코플랜드, 서부 개척 시대를 노래한 음악의 카우보이 호아킨 로드리고, 스페인 로맨티시즘의 대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시대와 불화한 고독한 천재 올리비에 메시앙,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새소리의 작곡가 존 케이지, 20세기의 진정한 아방가르드 벤저민 브리튼, 시류를 거부한 음악의 자유주의자 아스토르 피아졸라, 살아 있는 탱고의 역사 루이지 노노, 음악을 통한 현실 참여에 주력한 앙가주망의 작곡가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 새로운 음악에 대한 끝없는 탐구정신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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